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활하신 주님께서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일까. 주님의 제자 야고보는 땅 끝에 이르도록 그 먼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기도 잘 갔다. 프랑스의 국경 도시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서틀레에 이르는 약 800km의 길을 유네스코는 1993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 순례자의 길은 종교의 발생지 또는 종교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그 의미를 마음에 새기는 여정을 말한다. 산티아고 순례의 길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스페인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이뤄져 1년에 약 32만 명의 순례자들이 찾는다. 최근에는 한국인 방문객이 급증하여 국가별 방문객 기록에서 6위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주님의 유언이 비로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면, 과언일까?

▨… 예루살렘으로부터 서쪽 땅끝이 스페인이라면 동쪽 땅끝은 한국이다. 그 동쪽 땅 끝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되기로 결단한 사람들이 1,000만을 넘어섰다. 이 그리스도의 증인들이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자극을 받은 것일까 아니면 증인된 자의 사명을 자각한 것일까. 아름다운 다도해를 붉게 물들이는 노을처럼 다도해를 적셨던 순교자의 피를 되살리는 순례자의 길을 마련하려는 증인들의 몸부림이 명량바다의 물살처럼 거세지고 있다.

▨… 유네스코는 2018년 신안 개펄을 다도해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그 결과로 방문객 수가 자연스럽게 증가함에 따라 다도해 순례자의 길을 찾는 방문객 수도 급증하고 있다. 그 숫자에는 외국인 퍼센티지가 전체적으로는 미미하지만 눈에 띌만큼 증가하고 있어 동쪽 땅끝의 순례자의 길도 서쪽 땅끝의 순례자의 길 못지않게 세계를 하나로 묶는 감동을 안겨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서쪽 땅끝 순례자의 길은 팜플로나에서 푸엔테 라 레이나에 이르는 구간을 ‘용서의 언덕’으로 이름지었다. 동쪽 땅끝 순례자의 길에도 용서의 언덕이 있었으면 싶다. D.본회퍼가 밝혔다. “예수께서는 오직 타인을 위해서 존재하셨습니다”(D. 본회퍼, 『옥중서간』) 이 사랑이라면 교회를 탄압한 일본제국주의와 북한 공산당도 용서하고, 종교편향 운운하며 순례자의 길 조성을 훼방하는 세력도 용서할 수 있을 것이다. 다도해 순례자의 길에도 용서의 언덕, 또는 용서의 갯벌을 이름 붙이는 구간을 만들 수는 없을까. 우리는 회개의 터널 다음은 용서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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