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하던 무더위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단번에 꺾이고, 아침 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올해도 창조의 섭리대로 변함없이 가을이 찾아 온 것이다. 그리고 평소보다 조금 더 빨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가 찾아왔다.

이번 연휴는 9월 9일(금)부터 12일(월)까지로, 대체휴일을 포함해 총 4일이며, 주일인 11일은 그 중 셋째 날이다. ‘주일성수’를 소중히 여기는 기독교인들은 자연히 주일을 기준으로 연휴 일정을 계획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8일 오후부터 고향을 오간 뒤, 11일 주일에는 본 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드리고, 12일에는 휴식을 취하거나 가볍게 여가를 즐긴 뒤 13일부터 일상으로 복귀할 계획을 세우는 기독교인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또 한 가지 선택지가 있다. 바로 미래목회포럼에서 십수 년째 진행 중인 ’명절 고향 교회 방문 캠페인’이다. 설과 추석 명절마다 고향을 찾는 성도들이 ‘고향 교회를 방문’하여 예배를 드림으로써, 고향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을 격려하자는 내용이다.

고향 교회에서 하나님께 영과 진리로 예배도 드리고, 헌금으로 고향 교회에 힘을 전하며, 목회자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하면서 격려하자는 구체적 실천사항도 마련돼 있다.

미래목회포럼 대표이자 서광성결교회 담임인 이상대 목사는 “한국교회의 못자리인 고향 교회 방문은 목회자들에게 새 힘을 주고, 고향 교회에 사랑을 실천한 성도들은 큰 보람을 갖는다”며 “명절만이라도 고향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자는 생각으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상생하고 공생하지 않으면, 한국교회는 공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골 교회는 우리 신앙의 ‘모판’이자 ‘뿌리’와도 같은 곳이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로 사람들은 농·어촌에서 도시로, 도시에서 더 큰 도시로 끊임없이 이동했다. 자연스럽게 성도들도 고향에서 도시로 이동, 시골(고향) 교회에는 사람이 부족하게 됐다.

지금 농어촌 교회에서는 ‘교회학교’ 자체가 없는 곳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한국 사회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수평이동’을 통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게 부흥한 일부 대도시 대형교회들을 바라보는 시골 교회 목회자들은 마음이 편치 않을 수 있다. 낙담하거나 좌절할 수도 있다. 지나치게 인간적 또는 경제적 시선이라 여길 수도 있지만,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다.

물론 본 교회에서 꾸준히 신앙생활을 하며 담당 목회자에게 일관된 신앙 지도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일부 교회에서는 명절에 고향에 가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명절에만이라도 이러한 캠페인을 통해 고향(시골) 교회들을 돌아보고 서로의 사정을 공유하며 서로 섬기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가 있다.

고향 교회의 예배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나 기도를 통해 고향 교회에 마음을 전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10년 넘게 캠페인이 진행되면서, 작게나마 ‘상생’과 ‘공생’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명절에만 방문하는 것을 넘어, 고향 교회와 자매결연을 맺고 농수산물 직거래를 통해 시골 교회에 도움을 주는 도시 교회도 생겨나고 있다.

시골 교회 목회자들도 격려를 받아 힘을 얻고 고마움을 표시하는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번 한가위에는 함께 내려간 가족들과 고향의 일가친척들까지 함께 고향 교회를 방문해, 하나님께 예배드리고 고향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을 격려하는 일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그 에너지를 발판 삼아, 한국교회의 대사회적 선한 영향력도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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