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짬만 나면 성경 필사를 한다. 앉은뱅이책상에 성경을 펴놓고 있는 모습이 그래도 보기 좋다. 신약 쓰기를 마쳤을 때 축하하는 마음으로 제본소를 찾아 책으로 만들었다. 성경을 베낀 한 장 한 장의 필사 면을 묶어 말끔한 표지를 입히니 아름다운 신약 필사책이 탄생했다. 정성 들여 한 자 한 자 손으로 쓴 성경 구절들은 아내의 신앙도를 측정하는 기준도 될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성경 필사에 대한 여러 상념이 떠오른다. 

지금처럼 성도들이 신앙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자기중심적인 신앙으로 치닫는 때도 없었던 것 같다. 다각적인 사회환경 변화는 부지불식간에 성도들의 신앙문화에 역기능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느 교회든 담임 목사의 고민은 신자들을 잘 관리하는 데 있을 것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볼 때 요즘처럼 전도가 어려운 때도 없었던 것 같다. 길거리에서 전도지를 나눠주거나 가가호호 방문하던 방법이 이제는 거의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교회 나름대로 전도 방법을 찾고 현실에 맞는 선교활동을 위해 각종 아이디어를 내고 있지만 바람직한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덧붙여 코로나 시대 3년은 전도는 커녕 성실한 교인들의 교회 출석 장려마저 어렵게 했고 담임목사를 비롯한 교회 지도자의 역할도 미미하게 만들었다. 성도가 교회에 출석하지 않아도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없었다.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 새벽 강단을 지켰지만 이마저도 어렵게 되었다.

대구 대광교회(이인수 목사)는 7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도심 교회다. 코로나의 직격탄에서 이제 겨우 벗어나 교회를 추스르고 교인들에게 믿음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 기간에 담임목사가 교인 관리를 위해 채택한 대안 가운데 하나가 성경 필사다. 강요하지는 않지만 자기 신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가까이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으로 성경 필사를 권유하는 것이 좋겠다는 아이디어였다. 당회에서 결정한 일도 없지만 교인으로서 마땅히 성경과 가까이하는 것이 옳은 신앙의 길임을 가르친 담임목사의 신앙지도는 예상보다 많은 결실을 가져왔다. 우리는 설교를 통하여 성경 시대의 문화상을 반복하여 듣곤 했지만 단편적인 이해에 만족해야만 했다. 체계적으로 성경을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많았다. 그 같은 문제들은 성경을 직접 써 봄으로써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성경 필사에 참여하는 신도들은 60세가 넘는 분들, 특히 여성분들이 많았다. 젊은이들은 손 글씨를 쓰지 않는 컴퓨터 세대라 참여가 적은데, 청년들의 성경 필사 참여를 확대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성경을 컴퓨터로 써도 좋다고 허용하면 된다. 컴퓨터로 성경을 쓰더라고 손으로 쓰는 것과 같다는 것을 주지시키고 성경을 쓰는 이유가 자기 신앙의 연마에 있음을 신앙적으로 지도하면 될 것이다. 

다른 생각 없이 ‘나는 컴퓨터로 성경을 쓴다’는 의식만 부여하면 손으로 쓴 것과 다를 바 없다. 지금처럼 젊은이들의 신앙교육이 어려운 때에 컴퓨터로 성경 쓰기를 장려하면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성결 필사를 한다고 해서 그 엄청난 성경의 내용을 이해할 수는 없다. 다만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외경심이 각자 신앙의 길라잡이가 될 수 있음은 확실하다. 문호 톨스토이는 세상의 많은 문학서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은 성경이란 말을 했다. 그렇다. 성경은 문장도 수려할 뿐 아니라 품은 의미가 정말 오묘하다. 신·구약 필사를 완성하면 그만큼 내 신앙의 키가 커질 것은 자명하다. 청년들의 성경 친숙을 위하여 ‘컴퓨터로 성경 쓰기’를 장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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