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의 축제’ vs ‘의미의 축제’
젊은이들에게 ‘무의미의 축제’가 아닌 ‘의미의 축제’를 살아가게 하고 싶다

전우철 목사(뉴저지 열방교회
전우철 목사(뉴저지 열방교회

이번에 소개하는 일반 서적은 밀란 쿤데라의『무의미의 축제』이고, 신앙 서적은 팀 켈러의『인생 질문』입니다.

일반 서적입니다. 체코 출신 작가 밀란 쿤데라는 마지막 소설책을 쓰고 난 후 14년 만에 무의미의 축제』를 발표합니다.

기승전결을 무시하고 전개되는 짧은 소설, 줄거리가 잘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 때문인지 역설적으로 더 깊이 책의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특별히 그의 소설 기법인 대조법을 통해 소설『농담』에서는 ‘농담과 진담’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는 ‘무거움과 가벼움’을 인지하게 하였다면, ‘무의미의 축제’에서는 ‘의미와 무의미’를 대조하여 인생의 의미와 무의미를 깨닫게 합니다. 

소설의 주제는 제목 자체에서부터 풍기듯이 ‘무의미한 인생의 의미’를 밝히겠다는 것이고, 하찮은 일상이라 할지라도 오히려 ‘의미가 있는 축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밀란 쿤데라의 독특한 소설 기법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소설은 프랑스 파리에 사는 알랭, 라몽, 샤를, 칼리방, 다르델로 등 파리 남자들이 겪는 인생의 자질구레한 이야기들이 시공간적 배경의 일관성 없이 전개됩니다. 소설의 이야기를 다 소개하기에는 지면이 좁기에 대표적인 부분을 소개하면 다르델로와 라몽의 대화입니다. 

다르델로는 옛 직장 동료였던 라몽의 “즐겁게 사시는 것 같네요”라는 단순한 안부 인사가 맘에 들지 않아서 자신이 '암'에 걸렸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칵테일 파티를 마치고 뤽상부르 공원에서 다시 우연히 마주친 라몽은 다르델로에게 '암'에 걸린 옛 동료를 위로하는 메시지로 '무의미의 축제'를 이야기합니다. 

“무의미, 그것을 인정해야 해요. 그리고 더 나아가 사랑해야 합니다.”

신앙 서적입니다. 팀 켈러는 요한복음의 예수를 통하여 모든 사람이 한 번쯤은 해 봤을 법한 질문 곧 ‘무의미한 인생에서의 의미 있는 길’에 대한 대답을 주고 있습니다. 회의론자였던 나다나엘과의 만남, 지성인이었던 니고데모와의 만남, 나사로의 죽음을 직면한 마르다와 마리아와의 만남 등을 통해 ‘무의미한 인생을 의미 있는 것으로 여기라’가 아니라 ‘무의미한 인생이 어떻게 의미 있게 되는가’에 대한 길을 이야기합니다. 

『인생 질문』의 서문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습니다. “인간은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수많은 질문에 둘러싸여 산다. 기독교는 예수가 그 모든 것의 ‘답’이라고 말한다.”

예수는 나사로의 죽음을 직면하고 있는 마르다에게 ‘죽음 뒤에 있을 부활’에 대하여 가르칩니다. 밀란 쿤데라가 암에 걸린 다르델로에게 그 슬픔을 이기기 위한 ‘무의미의 축제’를 가르쳤다면, 팀 켈러는 나사로의 죽음을 두고 슬픔에 잠긴 마르다에게 실재하는 ‘의미의 축제’로 나아가도록 인도합니다. 

예수는 나사로의 죽음을 받아들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죽음에 순응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죽음도 의미가 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무의미한 인생을 축제로 여기라고 주장하지도 않습니다. 예수는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인간’에게 ‘의미 있는 인생’을 주기 위하여 가장 ‘의미 있는 죽음’을 선택하셨습니다. 그의 십자가 죽음은 세상이 볼 때 '무의미한 죽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람을 살리기 위한 ‘가장 의미 있는 행동’을 감행하신 것입니다.  

밀란 쿤데라의 책을 통해 ‘무의미의 축제’를 배웁니다. 그리고 팀 켈러의 책을 통해 ‘의미의 축제’를 배웁니다. 밀란 쿤데라는 ‘무의미의 축제’를 사랑하라고 말하지만, 팀 켈러는 ‘의미의 축제’를 붙잡고 계신 예수를 사랑하라고 말합니다. 

요즘처럼 무의미한 나날을 보낼 때가 있을 정도로 젊은이들의 일상이 걱정되는 시대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무의미를 인생 가운데 받아들이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볼 때 걱정을 넘어 슬퍼지기까지 합니다. 

보통 사람이 ‘무의미’를 인생 가운데 받아들일 때의 모습은 ‘포기’ 할 때입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그냥 받아들이는 것으로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인생의 많은 질문 속에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팀 켈러의 책을 통해 ‘무의미의 축제’가 아니라 ‘의미의 축제’를 살아가게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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