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을 파고 들어가자

편집자주 : 이번 호부터 임미영 박사가 고고학적 시각에서 구약성서의 세계를 진단하는 ‘고대 흔적을 통해 읽는 구약성서 세계’를 연재합니다. 임미영 박사는 서울신대를 졸업한 후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에서 수학하였으며 바일란대학교에서 고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스라엘이라는 땅은 모든 기독교인들의 그리움이요 꿈의 성지이다. 구약과 신약성서 전체의 배경이 되고 있는 그 땅에는 족장들, 왕들, 그리고 예수의 흔적이 산재해 있다. 성지순례를 다녀 온 이들은 방문한 장소들과 교회들의 사진과 영상을 돌려 보며 성서의 땅을 밟았다는 감동을 추억하곤 한다. 그들이 방문했던 장소들은 대부분 고고학 유적지로 성서 속 지명으로 불린다. 하지만 때로 ‘텔’ 이라는 독특한 명칭과 함께 히브리어나 아랍어의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볼 수 있다. 

텔이란 아랍어로는 tall, 히브리어로는 tl(tel)이라 기록하는 것으로서 ‘언덕’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언덕은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폐허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고대 중동 지방에서는 도시나 마을이 있었던 장소로 한 때 교통, 수원, 농지 등의 조건이 잘 맞아 사람들이 살고 있었으나, 자연적인 재해 혹은 전쟁 등으로 인해 사람들이 떠나고, 이 버려진 곳에 다시 집이 지어지고 사람들이 살게 되는 반복을 거듭하면서 이루어진 언덕을 텔이라고 불렀다.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므깃도 같은 도시의 경우에는 26개의 층이 있는 언덕으로 26번 이상의 거주가 반복되었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비록 도시는 버려졌지만 사람들은 계속해서 이곳이 폐허의 흔적이 있는 언덕 즉 텔이라고 불렀고 현재까지 그 기억이 남아있다. 이러한 언덕은 구약시대에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에스겔서 3장 15절에 등장하는 ‘델아빕’이라 번역된 도시의 델은 히브리어 텔의 한국식 표기로 “봄의 언덕”이라는 뜻을 가진다. 현재 이스라엘의 수도인 텔아비브(Tel Aviv)는 해변가 평원에 있는 도시이기 하지만 예쁜 뜻을 가진 이 성서 도시의 이름을 가져다가 쓴 예이다.

1800년대 이스라엘과 고대 근동 지역을 방문했던 많은 성지 순례자들 중 특히 에드워드 로빈슨(E. Robinson) 같은 영국인은 텔이라 불리는 장소들을 방문하고 성서 속에 등장하는 지명들과 일치시키는 일을 할 수 있었다. 지난 백여년 동안 이스라엘 구약성서 시대 고고학자들은 유적지 즉 텔을 발굴하였다. 발굴은 언덕의 위에서 부터 아래로 이루어지는데 텔을 파고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좀 더 고대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고학자들은 텔의 발굴이 마치 양파 까기 같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들은 성서와 관련된 많은 자료들을 세상에 드러냈다. 물론 어떤 자료들은 기독교가 알고 있었던 사실들과는 다른 의견들을 제시하여 주었고 한 때 우리를 혼돈에 빠지게 하였다. 그러나 텔을 파고 들어가면 갈수록 우리는 고대 성서의 세계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 고대의 흔적들은 성서 시대 이스라엘과 주변 지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성서 속의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드러냈고 보다 깊은 성서 이해를 돕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한층 이스라엘이라는 텔을 파고 들어가 성서가 쓰여졌던 공간으로 시간여행을 하고자 한다. <계속>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