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으로 그 이름을 한국인에게 알린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아포리즘의 대가로, 블랙 유머를 몹시도 즐긴 해학적 재담가로도 미국문화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 그 정수가 그의 소설 『얼간이 윌슨』의 각 챕터의 서두에 나타난다. 마크 트웨인은 허구의 문서인 “얼간이 윌슨의 책력”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세상이 인정해왔던 진리에 아이러니를 대비시키는 날카로움의 진수를 맛보여 주었었다.

▨… “삶이 어떤 것인지 알 정도로 충분히 오래 산 사람이라면 누구나 우리가 아담, 즉 우리 인류의 첫 큰 은인에게 얼마나 크게 고마워할 빚을 지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그는 이 세상에 죽음이 있게 했던 것이다.”(『얼간이 윌슨』 3장) 촌철살인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한마디의 의미를 어떻게 그리스도인이 외면할 수 있을까. 어쩌면 물어보기조차 쑥스러운 문제아닐까.

▨… “어떤 사람은 계급을 숭배하고 어떤 사람은 영웅을 숭배하고 또 어떤 사람은 권력을 숭배하고 어떤 사람은 하나님을 숭배한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돈을 숭배한다.” 이쯤되면 손바닥으로 자신의 이마를 치지 않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자신에게서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보물 –자신의 자유-를 매일매일 강탈하는 사람의 물건이나 돈을 훔치는 것은 최후의 심판 날에 하느님이 기억할 만한 그 어떤 죄도 짓는 게 아니라고 완벽하게 확신하는”(참조‧이수은, 『평균의 마음』) 『얼간이 윌슨』의 록시라면 모르지만…

▨… 흑인의 피가 조금 섞인 백인 록시는 노예로 살아야 하는 자신과 아들의 운명을 탓하다가 자신의 아기와 주인의 아기를 바꿔치기 한다. 그 행위에는 교회에서 들은 ‘깜둥이 전도사’의 설교가 촉매제로 작용했다. “인간은 믿음으로나 노력으로나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으며 공짜로 오는 은총만이 유일한 길이고 그것은 오직 주님 말고는 아무에게서도 나올 수 없다.” 이 설교의 ‘공짜로 오는 은총’이  록시를 흔들었던 것이다.

▨… 록시에게서처럼 교회의 가르침이, 때로는 교회의 침묵이 제멋대로의 해석을 용인해 실정법을 범하게 한 경우는 없을까. 마크 트웨인은 19세기 교회의 부족한 점을 에둘러 빈정댔다. 그러나 록시의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위로하는 교회의 모습을 끝까지 드러내려고 하였다. 교회를 향한 자신의 기대를 보여주려는 것처럼. 이쯤에서 자문해보자. 록시가 우리의 삶 한 가운데 있다면 그리스도인으로서 나의 용서는 어디까지 가능한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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