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순절 또는 고난주간을 맞으면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의 많은 교회들이 멜 깁슨 제작, 감독의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를 즐겨 상영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의 마지막 끝부분 12시간에 카메라의 앵글을 맞춘 이 영화는 관람자 대부분이 비탄 속에서 눈물을 쏟아내게끔 만든다. 그리고는 한목소리로 고백하게 한다. “은혜, 많이 받았습니다.”

▨…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영화로써 성공작인지 아닌지는 애오개가 관심을 기울이거나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 다만,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눈물을 훌쩍이며 은혜 많이 받았습니다라고 고백하는 상황을 계산하고 그 계산에 영합해서 영화를 상영한다면 그것은 영화제작자의 미소만 유발할 뿐, ‘은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해 두고 싶을 뿐이다. 다만, 예수 그리스도 그분의 삶의 마지막 부분 12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반추해보기 위한 것이라면 그 의미가 긍정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 모르기는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끝부분 12시간에는 영화인이라면 누구라도 카메라에 담고 싶어할 극적인 요소가 넘쳐나는 장면들이 줄을 잇고 있지 않은가. 가슴을 찡하게 하는 모자 간의 대화가 있는가 하면, 스승을 향한 제자의 배신, 권력의 횡포, 인간의 비열함, 간악함과 잔인함, 십자가의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여인들의 아픔, 천지를 뒤흔드는 알 수 없는 힘의 공포 등 어느 누구의 인생 끝자락 12시간이 그처럼 처절하고 긴박스러우며 진실이 가슴을 쥐어뜯는 경험을 하게 하겠는가.

▨… 그러나 영화는 역시 영화다. 피냄새로 가득한 십자가는 당시 종교인들의 비열함, 로마 권력의 잔악함을 낱낱이 드러내었다. 인간 예수의 고난도 관객들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도록 생생하다. 그러나 자기를 비워 인간이 되신 하나님의 사랑(빌2장)을 드러내기에는 역부족인 카메라의 한계를 그 누구도 깨뜨릴 수 없었던 것일까. 피범벅의 십자가는 인간의 고난을 증언할 뿐 하나님의 고난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과언일까.

▨… 디트리히 본회퍼에 의하면 “성육신하신 분을 닮는다는 것은 진실로 인간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은 인간다운 인간을 사랑하신다. 하나님은 참 인간이 되셨다. 십자가에 달리신 분을 닮는다는 것은 하나님에 의해 심판받는 인간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기독교윤리』, 한글·채수일) 우리 성결인들은 사순절에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거울로 해서 그분을 닮고자 하고 있는지 투영해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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