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학교에도 빌드업이 필요하다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한국교회 교회교육에 닥친 위기에 절망감을 내비친 필자에게 동료 교수님이 해준 조언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출현하기 이전부터 시작된 교회교육의 위기가 코로나 기간을 지나면서 더욱 가중되었다.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교회학교는 여전히 예배 참여 인원의 감소, 관계 및 공동체 의식의 약화, 전도의 어려움, 교사 확보 등의 어려움과 씨름하고 있다. 

그래서 2023년은 다른 어느 시기보다 교회학교의 회복과 부흥을 위해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어둠이 가장 깊을 때 빛은 가장 빛나는 법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선 기초를 점검하고 다시 세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교회학교를 빌드업(Build-Up)하자!

지난 12월 초 대한민국은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대표팀을 응원했다. 축구 경기를 시청할 때마다 해설자를 통해 ‘빌드업(build-up)’이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들을 수 있었다. 빌드업 축구는 벤투 감독의 경기 운영 철학이기에 대표팀의 경기 전술 및 실제 경기 운영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빌드업은 ‘공을 가지고 팀 동료에게 연결하며 적진으로 나아가 공격하는 일련의 과정 중 기초단계’를 의미한다. 빌드업 축구는 한국 대표팀이 강팀과 맞서서도 대등하게 경기를 펼칠 수 있게 만들었다. 

영적 도약을 기대하는 교회학교에도 빌드업이 필요하다. 다음세대 사역의 당위성과 긴급성을 목회에 반영한 담임목회자의 목회철학과 건강한 교회학교 운영을 위한 영적·교육적 기초 다지기가 다른 어느 때보다 시급히 요청된다.

 

신앙 빌드업

학생들이 교회에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웨스 블랙(Wes Black)교수에 따르면, 미국 청소년들이 교회에 출석하는 이유는 1위가 ‘영적 갈급함 때문에’, 2위가 ‘친구 때문에’, 3위가 ‘습관적으로’였다. 2015년 실시한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연구보고서에서도 청소년들이 교회에 오는 이유를 1위가 ‘신앙 때문’, 2위가 ‘부모님 때문’, 3위가 ‘친구 때문’으로 밝혔다. 코로나 기간 예배와 교육 및 친교가 부족해서 학생들의 신앙이 정체되거나 퇴보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학생들이 교회에 대한 흥미를 잃거나 심지어 교회에 더이상 나오지 않게 만들기도 했다. 학생들이 교회생활과 신앙생활을 성실하게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교회가 그들의 신앙이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교회학교는 학생이 하나님을 만나고 경험하는 신비적 공간이다. 교회학교와 교사는 이러한 만남을 매개하는 수단이자 통로의 역할을 한다. 교회학교와 교사가 해야 할 일은 예배와 성경공부를 준비하고, 기도의 자리를 마련하며, 수련회 및 성경학교를 기획하고 운영하여 학생들을 하나님이 만나 주실 은혜의 자리로 인도하는 것이다. 그 만남을 통해 학생은 신앙의 사람으로 변화될 수 있다. 학생들의 신앙이 성장하도록 돕는 것, 이것이 교회학교의 존재 이유이며, 이 일을 위해 부름받은 사람들이 교사다. 

 

교사 빌드업

교육의 수준은 교사의 수준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교육학의 명제가 있다. 교육의 목적, 교육내용, 교육방법, 환경, 교사, 학생을 교육의 주요 요소라고 하는데 이 중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꼽으라면 필자는 교사를 꼽을 것이다. 교육의 성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교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반 교육과는 달리 교사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교회교육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교사가 정말 중요하게 여긴다면 교회는 교사의 성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들의 영적 정체성과 교육적 전문성이 개발할 수 있도록 교회는 체계적인 교사교육 과정(교사세미나, 교사대학 등)을 마련하여 운영해야 한다. 교사는 길러지고 만들어 진다. 

단회적인 프로그램보다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사교육 과정이 필요하다. 규모가 작은 교회는 연합해서 교사교육 과정을 운영할 수 있고, 지방회나 총회 차원에서 개발한 교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교회가 교사들에게 헌신만을 강요하기보다 그들의 성장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교사의 성장이 교회학교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다. 

 

전도 빌드업

한국교회는 빠르게 ‘가족종교화’ 되어가고 있다. 코로나19는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한 연구조사에서 신앙생활의 계기를 묻자 약 77%가 모태신앙이라고 대답했을 정도로 가족의 영향이 커졌다. 이러한 현상은 부모의 신앙이 자녀의 신앙에 영향을 미친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전도를 통해 교회에 유입되는 다음세대가 현저히 줄어들었음을 보여주는 부정적 측면도 가진다. 

엔데믹 시대 교회학교가 다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역이 복음전도다. 주님의 지상명령(마 28:19-20)이기에 실천해야 하고 교회학교의 지속가능성과 건강한 생명력 유지를 위해서도 전도가 필요하다. 특별히 다음세대 전도를 위해서는 ‘와서 보라(come and see)’는 전통적인 패러다임보다 ‘가서 만나자(go and meet)’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적절하다. 따라서 교사들은 ‘만남을 통한 관계 형성’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교회에는 아이들이 없지만, 거리와 학교에는 복음이 필요한 학생들로 넘쳐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으면 한다.      

 

가정 빌드업

교회와 가정은 자녀신앙교육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녀신앙교육에 있어 교회신앙교육의 몰입으로 인한 가정신앙교육의 부재는 신앙교육 실천의 과제로 남겨져 있다. 교회는 신앙교육의 독점적 지위를 내려놓고 자녀신앙교육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가정과 부모를 신앙교육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협력해야 한다. 학부모 모임 조직, 학부모 기도회 운영, 자녀양육 관련 세미나 개최, 진로 세미나 개최 등의 모임을 개발하고 활성화하여 자녀를 위해 교회와 가정이 함께 고민하고 기도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조쉬 덴하트(Josh Denhart)에 따르면, 교회에 출석하는 청년의 75%가 18세에서 29세 사이에 교회를 떠난다고 한다. 교회에 남은 25%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교회와 신앙을 떠나지 않은 이유를 물은 결과, 두 가지 이유가 가정과 관련된 것이었다. 주중 가정에서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과 주중 가정에서 신앙 관련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교회는 가정에서 부모가 직접적인 신앙교육을 실행할 수 있도록 그리고 기독교적 가정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펜데믹을 넘어 엔데믹 시대가 도래했지만, 교회학교가 직면한 위기와 도전의 산은 여전히 높다. 그럼에도 절망하기보다 희망을 노래하는 이유는 하나님이 희망이시기 때문이다. 반석이신 하나님은 교회교육의 기초이시다. 빌드업의 작동원리는 신뢰라고 한다. 우리를 사용하셔서 2023년 새로운 일들을 만들어 가실 하나님을 신뢰하고 교역자와 동료 교사들 그리고 학생들들 신뢰하자. 하나님이 우리를 통해 내일을 위한 새일을 행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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