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의 피 흘린 유적지 순례
증도 문준경 전도사 순교기념관
정읍 두암교회, 논산 병촌교회 방문
성결교회 목회자로서 자부심 느껴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미주성결교회가 교단의 순교 성지와 신앙유적지를 순례했다. 제44회 총회를 마치고, 목회자와 성도 110여명이 5월 18~19일 1박 2일간 전남 신안군 증도리 문준경전도사순교기념관과 전북 정읍 두암교회, 충남 논산 병촌교회 등 순수한 신앙을 지키다 순교의 피를 흘린 생생한 역사 현장을 방문했다.

 

총회와 순교지 탐방으로 심호흡을 한다. 
정체성을 들이쉬고 자긍심을 내쉰다. 
미주성결교회 목회자인 것이 괜스레 
뿌듯하다. 감동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 
자긍심과 결단이 싹튼다

한 번은 가볼만 하다?! 
개인 사정으로 5일에 불과한 한국 방문기간 동안 순교지 탐방을 포기하고 일정을 변경해볼까 고민하며 선배님들께 물었다. “문준경 순교기념관 어때요?” 누가 외우라고 시켰는지 하나 같이 답변이 동일하다. “한 번은 꼭 가볼 만 해!” 한 번은 가볼만 한 곳이 결코 아니었다. 복음의 열정이 사그라질 때마다 반드시 시간을 내서 가야 할 성결인의 지성소다. 우리 성결교회가 이렇게 자랑스러운 순교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미처 몰랐다. 신사참배와 한국전쟁을 중심으로 발생한 한국의 순교자들은 대략 2,600명이다. 그 중에 내가 아는 이름은 두 명 뿐이었다. 순교한 성결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본 이번 여행을 통해 손양원, 주기철 목사님 외에도 순교자들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다. 순교 이야기를 들으며 밀려오는 뭉클함은 때 묻은 마음을 정결케 한다.

복음의 징검다리 문준경 전도사 순교기념관
기념관에 들어서면 ‘이성봉 목사가 길러내었고 김준곤 목사를 길러낸 신앙의 어머니 문준경’이란 글귀가 눈에 띈다. 37세에 예수님을 믿고 구원받은 문준경 전도사님은 이성봉 목사님의 도움으로 경성성서학원에 입학, 목회자의 길을 걷는다. 신안은 천사(섬이 1004개)의 섬이다. 섬들이 다리 혹은 배편을 통해 서로 연결된다. 일 년에 고무신 9켤레가 닳도록 걸어 다니며 섬들을 복음으로 연결한 문준경 전도사. 그녀는 살아생전 11곳의 교회와 기도처를 세웠다. 문준경 전도사님은 살아서 더 많은 영혼에게 복음을 전할 기회가 있음에도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증도로 다시 들어가 20여 명의 성도들과 함께 죽창에 찔려 순교한다. 징검다리에서 이제 순교해야 할 위치임을 아셨나 보다. 이성봉 목사님의 영성이 김준곤 목사님께 전수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다리’였다. 예수님과 성도, 성도와 성도를 연결하는 다리, 그것이 목회자의 모습일 것이다. 세련되고 화려하기보다는 복음으로 연결하는 자리다. 문 전도사님의 순교를 통해 복음으로 연결된 신안은 현재 65개의 성결교회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복음화율(50%)을 자랑한다. 육신의 자식은 없었으나 별과 같은 믿음의 자손들을 낳은 문 전도사님처럼 나도 복음의 징검다리가 되련다. 부족한 나를 길러 내주신 은사님들 이름 뒤에 “길러낸” 이란 문구와 함께 붙일만한 이름을 준비한다. 

9개의 순교 테마 따라 걷는 두암교회
공산당에 의해 성결인 23인이 순교한 두암교회는 9개의 주제로 마련된 순례 순서를 따라 걸으며 자신의 믿음을 점검할 수 있다. 

