은퇴 여교역자 안식처 ‘성락원’
매일 새벽예배로 시작하는 하루
눈뜨면 기도, 밥 먹고 나면 ‘중보’
1인 1실에 삼시세끼 제공되지만
코로나로 후원 많이 끊겨 발동동

“성락원은 70년째 한 번도 기도의 불이 꺼지지 않은 곳이에요. 매일 새벽부터 잠들 때까지 일부러 정한 것도 아닌데 누군가는 기도하고 있죠. 때때로 밥은 굶기도 하지만 기도는 아니에요. 성락원은 ‘열방을 품고 기도하는 중보기도의 동산’이거든요.”

교단 은퇴여교역자들의 안식처 ‘성락원’이 올해로 70주년을 맞았다. 1953년 설립되어 지금까지 은퇴 여교역자들의 삶터로서 큰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성락원은 한 번도 기도가 끊기지 않은 ‘기도의 요새’이다.

성락원은 1953년 충남 공주와 1957년 상도동을 거쳐 1983년 대전에 안착했다. 2003년 대지 5619㎡(1700평) 내 총면적 2809㎡(850평) 지금의 건물로 재건축해 2005년 봉헌했다. 이렇게 70년의 역사를 이뤄온 성락원에는 28명의 은퇴 여교역자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올해 93세 백발의 김순중 전도사는 성락원의 최고령 가족이다. 귀는 살짝 어두워졌지만, 눈빛이 생기 있고, 말소리도 또렷하고 정확하다. 90세가 넘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성락원 그녀의 방은 입구부터 반짝반짝 윤이 난다. 얼마나 쓸고 닦고 했는지, 먼지 한 톨 보이지 않을 만큼 깨끗했다. 그만큼 건강하다는 말이다.
김 전도사는 1966년 이백리교회를 개척해 목회했던 열혈 목회자로 일평생을 헌신했다. 마지막 임지는 서울 충무교회였다. 그러다 은퇴 후에도 협력 전도사로 타교단에서 30년간 사역하다 2016년 성락원에 뒤늦게 입소했다. 그녀는 8년째 만족도가 무척 높다고 말했다.

“성락원에 들어온 것은 하나님 축복이에요. 매일 예배드리고 기도하는 게 자유로워서 좋고, 가족같이 챙겨주는 성락원 식구들이 있으니 마음이 든든하고 감사해요. 무엇보다 삼시세끼 밥해주니 더 바랄 게 없어요.” 93세의 나이지만 김 전도사가 활력 있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것은 은퇴여교역자들의 안식처 ‘성락원’이 있기 때문이다.

93세 김순중 전도사
93세 김순중 전도사

성락원의 생활은 단조롭지만 지루하지는 않다. 매일 새벽 5시에 함께 새벽예배를 드리고 아침기도를 한다. 7시반에 다 함께 아침을 먹는 것으로 오전 공식 일과가 끝난다. 이후는 자유시간. 인근 산책로를 걷기도 하고 성경을 읽기도 하며 각자의 취미생활을 즐긴다. 성락원은 1인 1실을 사용하고 있어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하다. 삼시세끼 음식이 제공되어 일평생 헌신의 삶을 살아온 여교역자들에게는 꿈같은 안식처가 아닐 수 없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자유로운 하루 일과의 상당 부분을 ‘중보기도’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안 하면 눈치 주는 사람도 없는데 여교역자들은 아침에 눈 뜨면 기도하고, 밥 먹고 돌아서면 기도한다. 명절에도 기도는 계속된다. 취미생활을 하다가도 잠들기 전까지 하루 적어도 2번, 많게는 8번 넘게 개인 기도를 한다.

기도의 내용도 남다르다. ‘나 잘되게 해달라’는 기도보다 ‘남’을 위한 중보기도가 주를 이룬다. 가족과 지인을 위한 기도는 차치하고, 섬겼던 교회를 위한 기도, 인연을 맺고 있는 성도들, 아프고 고통받는 사람들, 성락원을 후원하고 돕는 교회와 기관, 후원자를 위한 기도 등 기도의 대상과 제목은 끝이 없다.

“맨날 성경 읽고 기도하는 게 우리 일이에요. 은퇴했지만 교역자는 죽을 때까지 교역자인데 기도해야죠. 기도할 게 얼마나 많은데요. 다들 기도 노트 보면 이름과 기도 제목이 빼곡해요. 그걸 위해 다 기도하려면 하루도 기도를 안 할 수가 있나.”(이수정 전도사)

이수정 전도사
이수정 전도사

“내가 성락원장 할 때도 놀라웠는데, 지금까지도 성락원은 한 번도 기도 소리가 멈춘 적이 없어요. 매일 통성으로 기도한다는 게 아니고 각자 개인기도 시간을 정해서 매일 기도를 해요. ‘기도는 우리의 사명’이라는 게 우리 마음속 다짐이라고 할 수 있죠.” (임연희 전도사)

임연희 전도사
임연희 전도사

은퇴여교역자들이 중단 없이 중보기도를 할 수 있는 것은 ‘성락원’의 삶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정부나 지자체 지원 한 푼 받지 않고 있어 넉넉하지는 않지만 성락원을 후원하는 교회와 기관, 성결인들의 정성과 기도가 여교역자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원장 김미자 목사는 “지자체 지원을 받으면 지금보다는 더 안정적으로 성락원을 운영할 수 있겠지만 그러면 예배와 기도를 자유롭게 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성락원은 예나 지금이나 부족해도 자체 운영으로 ‘기도의 집’의 역할에 충실하려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때 후원을 중단한 교회도 있고, 코로나 이후 방문이 오랫동안 금지되면서 아직도 방문후원이 회복되지 않아 사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매달 5만원~10만 씩 꾸준히 성락원을 돕는 손길이 있어 견디고 있다.

성락원 운영위원장 정희순 전도사는 “일평생 목회에 헌신하고 은퇴해서도 오직 기도에 매진하는 이분들의 기도와 희생 위에 우리 교단이, 교회가 성장했음을 성결인들이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면서 “점차 후원이 줄어드는데 이러다 기도의 집이 무너지지 않도록 은퇴여교역자들을 돕고 후원하는 일에 많은 성결인들이 협력해 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성락원은 처음엔 은퇴 이후 함께할 가족이 없는 무연고 은퇴여교역자들의 안식처로 시작했다. 지금은 세월이 가고 문화가 바뀌면서 가족이 있어도 홀로 지내는 여교역자들도 입소가 가능해졌다. 다만, 우리 교단 교역자로 15년 이상 목회하고 은퇴해야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혼자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야 한다. 삼시세끼 식사를 제공하지만 빨래와 청소, 목욕 등 개인위생은 스스로 챙겨야 한다. 

건강하게 입소해서 함께 어우러져 외롭지 않게 살며 하나님 부르실 때까지 기도의 소명을 다하는 ‘중보기도의 집’. 은퇴여교역자들의 안식처 ‘성락원’이 그 역할을 계속해 내려면 성결인들의 기도와 관심, 정기후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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