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두기’ 없으면 불행이 다가온다

거리감 없는 애착은 집착을 낳는다
인간은 어떤 관계에서든지 
최소한의 심리적 거리감이 필요하다

이번에 소개하는 일반 서적은 진성섭 작가의『콤플렉스로 읽는 그리스 신화』이고 신앙 서적은 강준민 목사의『리더의 고독』입니다.

일반 서적입니다. 진성섭 작가는 ‘아레테인문연구소’를 설립하여 인문적 가치와 대안적 노마드의 삶의 방식을 연구하는 지식인입니다.『콤플렉스로 읽는 그리스 신화』는 불행으로 몰고 가는 힘을 콤플렉스라 정의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 불행한 힘을 잘 다루어 행복한 힘으로 바꿀 수 있게 하는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비극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는데, 하나는 운명이고 또 하나는 인간이 지닌 ‘하마르티아(인격적 결함)’이다. 인간의 운명이야 능력 밖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나, 인간의 마음속에도 자신을 불행으로 몰고 가는 치명적인 인격적 결함이 있다는 것이다.”(P. 7).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했던 내용은 ‘페르세포네 콤플렉스’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소제목은 ‘거리감 없는 애착은 집착을 낳는다’ 입니다. 제우스의 아내이면서 대지의 여신인 데메테르는 자식의 포로였습니다.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얻은 딸 페르세포네에 대한 애착이 지나쳐서 집착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페르세포네 콤플렉스라는 심리적 경향을 만들었습니다.

“페르세포네 콤플렉스는 어머니의 과도한 보호와 집착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딸의 심리적 경향을 말한다. 이 개념을 데메테르의 입장에서 반대로 뒤집어 보면, 딸에게 지나치게 집착해서 딸을 놓아주기 힘들어하는 어머니의 심리적 경향은 데메테르 콤플렉스라고 정의할 수 있다.”(P. 50)

인간은 어떤 관계에서든지 최소한의 심리적 거리감이 필요합니다. 집착적 모녀 관계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딸이나(페르세포네 콤플렉스), 딸을 너무 애착한 나머지 딸을 놓아주기 힘들어하는 어머니(데메테르 콤플렉스) 두 사람 모두 서로 떠나보내는 분리 훈련이 필요합니다.

“부모는 아이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적절한 심리적 거리도 반드시 보장해주어야 한다. 거리를 허락하지 않는 애착은 집착이다. (중략) 좋은 부모는 끊임없이 아이를 떠나보낼 수 있는 훈련, 즉 ‘분리 훈련’을 거듭해야 한다.”(P. 53)

신앙 서적입니다. 강준민 목사는 자신이 경험한 고독의 이야기, 수많은 리더가 겪었을 고독의 이야기를 큰딸의 제안으로 쓰게 되었는데 바로『리더의 고독』입니다. 저자의 글이 모두 탁월하지만 제가 읽으면서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제4장 ‘고독이 하는 일’입니다. 그중에서도 ‘고독은 친밀함의 깊이를 더하게 한다’는 글을 읽으면서 페르세포네 콤플렉스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하게 되어서 기뻤습니다.

“많은 관계의 문제는 거리 조절에 실패한 데 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자녀를 위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주어야 한다.”(P.129).

진성섭이 거리감 없는 애착이 집착을 낳는다고 지적했듯이, 강준민은 거리 조절에 실패한 관계가 문제를 야기한다고 강조합니다. 저자는 뛰어난 영성가답게 부모와 자식의 관계적 문제를 ‘사람 간의 적절한 심리적 거리’로만 해결하지 않습니다. 사람을 창조하신 ‘하나님과의 거리’를 통하여 유지, 지속, 발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합니다.

“하나님도 우리와의 관계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신다. 그 거리를 통해 친밀한 관계는 유지되고 지속된다.”(P. 129)

하나님과의 거리 조절에 관한 바른 이해를 갖기 위해서는 ‘외로움’과 ‘고독’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외로움이 어떤 인간이든 경험하게 되는 소외감을 말한다면, 고독은 외로움이라는 문고리를 통해 ‘하나님 앞에 홀로 있음’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좋은 부모,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인간의 외로움을 넘어 하나님과 독대하는 고독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가정과 교회에는 목사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필연적으로 리더가 됩니다. 리더가 되지 않으려고 해도 리더가 됩니다. 

리더는 가정과 교회에서 좋은 공동체를 세워야 하는 사람이어서 친밀한 관계의 비밀을 알아야 하지만 친밀함이 집착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친밀함이라는 이름으로 목사가 성도를, 부모가 자녀를 소유하려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제 경험에서도 그렇습니다. 목사의 콤플렉스를 해결하는 길은 사람과 더 친밀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독대하는 자리로 깊어지는 것입니다.

성령님, 사람과의 거리 조절에 실패하여 불행해지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성령님, 하나님과 독대할 수 있는 고독의 시간을 즐기는 목사가 되도록 인도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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