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봉사’로 신뢰 쌓고 교육 사역으로 미래 키운다
‘테바병원’ 설립 첫 걸음
한국 수준의 의료 제공 비전

내전의 상처가 남아 있는 르완다 땅에서 의료 사역을 펼치는 우리 교단 고민수 전문인 선교사(팔복교회·신길교회 파송).

전남대 수의대를 졸업한 그는 20여 년 간 목포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며 대학교수로 인재를 양육에 힘썼다.

그런 그가 2009년 가족과 함께 아프리카로 훌쩍 떠났다. 서구의 식민지로, 그리고 그로 인한 갈등과 분열로 힘들어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돕기 위해서다.

그의 아프리카 행은 예수전도단의 선교훈련(BEDTS)이 계기가 됐다. 신앙생활은 어려서부터 했지만 바쁜 일상과 사회 활동은 그를 주일 신자로 만들었다.

하지만 아내(김애심 선교사)와 함께 한 선교훈련을 통해 은혜를 체험하고 회복을 경험한 그는 하늘의 뜻에 순종해 선교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는 자비량 선교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운영하던 병원은 다른 의사에게 맡긴 그는 아프리카로 떠났고, 케냐에서 1년의 언어훈련과 적응 과정을 거쳐 2010년 르완다에 자리를 잡았다.

NGO를 통해 의료 사역 시작

이후 고 선교사는 자신의 장점을 기초로 의료를 중심으로 한 NGO사역을 시작했다.

사역에 앞서 그는 2010년 12월 지인과 후원자를 모아 ‘하츠앤핸즈(Hearts & Hands)’를 목포에 조직했고, 자신이 르완다 현지 담당자가 됐다.

첫 사역은 에이즈 예방을 위한 캠페인과 청소년 포경수술 지원. 그렇게 현지 병원과 협력해 2년간 2,000여 명 청소년에게 포경수술을 실시했다.

이어 초음파 진단기 등 대학병원 기자재 후원과 의과대학 학생을 위한 태블릿 컴퓨터 지원, 치과대학 임플란트 교육 및 기자재 후원, 치과대학 교수진의 한국 연수 등을 연이어 펼쳤다.

고 선교사의 사역을 지원하는 의미로 한국에선 매년 한 두 차례 단기 선교팀이 르완다를 찾았고, 의료선교 및 지역교회 방문 사역도 벌였다.

현지 의대 진학으로 의료사역 확장 나서

현지 의료 현실을 파악하게 된 고 선교사는 르완다 의대에 진학했다. 보다 전문화된 사역을 위해서 의대 진학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미 한국에서 수의사이자 교수로 사역했지만 현지 사역을 위해서는 현지 의료 실태를 정확히 알고, 현지 의료진들과 긴밀히 협력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늦은 나이에 시작한 6년간의 의대 생활과 1년의 인턴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한국 의대에서 배우고 익힌 전문 의료지식과 적극적 자세로 2019년 과정을 모두 마쳤다. 그렇게 르완다 최초로 한국 국적을 가진 현지 의사가 됐다.

‘복음 유치원’과 초등학교 등 교육에도 힘써

그는 르완다에서 의료 사역과 함께 교육 사역에도 힘썼다. 1994년 제노사이드(대량학살)로 부모를 잃은 이들은 오늘 30~40대, 젊은 르완다 사회의 주축이 됐다.

한국의 70년대처럼 많은 자녀를 가진 이들 부모들은 어렵게 자란 만큼 누구보다 자녀 교육에 관심이 높다. 수도 키갈리 시내에 많은 유치원과 초중등학교, 국제학교가 설립된 이유가 여기 있다.

그렇게 키갈리 ‘복음 유치원(Gospel Kindergarten)’이 준비되었다. 하지만 유치원 허가는 부지와 건물 확보, 교육용 기자재 마련 등에 상당한 재정이 필요했다.

고 선교사는 이를 위해 한국 방문 때는 밤늦게까지 병원에서 일하며 재정을 확보했다. 또 부부를 처음 선교사로 파송하며 후원한 목포복음교회, 예닮치과병원, 하츠엔핸즈와 개인 후원자의 지원과 협력도 큰 힘이 됐다.

그렇게 마련된 부지에 720㎡(218평) 건물을 지었고, 한국에서 좋은 교육 기자재를 확보, 컨테이너로 운송했다.

모든 준비를 마친 후 2017년 9월 르완다 교육부의 인가를 얻어 유치원은 이듬해 개원되었다. 20여 년 교사로 일한 김애심 선교사가 중추 역할을 감당했다.

그렇게 3학급으로 시작된 유치원은 초등학교 4학년 과정까지 180여 명의 어린이들이 재학 중인 알찬 교육시설로 성장했다.

현재 유치원 옆에는 초등학교 과정을 위한 3층의 새 건물 신축이 준비되고 있는데, 이 건물이 완공되면 교육법에 따라 내년 6년 과정의 초등학교 설립 허가를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게 되면 유치원서 초등학교까지 내실있는 교육으로 르완다의 다음세대 양육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르완다 선진의료를 이끌 테바병원 추진

고민수 선교사가 최근 가장 역점을 기울이는 일은 테바병원 설립이다. 히브리어로 방주를 뜻하는 ‘테바’처럼 사랑의 구원의 방주 역할을 하는 병원을 설립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병원 설립은 선교 초기 고 선교사가 가슴에 품은 꿈이다. 하지만 처음엔 르완다 의료 상황도 몰랐고, 큰 재정이 필요한 병원 설립은 꿈에 불과했다.

하지만 다양한 의료 사역과 경험, 르완다 의대 공부를 통해 현지 의사가 된 그에게 병원 설립은 가능한 꿈이 됐다.

서구의 경험을 수용한 르완다는 2000년대 초부터 커뮤니티-보건소-지구병원-종합병원으로 이어지는 의료 서비스 체계를 구축했고, 국립의대 등을 통해 의료진 양성에 힘썼다.

또 서구의 지원으로 현대화된 의료장비와 시설도 구축했다. 하지만 의료는 좋은 장비와 함께 실력 있는 의료진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더욱이 에이즈와 에볼라와 같은 전염병이 발생하는 아프리카의 현실은 더욱 실력있는 의료진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르완다에는 현지인 의사들에게 선진 의료 기술을 전수하고 이끌어줄 의료진과 선진 의료 체계가 요청된다”고 말하는 야마타 지구병원장 윌리엄은 한국에 의해 테바병원이 세워지고, 한국 의료진 등에 의해 교육과 실습이 이뤄진다면 르완다 의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르완다에는 전문분야 사설병원이 있지만 종합병원은 대학병원과 군 병원, 준종합병원 한 곳 뿐이다. 의료설비는 현대화됐고 병의 진단 및 분석 등은 일정한 단계에 이르렀지만 효과적 치료를 위한 경험과 의료적 기술은 더 나아져야 한다.

고 선교사는 테바 병원을 세워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아울러 원목실과 사회사업실을 통해 다양한 선교적 전략도 구상할 예정이다.

병원 설립 계획이 알려진 후 정부 보건부 관계자와 의료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까지 부지 확보만 한 상황으로 앞으로의 과제가 더 많다. 건물 신축, 현지 의료 인력 충원 및 의료 장비 확보, 선진의료 기술을 가진 의료진 진료 시스템 구축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고 선교사는 하나님이 언젠가는, 다른 이를 통해서라도 이루실 것을 믿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르완다 땅에 보내신 이의 뜻이고, 자신에게 부여된 소명이라 믿기 때문이다. 르완다 키갈리 = 조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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