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 목사 (전주지방회 · 온빛교회)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Thales, 기원전 624년~546년 경)는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설파했습니다. 철학계에서는 만물의 근원에 대한 고찰에 방점을 찍어, 탈레스를 최초의 철학자라고 엄지척했습니다. “신(神)이 만물의 근원”이라는 생각이 압도하던 신화의 세상에서, 탈레스는 과감하게 발상을 전환하여 “만물의 근원은 신(神)이 아닌, 세상의 물질인 물”이라고 갈파했다는 측면에서 그를 일컬어 “철학의 아버지”라고 추앙한게지요. 여러 이견을 말할 수 있겠으나, 저는 탈레스가 세상의 여러 물질 가운데 “물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물질”이라고 생각했다는 점에서 그를 존중해 주고 싶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물과 함께, 물을 통해, 물에 의해 흥망성쇠의 과정을 거쳤고, 여전히 거치고 있습니다. 물 없는 역사와 인류는 존속될 수도, 존재할 수도 없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여, 인류의 역사를 물의 역사, 혹은 치수(治水)의 역사라 말할 수 있겠지요. 최근에 개봉한 영화 『아바타:물의 길』에 나오는 대사를 호출하는 게 좋은 설명이 될 수 있겠습니다.

“물은 주변에도 있고, 안에도 있다. 물의 길에 삶이 있고, 죽음이 있으며 빛과 어둠이 존재한다.” 

창조 세계를 비교적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 구약 성경의 창세기는 물의 기원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주고 있지는 않습니다. 기원의 추적보다, 물의 중요성에 주목하라는 성경의 의도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해 봅니다. 물길이 만나는 곳을 거처로 정해 주셨으나, 기어이 물길을 떠나 물 없는 곳에서 영혼의 조갈증(燥渴症)으로 고통받는 인생들에게 절실한 “물 같은 하나님의 은혜”, “생명수”, “생수의 강” 같은 성경의 언어가 물의 중요성을 각인시켜 주기 때문이지요. 

잘 아시는 것처럼, 물이 따뜻한 공기를 만나면 비가 됩니다. 차가운 공기를 만나면 하얀 색깔의 옷을 입습니다. 더 차가운 기운을 만나면 강하고 단단해지지요. 물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만나는 기온에 따라 외형은 바뀌게 됩니다. 물이 가진 독특한 성질이지요. 열대성 기온이 한반도로 유입되는 일이 빈번한 여름에는 물이 비가 되어 내리는 날이 많습니다. 한대성 기온이 높아지는 겨울은 여름과는 정반대입니다. 물이 흰옷을 입는 날이 자주 있습니다. 어떤 날은 물이 꽁꽁 얼어붙은 날도 있지요.

물이 때로는 비가 되고, 때로는 눈이 되고, 가끔은 얼음이 됩니다. 외모가 바뀐 비와 눈, 그리고 얼음은 물이 본질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또 한 가지 닮은 점이 있습니다. 위로부터 아래로 내려온다는 점입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게 물의 특성이자, 비와 눈 그리고 얼음의 공통점입니다. 하나님이신 예수님이 모양을 바꾸고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신 성탄절입니다. 눈 내리는 창가에 앉아 아래로 내려오신 그분을 깊이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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