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교회, 나의 사랑 나의 고민 
나는 2005년 Talbot 신학교로 유학을 왔다. 8년의 유학 생활이 쉽지만 않았지만, 학문적 배움과 그것을 기반으로 교회 사역을 기대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특별히 교회 성장학의 대가 중에 한 명인 Gary L. McIntosh 교수 밑에서 수학을 하면서, 아직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는 교회 갱신 중에 한 분야인 “Turnaround church”에 대해 논문을 썼다. 이 내용이 한국교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한국으로 복귀해서 사역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런데 이런 기대와 달리, 미국에서 이민교회를 개척하게 된 것이다. 이전에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이민 교회 사역과 정말로 하고 싶지 않았던 교회 개척을 일가친척 하나 없는 곳에서 동시에 하게 된 것이다.

 

가나안 성도들의 뿌리 내리기
첫 성도가 가나안 성도라 그런지, 초창기 교인 중에는 절대 다수가 가나안 성도들이었다. 그래서 개척 초기 정말 시급하고 중요한 일은 가나안 성도로 지내왔던 사람들이 주일마다 교회에 나와 예배드리는 공동체로 세우는 일이었다. 이 일이 생각보다 힘들고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 그렇게 일 년쯤 되었을 때 예배는 어느 정도 세워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이런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저 장년 세례 주고 싶습니다.” 현재 이민교회 상황은 불신자 전도보다는 수평이동이 많기 때문에 장년 세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렇게 기도한 지 얼마 후에 교회를 다니지 않은 분이 방문했다. 너무나 반가웠다. 나중에 들으니 이분이 교회에 온 것은 친한 언니가 교회에 가자고 한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서 억지로 나온 것이었다. “한번만 교회 나가주면 다시는 귀찮게 안하겠지.” 그런 마음으로 교회에 온 것이었다. 그런데 예배에 참석한 첫 날, 하나님께서 이분의 마음을 열어 주셨고, 그 날 이후 이 자매님은 예배에 나오며, 일대일 양육을 받으며, 돌아오는 부활절에 개척 후 첫 번째 장년세례를 받을 계획이었다.  

 

팬데믹이 남긴 흔적들
그런데 개척 1년 6개월 만에 팬데믹이 찾아왔다. 교회들은 급격하게 움츠러들며 온라인 예배로 전환 되어야만 했다. 더욱이 우리 교회는 개척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교회의 존립에 대한 걱정까지도 해야 했다. 시작하자마자 위기가 온 것이다. 그러나 교회를 위해 기도하면 할수록 이 시간을 ‘교인들이 교회 공동체 안에서 깊이 뿌리를 내리는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팬데믹 초창기부터 마스크를 쓰고 주차장에서 거리두기를 하며, 간절히 기도해 주고, 준비해 간 음식을 나눠 주었다. 때로는 위로의 카드를 보내고 간식거리를 담은 소포를 보내기도 하며 계속해서 성도들을 돌보는데 힘을 쏟았다.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서 많이 두려워 할 때도 최소한 3주에 한 번은 모든 성도들의 가정 또는 직장으로 심방을 했다.

더불어 온라인으로 성경 일독 성경공부를 통해서 말씀으로 팬데믹을 이겨 나가도록 이끌었다. 그렇게 7개월의 온라인 예배를 마치고 대면 예배로 모였을 때, 한 명도 이탈한 성도 없이 모두 교회에 모였다. 성도들은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교회 공동체를 통해 큰 힘과 위로를 받아 잘 견딜 수 있었다는 고백들을 쏟아 놓았다.

 

팬데믹을 넘어 뿌리 내리기
여전히 팬데믹 상황이지만,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과 연결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성도들에게 주위에 교회를 다니지 않는 이웃들을 추천하게 했다. 성도들은 자신이 추천한 이웃을 위해 손 편지를 썼고, 교회는 카드와 간식거리를 가득 담은 소포를 만들어서 보냈다. 소포를 받은 사람들의 피드백은 팬데믹으로 고립된 힘든 상황 속에서 알지도 못한 교회의 선물로 큰 위로를 받았다고 전해왔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여전히 팬데믹 상황이지만 가정별로 100달러씩 나눠주고, 교회에 다니지 않는 지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게 했다. 한 달 동안 성도들은 누구를 만날지, 그리고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하도록 했고, 만나서 풍성한 식사를 대접하게 했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은 이렇게 많은 재정을 어떻게 만들 것이며, 그 돈이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식사 대접을 하는 것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기도하던 중에 성도들이 내 생일이라고 준 축하 카드에 현금이 들어 있었다. 나는 이 돈을 Seed money로 삼아서 기금을 모았는데, 놀랍게도 이 프로젝트에 신청한 성도들 모두에게 100달러씩 나눠 줄 수 있는 금액이 모아졌다. 

후에 성도들이 간증을 나누었는데, 첫 세례자인 성도님은 직장 동료에게 식사 대접을 했다. 이분은 첫 번째 프로젝트 때 소포를 받은 분이었다. 소포는 감사한데 교회는 나갈 마음이 없다고 대답했었다. 이 분은 18살 때 교회를 떠났고 당시에는 오히려 교회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 상태라고 했다. 절대로 돌아올 것 같지 않는 탕자가 43년 만에 교회로 돌아와 등록하는 놀라운 사건이 일어났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분이 교회에 돌아온 이유는 우리 교회 첫 세례자인 성도님을 보고, 이 사람은 절대로 교회에 다닐 것 같지 않은 사람인데, 교회에 나가고 신앙을 갖게 된 것이 너무 궁금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분이 다니는 교회가 도대체 어떤 곳인지 너무 궁금해서 호기심에 구경하러 왔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이 교우님의 마음의 문을 열어주셨고, 지금은 주일 성수를 위해 직장을 옮길 만큼 삶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세 번째 프로젝트로 요즘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하이킹’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3번 몇몇의 교인들과 함께 건강과 전도를 위한 하이킹을 한다. 몇 개월 되지 않았지만 가나안 성도들이 이 모임에 나오고 있다.

 

Turnaround Church와 Turnaround Pastor 배우기
“Turnaround Church”를 요약하자면 교회는 태어나기도 하지만, 죽기도 한다. 즉 개척도 되지만 폐쇄도 된다는 이야기다. 학자에 따라 조금씩 다르나 교회에는 10번 정도의 정체기기 찾아오는데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Turnaround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정체되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각 시기 마다 점검해야 할 중요한 부분들이 있는데, 지금 우리 교회가 “Turnaround”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영적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이다.  Talbot 신학교 시절 3학기에 걸쳐서 훈련 받았던 “영성 훈련”을 번역하고 보완하여 “영적 공동체” 만들기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교회에는 결혼하기 위해서 억지로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원불교 학생회장 출신 교인이 있다. 늘 가정의 평화를 위해 교회를 다닌다고 말한다. 그 기간이 벌써 20년이 넘었다. 교회 리더십 때문에 잠시 교회를 떠난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평소에 워낙 말이 없기로 유명하신 분인데, 이 성도님이 신앙을 고백하였고, 교회를 자랑하더니 요즘은 전도를 한다. 이것이 바로 Turnaround 한 모습이다. 개척을 하고 난 후 깨닫게 된 것이 있다. 교회만 Turnaround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목사도 Turnaround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을 쓰고 보니 교회개척은 나의 사역에 그리고 목사로서의 삶에도 방향 전환(Turnaround)이었고, 그리고 지금 우리교회도 교회다움으로 방향 전환(Turnaround)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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