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훌륭한 사람은 스스로 깨닫는 사람이며, 좋은 조언을 따르는 사람 역시 훌륭한 사람이다. 그러나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남의 말을 듣고서도 그것을 마음에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쓸모없는 사람이다.” 이 글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윤리학』에 소개된 헤시오도스의 잠언이다. 이 잠언 한마디가 어느 패션디자이너의 마음을 찢었다. 목사의 사모로 사뭇 각별한 삶을 사셨던 어머니를 기리는 마음이 세모의 한파를 막아줄 수도 있지 않을까. 너무 욕심 가득한 바람으로 이 글을 쓰는지도 모르지만.

▨… “저는 어머니의 말씀을 귓전으로 흘려듣고 살았으니 참 쓸모없는 사람입니다. 살아보니 어머니가 남기신 말씀들, 무심코 흘려버렸던 어머니의 생각이 모두 흔히 접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삶의 체험과 깊은 성찰로부터 나온 귀한 말씀들이었음에도 그 의미를 전혀 모르고 살다가 이제야 조금씩 깨달아가는 것 같습니다.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 하늘나라에서도 제 이야기 들으실 수 있는거죠?”

▨… 패션디자이너 이광희는 고아를 돌보셨던 부모님께서 고아들에게 공평한 사랑을 베풀기 위해 자식들을 큰아버지 댁에 보냈으므로 다른 모녀들처럼 매일 얼굴을 마주하질 못했다. 그러나 자신의 인생길에서 순탄치만은 않은 일들을 겪을 때마다 어머니는 길을 잃지 않도록 이정표가 되어주었고 어떤 일을 생각하거나 결정할 때 항상 해답을 주었다고 밝혔다.(이광희, 『아마도 사랑은 블랙』)

▨… 그녀는 어머니의 믿음을 본받아 늘 패션쇼를 자선쇼로 진행하여 소외된 이웃을 돕고 나눔을 실천해 왔다. 2009년부터는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 구호사업 NGO ‘희망의 망고나무’를 설립, 자립지원 교육단지 ‘희망고 빌리지’를 열었고 한센인 마을을 지어가며 어머니의 유지를 지켜 어려운 이들을 돕는 삶으로 우리 가운데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을 강력하게 증거하며 드러내고 있다. 

▨… 이광희는 어쩌면 가정이 해체되고 파괴되는 우리의 현실 아니, 법조차 창조의 질서 파괴를 방조하므로 어머니를 사라지게 하는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기독교 신앙을 어떻게 세우고 이어가야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쯤되면 우리 스스로 물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땅의 다음세대가 신앙을 지켜갈 기반으로서의 가정을 보듬도록 이끌 의지가 과연 우리 교회에 있는가를… 우리가 헤시오도스는 아니지만 남의 행동을 보고서도 깨닫는 바가 없다면 설혹 믿음이 있다 한들 울리는 꽹과리 수준을 벗어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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