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여호와에게 귀 기울이자

바벨탑이 지어졌다는 시날 땅(창 11:1~9)은 고대 수메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메르는 기원전 3300년경 이라크 남부에 세워진 7개의 도시들의 연맹체로 이루어진 국가였다. 그들은 성서 원어로 자주 언급되는 아카드어의 모체였던, 수메르어, 즉 쐐기문자를 사용했던 이들이었다. 인류 최초의 문명이라 일컬어지는 수메르는 경제, 교육, 문화, 과학에 있어 상당히 발전했었다.

수많은 신들로 이루어진 신화 덕분에 수메르는 신들의 나라라고도 불린다. 7개의 도시마다 각각 중요한 신이 있었고 어느 도시가 통치를 하고 있는가에 따라 그 도시의 신 역시 가장 위대한 신으로 섬겨졌다. 각 도시에는 이 신들을 위한 성소가 마련되어 있었고 진흙벽돌을 쌓아 만든 높은 건물의 꼭대기에 신을 위한 집이 있었다.

이 건물은 수메르어로는 에테메난키(Etemenanki, “하늘과 땅의 기초 집”)로 불렸으며 아카드어로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용어인 지구랏(Ziggurat, “높게 올려 지어진 장소”)이라 불렸다. 지구랏은 신의 거주 장소였을 뿐 제사가 드려진 적은 없다. 가장 유명한 지구랏은 1922~1934년 영국의 레오나르드 울리경이 수메르의 가장 대표적인 도시인 우르에서 발견한 것으로 바벨탑의 기원으로 여겨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창세기 11장 28, 31절에서 밝히고 있는 아브라함의 고향인 갈대아 우르가 바로 이 우르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바벨탑을 지은 이들이 온 지면에 흩어졌지만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는 시날 땅 우르에 남아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대교 전통에 의하면 데라는 우상을 만드는 자였고 특별히 우르는 달 신을 섬기는 도시였다.

데라가 우르를 떠나 하란으로 간 이유는 당시 새로운 세력 즉 함무라비로 잘 알려진 구 바빌론 세력의 영향 때문에 고향을 버리고 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종교적 환경에서 아브라함이 성장했다면 그는 분명 수메르의 다양한 신들에 대해 알고 있었을 것이다.

유대교 전통은 아브라함이 어려서 이미 유일한 여호와를 만났으며 이를 그의 아버지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신상들 중 가장 큰 신상 하나만 남긴 채 모두 깨버린 후 신들끼리 싸웠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버지 데라가 코웃음을 치며 이것들은 그저 신상일 뿐 살아있지도 힘도 없는 것들이라고 말했을 때 그는 “그렇다면 아버지는 왜 그런 신상들을 섬기고 있느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이 에피소드가 성서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진위를 밝힐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는 아브라함이 그 많은 신들 중에서 유일한 여호와의 부름을 들었고 이에 응답했으며 아버지 집을 떠나라는 명령에 순종하였다는 것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익숙한 환경과 배경을 버리고 순종함으로 복의 근원이 되는 축복을 누렸다.

우리에게도 역시 오랫동안 익숙한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문화가 있다. 비록 기독교인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문화는 때로 우리에게 돈, 지위, 명예, 학업, 자녀 같은 다양한 신들로 다가올 수도 있다. 우리는 혹시 이러한 신들을 쫓고 섬기고 있지는 않은가? 이러한 신들에 치우쳐 정작 유일한 여호와의 부름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있으면서 아브라함 같은 축복을 받지 못했노라고 불평은 하고 있지 않은가 반성해 보게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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