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주신 기업 베들레헴에 대기근이 찾아오자 엘리멜렉과 나오미는 아들들과 함께 모압 지방으로 들어간다. 유다의 후손 엘리멜렉은 ‘하나님은 왕이시다’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다. 그러나 그는 기름진 모압 땅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고 왕이신 하나님을 신뢰하지도 않았다. 모압 지방으로 이주한 그들의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그 땅에서 엘리멜렉과 두 아들이 죽자 나오미는 둘째 며느리 룻과 함께 베들레헴으로 돌아오게 되고, 룻은 보아스를 만나 행복을 되찾는 것이 룻기의 주요 내용이다.

모압 땅은 지정학적으로 베들레헴보다 200m가량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때문에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비구름이 모압 산지에 부딪쳐 많은 비가 내렸고, 자연스레 풍요롭고 기름진 땅을 형성했다. 기근이 있는 베들레헴에서 바라볼 때 모압 땅은 참기 힘든 유혹의 땅이었을 것이다.

약속의 땅 가나안은 말씀에 순종하면 하나님께서 이른 비와 늦은 비를 주심으로 축복을 누리는 풍요로운 땅이다(신11:10~14). 반대로 말씀에 불순종하면 하늘은 놋이 되고 땅은 철이 되며, 비 대신 티끌과 모래를 주시는 땅이다(신28:20~24). 가나안 땅에 기근이 온 것은 결코 땅이나 날씨 탓이 아니었음에도 이들은 세상적 판단으로 왕이신 하나님을 신뢰하지 않았다. 

본문에서 나오미는 베들레헴에서 모압으로 나갈 때 풍족하게 나갔더니 돌아올 때는 비어 돌아오게 되었다고 고백한다(룻1:20~21). 엘리멜렉과 나오미는 풍족한 중에도 기근에 신음하는 자들을 돕지 않았음은 물론, 자신들의 풍요와 행복을 위해 모압행을 선택했다.

야고보 사도는 믿음이 있노라 하고 행함이 없으면 무슨 유익이 있느냐고 한다. 만일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양식이 없는데 생명의 양식을 주지 아니하면 무슨 유익이 있겠느냐고 반문한다(약2:14~16). 행함이 없는 믿음만 가졌던 엘리멜렉과 나오미에게 유익이 없었음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질고를 겪은 나오미(ימענ)는 자신의 이름을 ‘기쁨’이라는 뜻에서 ‘쓰다’라는 의미의 ‘마라(הרמ)’라고 칭하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축복은 흘려보낼 때 비로소 생명이 된다. 고인다면 생명이 되지 못하고 썩을 뿐이다. 자신들에게 허락된 축복의 은혜를 이웃과 나누지 못한 엘리멜렉과 나오미는 결국 고인 물이 되어 쓴맛을 내고 말았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축복을 허락하신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축복을 흘려보내 단물을 내는 인생만이 진정한 기쁨의 인생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나눔과 섬김으로 하나님 나라와 교회를 세워나가는 단물을 내는 인생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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