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연합과 섬김 정신이 녹아 있는 태안 유류 피해 극복 기록물이 얼마 전 삼국유사 및 내방가사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으로 최종 등재됐다. ‘태안 유류 피해 극복 기록물’은 2007년 12월 충남 태안에서 발생한 대형 유류 유출 사고와 극복 과정을 담은 약 20만 건이 넘는 방대한 기록물이다. 

이는 우리나라 전통의 상부상조와 성숙한 시민의식의 사례로, 해양의존도가 높은 아시아·태평양 지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유할 가치가 있는 해양환경 정보의 집합체로서,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 목록으로서 의의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은 지난 1월 29일 명성교회 예루살렘성전에서 감사예배를 드렸다. 한교봉은 태안 원유 유출 사고 당시 환경을 복원하고 삶의 터전을 잃은 어민들을 위로하는 자원봉사단에서 태동한 기관이다.

이번 등재 건은 한국교회의 대사회 봉사와 선교 전략 등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각종 설문조사를 보면 대중이 한국교회에 주로 요구하는 점은 대체로 ‘사회봉사’가 많다. 또한 많은 이들이 교회는 이기적인 집단이고, 소외된 이들과 약자들에 무관심하다는 오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개신교가 모든 지표상에서 사회봉사에 있어 가장 적극적이다. 몇 년 전 한교봉이 발표한 ‘한국교회 사회봉사활동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들은 ‘사회봉사 활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하는 종교’로 29.2%가 기독교(개신교)를 꼽았다. 반면 천주교는 20.2%였으며, 불교는 3.8%에 불과했다. 반면 ‘사회봉사 활동을 가장 진정성 있게 하는 종교’로는 천주교를 29.3%로 가장 많이 꼽았다. 기독교는 13.0%에 불과했으며, 불교는 6.5%였다. ‘전문성’에 있어서도 천주교를 22.9%, 기독교는 16.3%, 불교는 3.5% 꼽았다.

소위 말해 기독교의 사회봉사는 ‘가성비’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기울이는 노력이 비해 진정성도 전문성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이 같은 결과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분열’이다. 천주교와 불교 등에 비해 개신교는 너무 많은 교파와 단체들이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기에, 상대적으로 일반인들이 체감하는 사회봉사 기여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교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자명해진다. 굳이 기구적 일치를 이루지는 않더라도, 이념과 지역 및 이해관계를 넘어 하나 될 수 있는 이 사회봉사에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이다.

이번 태안 유류 피해 극복 사례를 봐도, 연인원 총 123만 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 중 기독교인이 무려 80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독교 인구가 대한민국에서 약 1/5 정도라고 하는데, 이번 봉사에 있어선 무려 2/3 정도의 비율을 점했다.

이를 주도한 한교봉 관계자들 역시 “신학과 전통이 달라도 섬김과 봉사로 하나 될 수 있음을 깨달은 사건이었다”며 “오늘 감사예배 이후로 한국교회가 하나 되어 섬기는 일에 새로운 전환점이 형성되길 바란다”고 했다.

“교리는 분열되게 하지만 봉사는 일치하게 한다”는 말이 있다. 각자의 차이를 넘어, 예수를 구주로 고백하며 십자가와 부활의 신앙을 가진 기독교인들이라면, 이러한 아름다움을 보다 많이, 보다 크게 연출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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