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치에 맞서 싸우던 젊은 목사 헬무트 틸리케는 나치 권력의 오만하고 거친 횡포에 절망했다. 나치에 순순히 동조하는 대학과 교회를 보면서 이럴 수는 없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러나 하나님과 단독으로 마주하는 기도의 자리에서 자신의 속사람이 비참할 정도로 휘청이고 있음을 확인하고는 광야의 시험을 온몸으로 감당하는 예수 그리스도에게 자신의 온몸을 던지기로 결단했다.

▨… 그렇게 자신을 던지자 나치에게 동조하는 교회와 대학을 향해 잘 벼린 송곳을 들이대듯 비판을 일삼던 자기자신에게도 자신이 알지 못했던 탐욕이 도사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확인이 틸리케를 전율하게했다. 광야 40일의 시련과 시험을 참아내고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 그리스도의 빈 손만 자신을 잡아줄 수 있음을 비로소 깨달았던 것이다. 그 체험 이후 틸리케는 그 빈 손에 자신을 온전히 맡겼다. (참조: 손성현, 『신과 악마 사이』

▨… 이 틸리케가 전혀 신학자연하지 않는, 또한 찰스 스펄전 이후 손꼽히는 명설교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그 이름이 기록되어지고 있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는 신앙고백을 우리에게 들려 주고 있다. 자칫 잘못 들으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느냐고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고 신앙의 경지가 여기까지 이르러야 한다면 오늘의 성결인들은 ‘그것이 가능한가?’하고 되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진솔한 신앙고백은 범 잡아 먹는 담비일 수도 있음을 깨우쳐 주는 한마디 아니겠는가.

▨… 틸리케가 증언했다. “나는 목사가 되어 처음 성서연구를 인도할 때, ‘나는 하늘의 땅과 모든 권세를 받았다’는 예수의 말씀을 믿기로 결심하고 시작했습니다. 이 말씀은 당시에 권좌에 있던 히틀러와 그의 무서운 권력구조도 전능하신 주님의 손이 쥐고 있는 줄에 매어달린 인형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나에게 확신시키기 위하여 주어진 것이었습니다.” 틸리케의 이 증언을 범에게 덤비는 담비의 만용쯤으로만 치부하는 성결인도 있을까?

▨… 니느웨성을 주장하시는 이가 하나님이심을 믿는 우리 성결인들은 박 넝쿨의 시듦 때문에 화를 내는 요나 편에 설 의향은 조금도 없을 뿐만 아니라 요나 신드롬과도 전혀 상관이 없다. 지난 주간의 한국성결신문 운영위원회, 후원회 총회에선 많은 참석자들이 무엇이 하나님의 뜻인가를 물으며 우왕좌왕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내가 아끼는 것이 어찌 합당치 아니하냐”, 그분은 계속 물으셨다. 이제는 우리가 대답할 차례다. 틸리케처럼 주님의 빈 손에 자신을 온전히 던지는 결단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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