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9개 주요 교단과 한국세계선교협의회(이하 KWMA)가 한국선교 출구 전략과 이양 정책에 대한 결의서를 발표했다. 선교사 은퇴와 재산권 이양과 관련해 교단 선교 책임자들이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이다. 우리 교단을 비롯해 기감, 기침, 고신, 대신, 백석, 통합, 합동, 합신 교단 선교부가 함께한 한국교단선교실무대표협의회(이하 한교선)와 KWMA는 8월 21일 KWMA 세미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결의서에서 첫째로 “우리는 지난 한국교회의 선교가 많은 부분 돈과 프로젝트가 중심이 되는 힘에 의한 선교에 있었음을 회개하며, 앞으로 이를 지양하고 선교지 중심의 건강한 선교로 나아가기를 결의한다”고 밝혔다.

둘째로 “선교지에서 형성된 모든 선교적 재산들은 하나님나라를 위한 공적 재산임을 인정하고, 앞으로도 그 목적대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한국교회가 그동안 열정적으로 파송하고 일하도록 했던 선교사의 은퇴 이후의 삶의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구체적인 대안들을 선교사들과 함께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선교지 재산권과 이양, 선교사의 재정 투명성, 사적 재산과 공적 재산의 구분 등 선교 현장의 난제들에 대해, 이렇게 주요 교단들의 선교 지도자들이 모여 방향성과 대안을 고민하고 제시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는 특정 교단이나 선교단체를 넘어, 한국교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우리 교단 선교국장 송재흥 목사는 선교지 재산권 문제를 선교사들의 개인적 일탈의 문제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선교지에서 형성된 모든 선교적 재산들은 하나님나라를 위한 공적 재산’이라는 선언은 상당히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사실 현장에서 오랜 기간 사역하다 보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요 영광이라고 고백하면서도 마음 한쪽에서는 자신의 공로와 몫을 주장하고 싶어지는 것이 타락한 인간의 본성이다.

이 같은 선언은 단순히 선교지뿐 아니라, 모든 사역 현장에서 명심하고 붙들어야 할 것이다. 적지 않은 교회들이 담임목회자의 은퇴 과정에서 예우 문제로 진통을 겪는 것도, 이러한 공공성의 부재 탓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선교적 재산의 공공성과 동시에 선교사의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관심을 강조한 부분도 인상 깊다. 한국교회의 세계 선교는 그야말로 눈부신 속도로 발전해, 이제는 말만이 아닌 세계 2위의 선교 대국이 됐다. 인구 대비 선교사 파송 숫자로는 당당히 1위다. 그러나 그간 많은 교회들과 선교단체들, 그리고 심지어 선교사 본인까지도, 선교사들의 노후에 대해서는 너무나 무지 내지 무관심했다.

한인세계선교사지원재단과 동서선교연구개발원 한국본부가 2017년 11월 27일부터 12월 23일까지 4주간 54개국 한국 선교사 341명을 대상으로 무기명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노후 준비가 돼 있다는 이들은 불과 20%도 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37.5%는 보험이나 연금에 가입돼 있지 않고 준비를 전혀 못하고 있다고, 18.5%는 최소한의 건강 보장을 위한 국민건강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다고, 62.5%는 은퇴 후 주거 대책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번 결의서 발표가 하나의 좋은 계기이자 원동력이 되어, 한국교회가 선교에 있어 공공성을 제고하면서 선교사들의 삶에 있어서도 더욱 깊은 관심을 갖고 세심한 배려를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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