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들, 특히 크리스천들이 우리 사회 지도자들에 대해 갖는 불신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제 월드비전 및 여론조사 기업 바나그룹 등이 공동으로 조사한 ‘열린 세대(Open Generation)’라는 제목의 연구 보고서가 3일 월드비전 등의 주최로 신용산교회에서 열린 ‘2023 청소년 사역 콘퍼런스’에서 발표됐다. 이 조사는 2021년 7월 21일부터 8월 24일까지 전 세계 24,870명의 13~17세를 대상으로 시행됐다.

‘오늘날 지도자들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기독교인 10대들의 26%만이 신뢰한다고 답했다. 43%는 중립을 택했고, 31%는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기타 종교인 10대들의 지도자에 대한 신뢰도 37%와 비교하면, 10% 이상 낮은 수치다. 기독교인 10대들 중 21%만이 기독교인 지도자들이 공정하고 정직하다고 답했다. 타종교인 10대들이 종교 지도자들이 공정하고 정직하다고 답한 비율인 31%보다 역시 10% 정도 낮다. 기독교인 10대들이 우리 사회 지도자들에 대해 이처럼 불신하고 의지하지 못하는 데 대해 무엇보다 기독교 지도자들의 책임이 크다. 그 중에서도 기독교인 지도자들이 공정하고 정직하다는 답변이 기독교인 10대들에게서 불과 21%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굳이 타종교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그야말로 참담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오늘날 기독교 지도자들이 전혀 다음세대들에게 모범이 되지 못하고 존경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한국의 교회와 목회자들에 대한 신뢰도와 호감도가 바닥이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1월 25~28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조사한 ‘2022 종교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직자 호감도가 신부(45.5%), 스님(45.1%), 목사(25.9%) 순이고, 종교 호감도도 불교(47.4%), 가톨릭(43.0%), 개신교(22.8%) 순이었다.

기독교인 국가 지도자들의 현실은 또 어떠한가. 한국교회총연합(이하 한교총)에 따르면, 제21대 국회의원 중 자신이 크리스천이라고 밝힌 이들은 125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당선자 300명 중 41%가 넘는 비율이다. 그러나 지금 기독 정치인들, 기독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신뢰받고 존경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더 말할 가치도 없다.

기독교인 지도자들이 각성해야 한다. 기독교인들을 포함한 10대들이 교회가 ‘정의’ 문제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목회자들의 부도덕한 행위가 구설수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자격 검증을 강화하고, 교단 차원에서 지속적인 관리와 감독을 엄격히 해야 한다. “세상이 교회를 염려한다”는 기가 막힐 소리를 더 이상 듣지 말아야 한다.

목회자와 사역자들을 위한 각종 돌봄 프로그램들을 마련해야 한다. 목회자들이 목회 현장에서 겪는 심적·물적 고통은 심대하다. 이러한 고통을 예방하거나 그때그때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제대로 치리하고 치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엄격하고 권위 있게 지도하면서도 당사자가 진정으로 뉘우치고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 영향력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안달할 필요는 없다. 당장 하나하나의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아둥바둥하거나 세상의 비위를 맞추려 하지는 말아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직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올곧게 따르고 실천하며, 열심으로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