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자의 무리에는 흔히 여러 마리의 암수 사자들이 섞여 있다. 그러나 번식을 하는 것은 주인 격인 어른 수사자에 한정된다. 간혹 어린 수사자가 성장하면 다른 사자의 무리를 공격해서 주인을 내쫓고 자기가 그 무리의 새 주인이 되기도 한다. 새 주인이 된 사자는 어미 사자가 모르게 기회를 보아 새끼사자들을 대부분 죽여버린다. 인간사에 빗대면 남의 집에 들어가 남편을 내쫓고 아내를 차지하고 자식을 죽여버리는 짓이라고나 할까.

▨… 사자의 이런 행위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저절로 아는 본능의 행위라고 동물학자들은 규정한다. 하나님이 지으신 이 세계의 어떤 존재도 수사자의 그 같은 파렴치한(?) 짓을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하지 않는다. 아무리 다른 수사자의 새끼라고 하더라도 배가 고파 잡아먹으려 하는 것도 아니면서 어미 모르게 새끼를 죽이는 행위는 백수의 왕답지 못하다고 의아해는 할망정 문제삼지는 않는다.(참조 : 정연보, 『초유기체 인간』)

▨… 어쩌면 억지스러운 비교라고 비난받을 수도 있겠지만 영아살해는 사자 외의 동물에게서도 흔히 발견되며 사람에게서도 그다지 낯선 현상은 아니라고 한다. 물론 사람의 경우에는 그 이유가 수사자의 경우처럼 단순하지만은 않다고 한다. 그것은 칸트의 지적처럼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가장 중요한 특성 즉 인간에게는 도덕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성서는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의 특성으로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이 인간에게만 주어졌음을 밝혀준다.

▨… 하비 콕스(H. Cox)에 의하면,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열매(선악과) 사건으로 ‘하나님의 형상’을 잃어버린 인간은 “절망하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절망에 빠져버렸다.”(『뱀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두지 말라』) 팬데믹 코로나의 그 많은 날들의 아픔 이후에도 한국교회는 다른 수사자의 새끼를 죽이는 사자가 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만 제기할 뿐, ‘Imago Dei’의 본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웬일인지 한사코 그 답을 피하고만 있다.

▨… 우리 성결교회는 성결교회이기에 수사자가 되는 일은 결단코 없다는 선언만으로 자족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갇혀 있다 하더라도 그 절망을 깨뜨리기 위해 우리는 물어야 한다. 예수의 십자가가 증언하는 ‘Imago Dei’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답은 이미 주어져 있다. 그 답은 우리 가운데서 아우구스티누스의 물음으로 살아날 것이다. “당신께 제가 무엇이길래 당신을 사랑하라 하시나이까.”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