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후자-기업

창세기 23장에는 아브라함에게 일어난 가슴 아픈 사연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의 사랑하는 아내 사라의 죽음이었습니다. 사라의 오직 남편인 아브라함만을 의지하여 갈대아 우르에서부터 하란을 거쳐 이곳 약속의 땅으로 왔던 인생의 반려자였습니다. 아마도 성경에는 다 기록되지 않았지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생을 겪었을 것입니다. 그런 아내가 죽자 아브라함은 자신이 거주하는 이방인의 땅 주인이었던 헷 족속에게 죽은 아내를 위한 매장지를 요구합니다. 이에 헷 족속은 아브라함의 상황에 동감하며 그에게 매장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이 뿐 아니라 그들은 아브라함에게 묘실(히. 케베르) 즉 매장지 중에서 가장 최선의 것(히.베)을 택하라고 제의합니다. 그들의 호의가 얼마나 고마웠을까요? 아브라함에게 그들의 호의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을 것입니다.

이제 그는 헷 족속의 호의를 받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언젠가는 그들에게 갚을 기회도 오게 될 터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은 그들이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매장지’(히.케베르)를 값을 주고 매입하겠다고 나섭니다. 이에 그 밭의 소유자였던 에브론도 모든 사람들이 듣는데서 아브라함에게 매장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확언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그들의 호의에도 불구하고 아브라함은 최대한의 예를 갖춰 몸을 굽히며 매장지가 속한 밭을 사겠다고 간절히 사정(히.아크 23:11)하는 모습이 우리를 의아하게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아브라함은 매장지가 속한 에브론의 밭을 은 사백 세겔에 매입하기로 합니다. 그 당시 은 사백 세겔이 어느 정도의 가치가 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1세겔이 대략 11.5g 이니 어림잡아 4kg가 넘는 양의 은이었음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통일왕국시대 다윗이 인구조사건으로 인해 하나님으로부터 심판 받을 때 다윗은 자신의 죄를 회개하며 하나님께 제사를 드립니다. 이를 위하여 아라우나는 다윗에게 자신의 토지와 소와 제사에 필요한 나무를 제공하겠다고 하였으나 왕은 그에게서 타작마당과 소를 아리우나에게서 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값이 은 50세겔이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족장시대 아브라함이 아내의 매장지를 위해서 은 400세겔을 셈하여 주었던 것이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내의 죽음이라는 상황에서 굳이 매장지를 흥정조차 없이 에브론에게서 매입하겠다고 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는 아브라함이 자신의 아내의 매장지에 대해서 언급할 때 ‘매장할 소유지’ (히. 아후자트 케베르 23:9)라고 하는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히브리어 ‘아후자’라고 하는 말은 본래 ‘소유권’를 가리킵니다. 이 용어는 신학적 용어로써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시며 이 땅이 아브라함에게 영원한 기업이 되게 하시겠다(창 17:8)고 하실 때에 사용되었습니다. 즉 아브라함이 아내의 매장지를 가리켜 ‘아후자트 케베르’ 라고 함으로써 아브라함은 아내의 죽음을 위한 매장지가 하나님이 약속하신 ‘아후자’(기업)가 되는 시발점이 되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내의 죽음이라는 상황에서도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의 삶의 이유는 오직 하나님뿐이었습니다. 주변에서 믿음이 좋다고 할지라도 정작 주님을 삶의 첫째 자리에 두고 사는 예를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은 비록 아내의 죽음이라고 하는 상황에서도 오직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의 성취만을 바랐습니다. 혈혈단신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하여 그가 지시하실 땅으로 온 아브라함입니다. 마지막까지 아내의 죽음이라는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최고의 우선 순위로 둔 아브라함의 영적 몸부림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신앙인에게 우리의 우선 순위가 무엇인가에 대한 강력한 영적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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