첫 번째 장소에는 양 쪽으로 총 16개의 돌이 세워져 있다. 앞면에는 질문이, 뒤에는 답변이 기록되어 있는데 두 개가 눈에 띈다. “성결은 성도의 ‘품격’입니다.” “순종은 성도의 ‘능력’입니다.” 성결의 품격과 순종의 능력을 갖춘 23인이 순교한 장소이다. 본당에 들어가 순교 드라마를 시청하고 합동 묘지로 이동하여 헌화했다. 1살짜리 아이들을 생매장시킨 공산당의 잔악함에 분노하고, 부활 신앙으로 죽음을 피하지 않고 순교를 선택한 모습에 감동하며 눈시울이 붉어진다. 기념탑과 기념시비를 지나 6번째 장소에 도달하면 순교당한 성도들의 집터에서 가져다 놓은 돌들 위에다 십자가를 세웠다. 이 돌들은 틀림없이 순교당하는 성도들의 믿음을 목격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을 것이다. 7번째 장소에서는 성찬에 참여한다. 떡을 떼기 전 “십자가를 지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 순교성지에서 이 질문은 더 이상 추상적이지 않다. 예수 믿는 것 때문에 죽을 수 있느냐는 도전이다. 목회자인 나는 예수님을 믿는 덕분에 누리는 것이 이렇게 많은데, 이분들은 예수님을 믿는 것 때문에 소중한 목숨조차 버렸다. “아멘” 하고 받는 순간 죽창과 돌무더기가 날아들 것만 같다. 순교자들의 피를 머금고 있는 땅에 서서 중생 성결 신유 재림의 순교정신으로 살리라 다짐한다. 

죽어야 다시 사는 것을 증거한 병촌교회
병촌교회는 전교인 74인 중 66명(남자 27, 여자 39)이 순교한 교회다. 젖먹이와 유아도 9명이나 포함된다. 공산당은 폐쇄된 예배당을 잠시 열어주고 예배에 참석한 사람들을 파악하여 3차례에 걸쳐 학살했다. 자신의 순교 차례를 직감한 성도들은 “내 영혼을 받으소서”라고 고백하자며 서로를 격려한다. 

정수일 집사(31세)도 만삭의 몸으로 젖먹이를 안고 “공산당은 패전하니 회개하고 예수를 믿으라”고 전도하며 “내 영혼을 받으소서!”라는 기도와 함께 순교했다. 한 교회에서 66명이 순교하여 역사적 유례도 찾기 힘든 성결교회의 자랑이다. 순교자들의 가족들도 국군이 지나가며 공산당에 가담한 사람들을 색출하는 과정에서 복수가 아닌 용서를 선택했다. 국군에게 끌려가 죽임을 당하지 않도록 가담자들의 옷에 태극기를 붙였다. 목사라면 누구나 배신당함의 쓴 기억이 있다. 외나무다리 같은 좁은 세상에서 언젠간 만난다. 병촌교회의 순교자들은 그럴 때 복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서도 용서와 사랑의 본을 보였다. 50주년 희년을 맞아 오해하기를 거부하고 서로 용납하고 사랑하기로 결정한 미주총회 선배님들의 멋진 모습이 겹쳐진다. 

영혼이 살아나는 여행
여행은 두 가지가 중요하다. 장소의 가치와 누구와 함께 하느냐다. 희년을 맞아 한국에서 개최된 미주총회는 ‘개인적 성령행전’의 모음집이었다. 재충전과 정체성 확인을 위해 총회에 참석한다는 어느 선교사님의 진솔한 고백이 고래를 상기시켰다. 고래는 물속에 살지만 어류가 아닌 포유류다. 물고기들과 어울리다가도 반드시 호흡을 위해 바다 위로 나온다. 총회와 순교지 탐방으로 심호흡을 한다. 정체성을 들이쉬고 자긍심을 내쉰다. 탐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미주성결교회 목회자인 것이 괜스레 뿌듯하다. 감동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 자긍심과 결단이 싹튼다. 순교자들의 성결한 삶을 본 받아 살리라 다짐한다. 시간 관계상 임자진리교회(이판일 장로 포함 48명이 순교)를 방문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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