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과 십자가

임마누엘은 우리가 언제나 주님을 생각하고
주님과 동행하며 주님을 닮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장 큰 축복입니다.
그것이 십자가를 통하여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신학대학교 전도학)

성탄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보통 성탄절을 떠올리면 ‘크리스마스트리’ ‘새벽 송’ ‘캐롤’ ‘선물’ 등이 떠오르는데, 저는 십자가가 떠오릅니다. 예수님의 탄생을 십자가와 연결시켜 구속을 강조하려함이 목적이 아닙니다. 그 이유는 임마누엘 때문입니다.

마태는 자신이 기록한 마태복음 1장 23절에서 예수님의 또 다른 이름인 임마누엘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는 복음서는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입니다. 마태복음에서 마태는 예수님의 탄생과 임마누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는 누가복음 2장에서 예수님의 탄생을 기록하며, 천사들이 목자들에게 전하여준 메시지,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 중에 평화로다”라는 말씀을 강조하며, ‘영광’과 ‘평화’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마태는 왜 예수님의 탄생을 임마누엘과 연결시켜 강조하고 있는 것일까요?

실제로 마태복음 1장 13절에 기록된 말씀은 이사야 7장 14절에 기록된 말씀입니다. 마태복음의 1차적인 독자는 유대인들입니다. 마태는 유대인의 입장에서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복음서를 기록하였습니다. 그렇기에 구약의 인용도 많습니다. 구약은 유대인들의 경전이기 때문입니다. 마태는 예수님의 탄생을 임마누엘과 연결시키며, 그것은 구약의 이사야 선지자의 예언임을 강조합니다. 즉, 예수님의 탄생은 하나님이 약속하신 임마누엘과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태는 마태복음의 맨 끝 내용에 다시 임마누엘의 내용을 기술하여 강조합니다.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마 28:20) 이렇게 보자면, 마태복음의 처음과 마지막이 임마누엘로 채워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태는 신약 시대를 시작하며, 예수님의 탄생으로 임마누엘의 약속이 시작되었고, 십자가의 죽으심으로 그 약속이 성취되었으며, 이제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세상 끝날까지 제자들을 떠나지 않겠다는 것을 강조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볼 때, 마태복음은 임마누엘의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임마누엘의 약속이 왜 십자가로 성취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마태는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기술하면서,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셨을 때 가장 먼저 일어난 일이 성소와 지성소를 가로막고 있었던 휘장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찢어졌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위에서부터 찢어졌기에 하나님이 찢으셨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셨을 때 성소의 휘장을 찢으셨을까요? 그것은 이제 예수님의 십자가의 공로로 누구든지 담대하게 하나님 앞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이것을 거꾸로 말하자면, 하나님께서 자유롭게 인간에게 다가오실 수 있는 길이 열려진 것입니다. 즉 임마누엘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시기 위하여 아들 예수님을 희생하셔서 새롭고 산 길을 열어 놓으신 것입니다. 십자가 사건이 임마누엘과 연결되는 고리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나님과의 길이 열려졌기에 하나님과 함께할 수 있는 임마누엘의 약속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할렐루야!

임마누엘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우리의 현재의 삶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때때로 경험하는 고난과 역경 속에서, 힘들어하고 어려워하며 눈물을 흘리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그런데 너무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경험하면, 그 순간 내 삶을 하나님과 연결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 낙담되고 어렵고 힘들기 때문입니다. 당장 현실적으로 나를 도와줄 사람이나 힘을 볼 수 없을 때 그러합니다. 그런데 그때 임마누엘은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그렇게 힘든 현실과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은 나와 함께 하신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이 현재화되고, 실제화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임마누엘입니다. 그렇기에 임마누엘은 우리가 언제나 주님을 생각하고 주님과 동행하며 주님을 닮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장 큰 축복입니다. 그것이 십자가를 통하여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구약을 보면, 성경의 위인들이 경험한 공통적인 삶의 모습 중에 하나는 임마누엘의 은혜였습니다. 여호수아가 모세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되었을때에도, 하나님은 “…내가 너를 떠나지 아니하며 함께 하겠다…”고 말씀하십니다. 모세와 함께 하셨던 하나님은, 그의 후계자인 여호수아에게도 함께 하시겠다는 약속을 해 주신 것입니다. 그 결과 여호수아는 이스라엘의 위대한 지도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또 한번의 성탄을 맞이하면서 마태가 강조한 임마누엘의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그리고 그 임마누엘의 약속은 십자가로 성취되었음을 상기시켜봅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의 삶의 현재 속에서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눈물이 있는 그곳에도 하나님은 함께 계시고, 아픔이 있는 그곳에도 하나님은 함께 계십니다. 좌절되고 낙망 된 그 자리에도 하나님은 함께 하고 계십니다. 그것이 가장 큰 축복이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의 근원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들도 다윗처럼 고백할 수 있습니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다닐지라도 해를 입지 않는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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