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회가 부성과 모성마저 메말라가는 참담하고 절망적인 세태에 빠져 있다. 최근 수원에서 발생한 영아 살해 사건은 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다. 범인은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각각 아기를 출산한 뒤 바로 목 졸라 살해하고 그 시신들을 냉장고에 보관했다고 한다. 범인은 이미 남편과 슬하에 세 자녀가 있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중 아이가 생기자 그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변명의 여지는 없다.

천하보다 고귀한 한 생명을 제대로 꽃피워 보지도 못하고,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해 줬어야 했던 존재들에게 무자비하게 살해당한 희생 아동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폐부를 찌르는 듯한 고통과 슬픔이 밀려온다.

더욱 고통스럽고 슬픈 것은, 이러한 사건이 결코 오늘날 이 사회에서 드물고 희귀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11년간 적발된 영아살해만 100건에 이른다. 또 김성희 경찰대학 교수 등의 ‘한국 영아살해 고찰’ 연구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0년까지 8년 동안 영아살해죄로 선고된 1심 판결문 46건을 분석한 결과, 가해자 46명은 모두 ‘생물학적 친모’였다.

최근 감사원 발표서도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 동안 출산 후 출생신고 되지 않은 아동이 전국적으로 2,236명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아이들은 학대와 방임의 환경 가운데 놓여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국입양가족연대 등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같은 기간 서울 베이비박스에는 1,418명의 아이가 발생했다. 이 중 상담을 통해 원가정 복귀와 입양 결정으로 출생신고된 아이가 373명이고, 나머지 1,045명은 미아신고를 통해 구청에 인계됐다고 한다. 

그나마 감사원이 발표에 언급된 2,236명은 ‘병원 출생기록’이 있는 아이들로, 베이비박스에서 확인된 ‘병원 외 출산 사례’는 2018년부터 최근까지 평균 10%가 넘는다고 한다. 

앞서 언급했던 김성희 경찰대학 교수 등의 연구 결과 판결문에서 분류된 영아살해의 동기(중복 집계)로는 ‘혼전 임신해 주변에 알려질 것이 두려워’가 87%로 가장 많았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양육이 불가하다는 판단에 따라’가 74%로 그 뒤를 이었다.

전국입양가족연대 등도 강간에 의한 출산, 10대 미혼모 출산, 외도 출산, 이혼 후 300일 이전 출산, 근친 출산, 난민 등이 포함된 불법체류자 출산 등의 속사정이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버려진 아기들을 돌보는 ‘베이비박스’ 주사랑공동체(대표 이종락 목사)는 오래 전부터 “비밀 출산을 돕기 위한 상담기관 지정 운영과 병원에서 출생 즉시 출생신고, 아이의 안전한 돌봄을 위한 양육지원, 비밀 출산한 생모의 익명성 보장, 아동의 신속한 입양 등의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와 관련한 법안들도 몇 년 전부터 제정이 시도돼 왔으나 아직까지도 차일피일 미뤄지고만 있다.

생명을 살리는 일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없다. 국회와 국가 지도자들은 모두 이 문제에 비상한 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관련 법과 제도들을 속히 정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독교계도 더욱 적극 나서야 한다. 국가 지도자들을 일깨우고, 국가의 복지사각지대를 채우며, 국민들에게 올바른 성윤리와 가치관을 교육해 이와 같은 비극이 더 이상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