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우리 교육의 문제를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고 
건강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공적책임을 가진 
기관으로 사회적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예로부터 우리사회는 교육을 백년지대계(敎育百年之大計)로 여겨왔다. 자원부족국가인 우리나라는 사람을 힘이라고 믿으며 교육에 최선을 다해왔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은 참담한 수준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 획일화된 학습, 치열한 경쟁, 과도한 사교육 문제, 인성의 부재, 교실 붕괴 등 사회와 국가의 백년을 책임져야 할 교육이 길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최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교사의 자살 이후 교사들의 연이은 자살로 한국 사회는 충격에 빠졌고 또 한 번 한국교육의 민낯을 마주해야 했다. 교사는 교육의 요소 가운데 가장 필수적이면서 핵심적인 요소다. 교육의 목적 달성과 교육실행의 성패가 교사에게 달려있을 정도로 교사의 역할과 기능은 막중하다. 

하지만 최근 교사들은 자신들의 교육활동에 대한 심각한 무기력감과 좌절감을 호소하고 심지어 탈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도 한다. 

2022년 한 교원단체의 조사에 의하면 교사의 약 41%가 최근 2년간 학생에게 폭언이나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교육활동의 어려움으로 휴직했거나 생각해 본 적 있다는 응답은 29%에 달했다. 2023년 좋은교사운동과 교육언론 창이 조사한 설문에서 약 90%의 교사가 내 주변에 휴직하거나 사직할 수 있는 교사가 있다고 대답했다. 전국 국공립 초·중·고 퇴직교원 현황에 따르면 2023년 589명의 근속연수 5년 미만의 저년차 교사가 퇴직했는데 이는 2022년보다 약 두 배, 2017년부터 2023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다. 이미 우리 사회와 국가 근간을 세울 교육 내부에서 교육의 근간인 교사가 흔들리고 있다는 징후는 여기저기서 포착된다. 

사회와 국가의 백년을 책임질 교육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사의 교권 회복이 필수적이다. 최근 교원단체와 교사들이 사회를 향해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교원의 교육활동을 보호해 달라는 것이고 둘째 교사를 존중해 달라는 것이다. 현재 교육현장에서는 여러 제약으로 인해 학생 생활지도가 적극적으로 실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교원단체와 교사들은 학교현장에서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생활지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침이 담긴 생활지도 매뉴얼 개발이 필요하고, 교사의 훈육(생활지도)을 아동학대로 보게 만드는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또한 과도한 학부모 민원으로 인해 수치와 모멸감까지 느낄 정도로 고통받는 교사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교사 개인이 학부모 민원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민원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공적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교원단체와 교사들 주장의 핵심은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교사들이 교육을 멈추고 거리로 나가야 하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다. 동료교사의 죽음 앞에서 그들은 엄숙하게 그리고 어떠한 징계도 달게 받겠다는 비장함을 품고 거리로 나섰다. 이제 우리 사회가 할 일은 그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고민하며 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교회에 출석하는 자녀 대부분이 공교육을 받는다는 점에서 한국교육의 문제는 한국교회가 품어야 하는 문제이다. 교회는 우리 교육의 문제를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고 건강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공적책임을 가진 기관으로 사회적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교사를 교실로 돌려보내자. 그들이 있어야 할 곳은 투쟁의 자리가 아니라 교육의 자리다. 그러려면 먼저 그들이 책임 있는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들의 교육권이 보장받을 때 교육 현장은 새로운 백년의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현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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