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시간대인 주일 오후 지상파 방송에서 찬양이 울려퍼졌다. SBS ‘싱포골드’에 출연한 헤리티지 매스콰이어가 우승팀 자격으로 스페인 합창대회에 출전해 찬양 ‘Total Praise’를 부르는 장면이 TV를 통해 방영된 것이다. 이는 새삼, 문화가 가진 엄청난 영향력과 가능성에 다시 한 번 주목하게 했다.

문화는 사람을 웃기거나 울리기도 하고, 깊은 정신세계와 철학을 전달하기도 하고, 불가사의한 영감과 힘을 주기도 하며, 서로 다른 존재들을 하나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 문화는 선교에 있어서도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직접적으로 복음을 담은 문화 콘텐츠를 통해 선교를 할 수도 있고, 복음과 관련 없는 문화 콘텐츠라 할지라도 복음 전파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실제 K팝과 K드라마의 유행으로 전 세계 한국인 선교사들이 현지인들에게 보다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된 수많은 사례들이 있다. 

더욱이 교회는 기본적으로 문화적 잠재력과 역량이 뛰어나다. 걸출한 문화예술인들 중 크리스천들이 많고, 또 그들이 어려서부터 교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꽃피우게 된 경우도 많다. 이번에 화제가 된 헤리티지 매스콰이어 뿐 아니라, 과거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MBC ‘나는 가수다’에서 활약했던 쟁쟁한 뮤지션들 중 상당수가 어릴 적부터 교회에서 문화적 자양분을 듬뿍 받으며 성공적으로 성장한 이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중문화 속 기독교계의 입지는 좋지 못하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 콘텐츠 속에 등장하는 기독교인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천편일률적이고 심각하게 왜곡돼 있다. 앞에서는 선을 말하지만 뒤에서는 악을 행하는 이중적 존재,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 존재, 이성과 과학을 무시하는 맹목적 존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의 이름 또는 ‘회개’를 이용해 아무런 죄책조차 느끼지 않는 존재 등이 그러하다. 올해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오징어게임>, 또 다른 넷플릭스의 화제작 <수리남> 등도 마찬가지였다.

기독교계가 앞서 언급했던 뛰어난 문화적 잠재력과 역량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반기독교적 콘텐츠들이 대중문화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실이 너무나도 통분하고 안타깝다. 문화가 활성화되려면 창조적이고 특출한 문화 인재들이 양성돼야 하고, 그들에 의해 고품격 문화 콘텐츠가 생산돼야 하며, 그것을 사용하고 즐기는 문화 소비자들이 있어야 하고, 그 소비를 통해 창출된 자본이 또다시 문화 인재 양성 및 문화 콘텐츠 생산에 투자되는 선순환이 끊임없이 일어나야 한다. 다른 모든 과정이 활발히 일어난다 할지라도 어느 하나가 침체된다면 문화는 죽어버린다.

기독교 문화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라고 할 수 있다. 뛰어난 인재들은 교회에 등을 돌리고, 그러다 보니 고품격의 문화 콘텐츠가 잘 나오지 않으며, 당연히 소비자들은 흥미를 잃고, 인재와 콘텐츠에 투자할 자본도 줄어드는 악순환이다. 뒤늦게 몇몇 대형교회나 대형교단들을 중심으로 기독교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큰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미 한번 깨져버린 선순환을 다시 일으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지도자와 문화 생산자들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지도자가 먼저 이 시대 문화를 통찰하고 리드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추고, 그것을 바탕으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하며, 문화 사역자들이 역사의식을 가지고 이를 뒷받침해줘야 한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차근차근 해나가는 지혜와 인내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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