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이 2월 22일 시작된다. 사순절은 부활절 전까지 여섯 번의 주일을 제외한 40일의 기간이다.

물론 그리스도인들은 매일매일 십자가와 부활의 진리를 묵상하고 체험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교회가 이 같은 절기들을 제정하고 기념하는 전통을 이어 오고 있는 것은, 그러한 절기들을 통해 망각과 타성에 빠지기 쉬운 우리의 영혼을 일깨우기 위함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사순절 기간에 교회는 전통적으로 회개, 기도, 절제, 금식, 경건 등에 더욱 힘써왔다. 그리함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에 조금이나마 동참하고자 했던 것이다.

우리 성도들은 먼저 이 기간 이 땅의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기도와 섬김을 위해 더욱 힘쓰길 바란다. 예수께서 찔리시고 상하셨던 것은 그분이 아닌 우리의 죄악과 허물로 인함이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죄악의 세상을 버려두지 않으시고 성육신하셔서, 그 누구보다 더 고통스럽고 비천해진 그 자리에서 온 인류를 구원하셨다. 우리가 그분을 따르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마땅히 그분이 가셨던 낮아짐과 비움의 길을 따라가야 할 것이다.

갑작스러운 대재난으로 수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이들과 집과 고향을 잃어버린 저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위해, 계속되는 전쟁으로 극한의 고통과 절망에 내몰리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국민들을 위해, 공산 독재정권의 압제하에 신음하고 있는 우리의 북한 동포들을 위해, 극단주의 이슬람 정권과 테러 단체들로 인해 박해당하는 전 세계 기독교인 형제자매들을 위해, 그 밖에 기아와 빈곤, 전쟁, 각종 재난 등으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우리는 기도하며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감사하게도 수많은 기독교 교단들과 단체들, 그리고 선교사들과 사역자들이 그들을 위해 각자의 현장에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이 일을 맡기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성도가 기도하며 각자 할 수 있는 노력에 동참할 수 있다면 더욱 뜻깊을 것이다. 사순절 기간 하루에 얼마간의 시간을 내 기도한다거나, 며칠에 한 번씩 금식하며 식사비를 헌금 또는 기부하는 식으로, 작은 노력이 모이면 더 큰 사랑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음식’을 먹지 않는 금식뿐 아니라 ‘미디어’와 거리두기를 하는 것에 힘쓰는 것도 매우 의미 있다. ‘미디어 금식’은 이제 모든 세대에게 필요해졌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및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이제 많은 이들이 일어나는 순간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미디어에서 멀어질 수 없게 됐다.

물론 미디어의 긍정적 효과도 많지만, 미디어에 과도하게 빠지는 것은 우리의 영적 건강을 해칠 수밖에 없다. 이 세상의 미디어는 점점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것들로 우리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의 정신이 많은 부분 하나님이 아닌 미디어에 지배당하고 있다. 따라서 사순절 기간만이라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미디어 사용을 자제하며, 삶의 우선순위를 바로 세우는 영적 훈련에 매진하는 것도 매우 바람직하다.

오늘의 교회, 오늘 기독교인들의 모습이,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의 무게를 더하고 있지는 않은가. 반성하고 스스로 정화·갱신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사순절을 단순히 형식적인 절기로만 여기거나 자신과 동떨어진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함으로써 그 부활의 영광과 기쁨도 함께 누리는 신앙의 경지를 체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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