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슨 박사, 서울신대 강의
“성전 개념 없는 이방인 향해
 거룩한 공동체 의미 강조해”

서울신학대학교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소장 박창훈 교수) 제21회 카우만 기념강좌가 10월 10일과 13일 성결인의집 존토마스홀에서 열렸다. 

이번 강좌에서는 OMS선교회 신학교육 디렉터인 필립 리처드슨 박사(Philip N. Richardson, 신약학)가 초청돼 ‘바울의 제사장 신학: 로마서에서 


<성결> 읽기(Paul’s Pristly Theology: Reading Holiness in Romans)’를 주제로 10일에는 로마서 1~6장, 13일에는 7~16장을 잇따라 강의했다. 통역은 배선복 박사(서울신대 강사)가 맡았다.

강좌에서 리처드슨 교수는 이신칭의(以信稱義), ‘오직 믿음만으로 구원’을 선언한 바울의 로마서에서 ‘제사장적(제의적) 언어’ 사용을 통한 ‘성결(거룩)’을 함께 강조하고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로마서 뒷부분(12~16장)에만 언급돼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거룩한 삶’에 대한 권면이 로마서 1~16장 전체에 흐르고 있음을 논증했다.

바울이 제사장 신학의 용어를 사용하여 묘사하는 성결은 단순히 영적이거나 추상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바울은 분명하게 제사 행위에 비유된 성결이 성전 안의 종교 행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공동체 안에서 구체적인 실천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용어상으로는 ‘제사장 신학’이지만, 성결은 내면 상태의 변화 이상이며 윤리적 행위까지 포함한다. 바울이 로마서를 쓴 목적은 구원이 복음으로부터만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복음이 말하는 구원은 ‘성결을 포함하는 구원’이다.

그는 바울의 로마서에 ‘복음의 제사장, 이방인의 제물’ 등 제사장적(제의적) 언어가 가득하다는 데 주목하면서 “성전과 제사에 대한 개념이 없는 이방인들에게 이런 언어를 사용한 점은 언뜻 적합하지 않아 보이지만, 주목할 만 하다”면서 강의를 시작했다.

리처드슨 박사는 “바울은 로마서의 시작과 끝 모두에서 제사장적 용어를 사용해, 교회가 성령을 통해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으로 구별되고 깨끗해져 공동체 안에서 성결한 삶으로 부르심을 받았다고 말한다”며 “이러한 강조는 성결이 단지 상태나 신분이 아니라, 윤리의 문제임을 상기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대인과 이방인이 함께한 로마 공동체를 향해, 바울은 ‘그리스도가 우리를 위해 자신을 드리신 것처럼, 서로를 드려야 한다’고 말한다”며 “이처럼 성결은 단순히 개인적이거나 영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세상 속에서 구체화되며 공동체적인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로마서 전체에서 바울의 ‘제사장 신학’ 이해, 제의적 용어와 성결(거룩) 관련 주제들의 광범위한 사용, 윤리적 언어를 통한 성결 촉구 등을 살폈다.

먼저 로마서 1장 1~17절부터 ‘부르심을 받은 사도(1절), 부르심을 받은 자(6절), 성도라 부르심을 받은 자들(7절)’ 등 성결과 관련된 용어들이 보인다. 이에 대해 “‘부르심’ 집중 사용은 중요해 보이고, ‘하나님의 부르심과 선택’이라는 주제가 보인다”며 “바울이 그리는 성결은 하나님께서 계시하신 뜻에 순종함으로써 나타나는 거룩한 삶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본문 속 ‘성결 읽기’는 계속됐다. 그는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롬 1:18)’에서 죄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용어를 사용한다. 하나님 이름을 거룩하게 하는 것의 반대는 우상숭배이고, 이는 단락 전체에 걸친 인류에 대한 고발”이라며 “그 해결로서 로마서 3장 21절에서 ‘제사장의 용어(하나님의 의)’를 사용한다. 예수의 죽음은 그의 피를 통한 ‘속량’으로 불린다. 희생제물로서 예수의 죽음은 죄 문제의 해결책이자(롬 3:23), 인류를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로 만드는 수단”이라고 했다.

리처드슨 박사는 “로마서 5장이 죽음을 대신하는 생명에 대해 많이 말한다면, 로마서 6장은 생명을 가져오는 죽음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다른 입장을 제공한다”며 “전에는 사망이 왕 노릇 하고 죄가 사망 안에서 왕 노릇 했지만, 그리스도 죽음의 희생으로 은혜가 의 안에서 왕 노릇해 영생에 이르게 됐고(롬 5:21),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들은 그를 통해 왕 노릇 할 것이므로, 죄에 해방된 사람들이(롬 6:7) 죄가 그들의 삶을 다스리도록 허락하는 것은 모순적”이라고 했다.

리처드슨 박사는 “놀랍게도 바울은 6장을 순결에 맞춘 성결에 관한 표현으로 전환하며 마무리한다(19절). 바울은 그들의 이전 행위를 그들의 지체를 자발적으로 부정에 내주는 것으로 파악하는데, 이는 명백한 제의적 성결의 표현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강해 준다”고 전했다.

그는 “로마서 8장은 바울의 모든 글 중에서 성령에 관해 가장 탁월한 장이고, 7장 7~23절의 성령 없는 삶과 의도적으로 병치돼 있다”며 “영과 육신도 반복적으로 구별하고 있다. 로마서의 독자들은 죽음에 이르는 육신에 따라 살거나, 몸의 행실을 죽여 생명을 얻을 수 있다(13절)”고 전했다.

한편 OMS(동양선교회)와 서울신대는 지난 2003년부터 초기 한국성결교회 정신을 발굴·계승하기 위해 매년 가을마다 카우만 강좌를 열고 있다. 찰스 카우만(Charles Elmer Cowman, 1868-1924) 박사는 19-20세기 미국에서 성결교회 운동을 펼쳤던 목회자로, 1905년 OMS를 창립하고 1907년 5월 김상준·정빈과 조선 동양선교회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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