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사노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나곤 하는데요. “저 사람 뭘 잘못 먹어서 저렇게 부정적이지?”라고 질문을 내보지만 엄밀한 의미에선 질문이 아니라 푸념일 뿐입니다.

불평, 거짓, 과장, 분열, 참소, 냉소적인 사람을 만나면 에너지를 많이 빼앗깁니다. 선량한 사람이라 한들 수준 낮은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더 곤란한 경우도 있습니다. 잘못 접근하면 나 하나의 방어로 해결되지 않고 공동체에도 생채기가 납니다. 

“저 사람은 도대체 왜 저런다니?”라고 생각하면 그 사람의 어이없는 행동만큼이나 의미 없는 질문이 되고 맙니다. 왜 그런지 알고 이해하는 것은 복잡한 문제인데요. 그의 반공동체성 행동의 원인을 안다고 해서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아동 정신의학자이자 행동과학과 교수인 브루스 D. 페리 박사와 오프라 윈프리는 30년간 이어진 만남의 열매로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를 출간합니다.

트라우마와 뇌, 치유와 회복탄력성에 관한 치열한 고민과 대화를 담았는데요. 트라우마가 우리 뇌와 몸에 작동하는 방식,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개인의 다양한 경험, 세대를 넘어 대물림되는 역사적 트라우마, 위협에 맞서는 우리 뇌의 대처법, 회복탄력성을 기르기 위해 필요한 것, 교육과 보건 시스템 등 사회적 차원에서는 무엇이 이뤄져야 하는지, 고립과 단절의 시대에 우리는 얼마나 취약하며, 상처를 삶의 지혜로 바꾸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둘만의 대화의 창을 열어 사회적 담론을 이끌어냅니다.

오프라 윈프리는 세계 전역에서 수천만 명이 시청한 ‘오프라 윈프리 쇼’의 진행자, 타임, 포브스, 저명한 미디어로부터 해마다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된 아이콘입니다.

어린 시절은 학대와 방임의 연속이었어요. 경제적 능력이 없는 미혼모에게 태어나 6년간 할머니 손에서 자라며 ‘매 맞고도 미소지어야 하는 아이’였죠. 늘 외로웠고 사랑받는다고 느낀 적이 없었답니다. 자신이 그저 부모의 짐일 뿐이라고 여겼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할퀸 아픔과 트라우마를 극복하려 오랜 시간 싸우고 노력해왔는데요. 상처가 사명이 됐습니다. 아동 학대 예방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적극적으로 나서 일명 '오프라 법'이라 불리는 미국의 국가 아동보호법 제정에 공헌했습니다.

한때 요리와 골목상권을 살리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면 최근에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털어놓고 솔루션을 얻는 TV 상담 프로그램이 대세입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유명인이 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 지금 자신이 겪는 우울함과 공허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솔직하게 고백할 때 시청률도 올라갑니다. 

일상에서 이런 상처나 트라우마를 솔직하게 털어놓기란 쉽지 않은데요. 더욱이 리더라면 숨기고 자신감과 책임감으로 무장하는 게 미덕이라고 여기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유 없이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일 때, 반복되는 해로운 행동 패턴을 바꾸지 못할 때, 그로 인해 실수와 실패가 이어질 때 그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난 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라며 자책하기 십상인데요. 시간의 풍화 작용에도 트라우마는 용케 몸을 피하고 늘 도사리듯 내면에 자리합니다.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라고 넌지시 물음으로써 자신의 트라우마를 관찰자적 시점에서 객관적으로 보면 됩니다. 자신의 상처와 현재가 반드시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면 치유에 한 걸음 다가 선 겁니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고 과거에 대한 올바른 치유와 반응이 미래를 결정합니다. 85퍼센트가 부모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만 75퍼센트는 극복합니다.

끊임없이 치유와 회복의 과정을 거치는 건데요.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남아있는 잔재들을 ‘주님처럼’을 통해 여과하는 겁니다.

주님을 거쳐 주님처럼 기도하고 반응하는 것은 이제라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상처 속에서 주님의 공감, 위로, 덮으심을 경험하는 자는 삽니다. 그 경험을 제공해야 할 곳이 가정과 교회입니다. 

질문을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가?”라고 바꾸었습니다. 엄격한 어머니로부터 받은 체벌과 편애, 관대한 아버지의 사랑과 인격이 싸웁니다. 순기능이 역기능을 덮을 수 있는 것은 주님의 대속적 죽음으로 인한 사랑의 구원입니다.

지금, 결혼과 아내, 자녀와 친구, 선배와 후배, 교회와 공동체를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사랑받는 게 과분할 따름인데요. 오늘의 과제는 ‘섬기는 교회를 얼마나 더 건강하고 믿음과 사랑이 넘치는 공동체로 세워 갈 것이냐? 성도에게 어떻게 회복의 공동체로 자리할 것이냐?’입니다. 

상처받는 상황은 선택할 수 없지만 하나님의 관점으로 반응하는 것은 내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내 안에 주님이 계신다면 주님이 선택하십니다. 주님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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