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연합운동에 다시금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현재 국내 연합기관들 중 주요 교단들이 가장 많이 소속돼 있는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대표회장 선출 과정에서 큰 갈등을 노출한 것이다. 격론 끝에 결국 대표회장과 공동대표회장 등을 추대하긴 했지만, 몇몇 교단들이 여전히 불편한 심경을 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교총마저 분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가뜩이나 한국교회 연합운동이 극심한 분열로 과거에 비해 영향력을 많이 상실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더 하나 되기는커녕 오히려 분열하는 일은 절대 있어선 안 된다. 한교총과 기독교계의 지도자들은 과거 다른 연합기관들이 교권과 감투싸움으로 인해 분열됐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말고, 간절히 기도하며 섬김과 화합의 리더십으로 이 갈등을 치유해야 한다.

무엇보다 제도적인 허점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번 사태는 순번제에 대한 법적 규정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혼란이 가중됐다. 선거 과열을 막자는 취지로 도입된 순번제는 한교총에 있어 매우 핵심적 원칙 중 하나인데, 이에 대한 법적 장치들이 미비하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지도자들의 마음가짐이다. 아무리 법과 제도가 잘 돼 있어도, 구성원들이 잘못된 마음을 품는다면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큰 교단들은 작은 교단들을 배려해야 하고, 작은 교단들은 큰 교단들을 존중해야 한다. 모두가 권력욕과 명예욕을 내려놓고 철저히 낮아져야만 연합할 수 있다. 특정 교단이 크다는 이유로 앞서려 하거나, 특정 교단이 작다는 이유로 소외받아선 화목을 이룰 수 없다. 

특히 우리 교단이 이 일에 적극 앞장서야 한다. 우리 교단은 과거 한기총이 분열되기 이전, 교단 규모에 비해 많은 수의 대표회장과 총무를 배출하는 등 연합운동의 중추 역할을 해 왔다. 선배들의 그 같은 연합과 화목의 리더십과 은사를 현 교단 지도부도 발휘해줄 것을 기대한다.

한국교회의 하나 됨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현안이다. 한국교회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대재앙을 맞아 하나 된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면서, 대처를 지혜롭게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정부 당국과 언론들에 의해 부당한 대우도 받았다.

또한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 포괄적 차별금지법 및 동성애·낙태를 합법화하는 각종 악법들이 제·개정 추진되고 있을 뿐 아니라, 기독 사학들의 설립이념들이 침해받고, 이슬람 세력들이 침투하는 등 국가적 위기가 심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계는 강력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 만큼, 각 기관과 교단의 지도자들은 모두 사심을 내려놓고 화합 논의에 진지하게 임할 수 있기를 바란다. 먼저 한교총이 화목하고, 더 나아가 다른 연합기관들과의 통합도 이뤄야 한다. 작은 차이에는 큰 관용을 보이고, 대승적이고 합목적적으로 무엇이 교회를 위한 길인가를 깊이 고민하며 결단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소외되거나 손해를 강요받아서도 안 된다. 한국교회 모든 구성원들이 기쁨으로 하나 될 수 있도록, 구석구석을 두루 살피며 세심한 배려를 해 주길 바란다.

또한 잘잘못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동기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연합과 통합은 너무나 요원하기만 할 것이다. 기독교계에서 통합 추진이 또 다른 분열의 단초가 돼 온 사례가 무수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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