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대 별 자살동기 파악 및 대처 필요
작은 관심이 극단적인 선택 막을 수 있어

최근 수원에서 일어난 세모녀 자살사건 등 경제적 어려움을 비관하는 자살이 늘어나면서 한국교회가 생명돌봄에 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살 유가족 돌봄과 지원 등 지금까지 자살 후 남겨진 가족들을 돌보는 일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자살을 막는 선제적 사역이 요청된다는 의미다.

특히 전문가들은 “코로나 기간동안 자살률이 감소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유보된 자살”이라며 “‘코로나 블루’와 계속되는 경제침체로 앞으로 1~2년 사이에 자살률이 급증할 것”이라고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증상을 일컫는다.

그렇다면 교회가 자살을 방지하고 삶의 의미를 전해주기 위해서는 어떤 사역이 필요할까? 먼저 연령대별 맞춤 사역이 요구된다. 연령대별로 자살을 시도하는 동기와 원인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사역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성별 자살률로는 남자가 여자보다 2.2배 더 높은데 연령대와 성별에 따라 자살을 선택하는 동기는 모두 달랐다. 11세부터 30세까지의 남자들은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끊임없이 경쟁으로 내몰리며 받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입학까지 이어지는 입시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한 31~60세의 남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자살 동기로 꼽았다. 대부분 가장으로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남자들이 부담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연령별 자살행동 위험성에서는 40대와 50대 모두 ‘이혼, 가족해체, 경제적 변화, 실직 상태’가 가장 높은 원인을 차지했다. 여기에 신뢰할만한 사람이 주변에 없고 음주문제까지 겹치면서 자살 위험성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61세 이상은 육체적 어려움을 많이 선택했다. 고령으로 인한 질환과 가족에게 짐이 되고 있다는 부담감이 극단적인 선택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에 여자의 경우에는 전 연령대에서 정신적 어려움을 자살의 동기로 선택했다.

이에 대해 안해용 박사(라이프호프)는 “남자의 경우에는 연령대 별로 뚜렷하게 구분되지만 여자들은 모든 연령층에서 정신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며 결국 자살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의 내면에 있는 아픔이나 상처에 관심을 갖고 돌봐준다면 자살률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안 박사는 “교회가 자살을 예방하고 생명돌봄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각 연령별 자살 동기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사역, 즉 어린이와 청년세대에는 상담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 중년의 소외계층에는 실제적인 경제적 지원을 한다면 보다 효과적인 사역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여기에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94%가 죽기 전 경고 신호를 보내지만 유가족의 77%는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변 사람들의 작은 관심이 자살을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자살 시도자들이 보내는 주요 경고 신호로는 수치심과 외로움, 절망과 무기력함을 느끼거나 표현, 타인과의 관계 회피, 식사량과 체중이 줄어듦, 자기비하적인 말과 신변정리 등이 손꼽힌다.

라이프호프 대표 조성돈 교수는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교회가 자살예방 교육을 의무화해 생명의 문화 확산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라이프호프는 오는 9월 18일을 생명보듬주일로 정하고 자료를 제공하는 등 자살예방에 힘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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