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위한 탄원시

이번에 소개하는 일반 서적은 김재식 작가의 『홀로 서는 시간』이고, 신앙 서적은 차준희 교수의 『시인의 영성 2』입니다.

일반 서적입니다. 김재식 작가는 희귀 난치병을 얻어 사지 마비로 자리에 누운 아내를 병간호하며 글을 쓰는 ‘간병 남편 출간 작가’입니다. 고된 하루를 버텨내며 내일을 꿈꿀 여력이 없는 자신을 하루살이로 표현하지만,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나누어주는 힐링 작가입니다.

총 45편의 시와 글이 실려 있는 책은 마치 시편의 찬양시, 탄원시, 감사시를 읽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 중에서 이 책을 가장 잘 표현한 것 같은 글과 시를 소개합니다. 

“ ‘나 아니면 살지도 못하는 처지면서….’ 갑자기, 정말 불쑥 속에서 이런 말이 올라왔다. 목에서 급히 멈추어 말로 나오지는 않고 도로 내려갔다... 만일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와 아내에게 전달되었다면 그 가시는 필경 아내를 찔러 피투성이로 만들었을 거다. 입에서는 멈추었지만... 어쩌면 이미 늦었는지도 모른다. 그 가시는 듣지 못한 아내를 찌르지 않았지만, 생각으로 떠올린 나는 이미 찔렸다. 그리고 나만이 아니라 내게 실망한 하나님도 찔렸다.”(P. 11)  

‘3시간 남편’이라는 애칭으로 불린 남편(3시간마다 아내의 소변을 도와주어야 하기에 자기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남편에 대한 별명) 없이는 스스로 홀로서기를 못하는 아내 이야기를 통해 ‘하나님 없이는 단 1시간, 아니 1분 1초도 살 수 없는’ 나 자신을 발견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포기할까’ 생각을 하다가도 내 생명의 주관자이신 하나님 때문에 힘을 내었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신앙 서적입니다. 차준희 교수는 독일 본 대학교에서 구약학을 전공한 신학자입니다. 『시인의 영성 2』는 시편 51편부터 100편까지의 해설과 묵상입니다. 

이 책 전체의 글은 깨달음과 감동의 내용이지만 그중에서 3가지만 나눕니다. 첫째는, 시편의 표제가 처음부터 본문과 함께 기록된 것이 아니기에 ‘해석의 기초’가 아닌 ‘해석의 영향’을 받은 결과물입니다.

둘째는, 시편의 대표적인 장르는 찬양시, 탄원시, 감사시이고 그것은 각각 ‘방향 설정의 시’(찬양시), ‘방향 상실의 시’(탄원시), ‘방향 재설정의 시’(감사시)입니다. 셋째는, 시편 88편을 통해 본 ‘개인 탄원시’에 대한 깨달음입니다. 

시편 13편의 말씀을 해석할 때 저자는 탄원시의 요소를 ‘부름/불평/간구/신뢰/찬양’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시편 88편에는 모든 단계는 생략되고 ‘탄원’하는 내용만 적혀있는데 이 시도 탄원시로 분류합니다. 하나님을 신뢰하며 토설하는 기도야말로 탄원시라는 것입니다.  

“이 시는 하나님과 사람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사람이 내뱉는 처절한 마지막 절규다. 시인은 인생이 항상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음을 상기시킨다. 이런 시가 성경의 시편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이 실제로 이러하기 때문이다. 믿음이 항상 삶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저 견디게만 해줄 때도 있다.”(P. 430)

지난 10월 29일에 158명의 목숨을 앗아간 최악의 압사 사고가 이태원에서 일어났습니다. 자녀를 잃어버린 피해자 어머니가 바닥에 앉아 땅을 치며 목 놓아 우는 장면이 제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내 딸이 저기 누워있어요!” 어머니의 탄원하는 외침이 사람에게 했는지, 아니면 하나님에게 했는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토설하는 어머니의 울부짖음에 하나님께서는 어떤 모습으로든지 반응하시고 신만이 줄 수 있는 위로와 평안을 주시리라 의심하지 않습니다. 

구약의 오래된 시편 기자의 탄원시가 2022년 10월에 피부로 와 닿습니다. 자식을 잃은 어미의 슬픔에 인간의 위로가 쉽지 않겠지만, 자식을 잃은 어미의 슬픔을 이해하고 위로해줄 사람은 없겠지만, 자기의 외아들 예수의 ‘토설하는 부르짖음’을 기억하는 하나님만은 외면하지 못하실 것입니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고통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차준희 교수의 시편 89편 메시지로 위로를 드립니다. “우리는 시인의 권고대로 “하나님이 없어”(ohne Gott) 보이는 상황에서도 “하나님 앞에”(vor Gott) 나아가 “하나님께”(zu Gott) 끊임없이 말을 걸어야 한다!“ (P. 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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