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와 인사관리

무더위와 인사를 나눈 가을바람이 자리할 즈음이면 몇 통의 전화를 받는데요. 좋은 부목사를 소개해 달라는 내용입니다. 마음을 알기에 가볍게 여기지 않고 네트워킹을 활용하는데요. 연결 확률은 그리 높지 않은 편입니다. 

작은, 개척, 지방 교회의 동일한 비애 중 하나는 마땅한 동역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건데요. 여건상 크게 달라질 것 같지도 않습니다. 좋은 사역자를 찾기 어렵다면 키워야 하는데요. 시간과 비용을 들여도 어려운 일입니다. 

25년간 로고스교회를 섬기면서 인사 난맥을 경험했습니다. 사전 연락도 없이 주일 결석한 교육전도사를 찾아 나서기도 했는데요. 월리를 찾기보다 어려웠습니다.

전화기를 끈 게 아니라 아예 번호를 바꿨더군요. 선임을 보내 어렵사리 찾았는데 기껏 하는 말이라니 “아버지가 권해서 신학을 한 것이지 전 목회할 생각이 없습니다”였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그럼 그렇다고 전화라도 한 통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기대는 미련을 떠는 것입니다. 가르치지 않고 그냥 보냈습니다. 

개척 초기엔 광고를 내도 이력서 한 통 오지 않았어요. 어렵게 연결이 되면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그러다 인사철이 지나가 버리면 더 어려울 것 같았어요. 조급함에 눈과 귀가 막혀 평판 수렴 중 완곡어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청빙했다가 고생도 했습니다.

인사는 아무리 깊고 넓게 검증해도 모자라는 법인데요. 검증도 검증 나름입니다. 인사 담당자는 보이지 않는 것도 보고 들리지 않는 소리도 들어야 하는데 참 어려운 일이에요. 방심은 후회로 돌아왔고 성급한 인사는 고통으로 남았습니다. 

교회와 목회자가 서로 맞지 않는다면 양쪽 모두 곤란합니다. 서로가 곤란한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불편함을 피하느라 말하지 않고 불편함을 키우는 겁니다.

이럴 때 믿음과 용기로 무장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어떤 상황에서든 함께 하신다는 믿음입니다. 동역자가 떠난다고 할 때 잡는 것은 약자 코스프레일 뿐이에요. 떠나겠다고 하면 하나님의 섭리로 받아들입니다.  

로고스교회의 인사 시스템은 서류심사, 인사 검증, 동역자 면접, 담임목사 면접, 당회 순입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몇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첫째, 확신이 서지 않으면 미룹니다. 확신이 서도 불량률이 제법인데요. 사람이 없어서 불편한 것이 아무나보다는 낫습니다. 잘못된 인사는 불편을 넘어서 공동체의 고통이기에 미루는 게 좋습니다.

둘째, 잘못된 인사라고 판단하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합니다. 인사 오류의 반복은 리더십에 상당한 부담을 축적하게 되는데요. 부담을 감추거나 피하려고 ‘좋은 이별’을 미루다 보면 잦은 위기에 노출될 뿐 잘못된 선택을 만회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은사와 재능이 다르고 교회마다 DNA가 다른데요. 보냄과 떠남이 합력해서 선을 이루기도 합니다. 2년 만에 로고스를 떠난 동역자가 타 교회에서는 장기 사역을 감당하며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셋째, 찾으며 씨를 뿌립니다. 기다려도 오지 않고 찾아도 찾을 수 없다면 늦은 건데요. 그래도 늦을 때가 가장 빠를 때입니다. 이제라도 목회자 후보생을 발굴하고 키워야 합니다. 청년 중에서 찾을 수 없다면 리더십을 갖춘 중년까지 인재풀을 확장합니다. 

넷째, 타이밍의 법칙인데요. 개척 초기 저의 설익음이 동역자를 찌르기도 했습니다. 좋은 타이밍에 만나는 게 서로에게 복인데요. 로고스 출신 목회자는 일단 신대원 때나 졸업 후 타 교회에서 사역을 시작하게 합니다. 경험이 쌓이고 서로가 원하면 동역합니다. 

다섯째, 함께할 사역자의 패턴을 읽어 냅니다. 자주 이동하는 사역자는 피합니다. 한 사역지에서 풀타임 5년 정도 유경험자를 선호합니다. 죄송하지만 갓 졸업한 사역자는 이상이 과할 수 있어 피하는 편입니다. 

여섯째, 쌍방향 평판입니다. 평판이 전부는 아니지만 무시할 수도 없는데요. 아무리 잘해도 부정적인 사역자는 불만이 큽니다. 못 해 줘도 건강한 자는 감사를 알죠. 최선의 예우라도 생각과 평가는 상대적이고 주관적입니다.

해서, 성장 과정, 인성, 그의 발자취를 전방위에서 검증합니다. 교회 리더십의 인격, 능력, 사례비와 복지, 성장 가능성, 동역자들의 수준이 복합적으로 평판을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단서 조항입니다. 1년간 함께 사역해보고 서로가 불편하면 솔직하게 의사 표현을 합니다. 상처로 남기지 않고 ‘좋은 이별’을 하기로 약속합니다.

내가 부족해서 탁월한 자가 떠날 때 좋은 마음으로 보내기는 어렵지만 십자가의 피로 녹여내지 않으면 주님이 좋은 사람을 보내지 않으십니다. 우연으로 만나는 것 같으나 언제나 주님의 섭리가 있었습니다. 

인사의 선순환은 하나님의 축복인데요. 값이 있다면 어떤 대가를 지불해서든 선취하고 싶은 은혜입니다. 하루아침에 찾아오는 게 아니기에 오늘도 눈물로 한 알의 섬김을 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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