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부인 루크는 방금 청소를 끝낸 병실을 나서다가 환자의 아버지와 맞닥뜨렸다. 혼수상태인 아들을 6개월째 혼자서 돌보는 보호자였다. 보호자는 불문곡직 왜 청소를 안 해주느냐고 짜증을 냈다. 루크도 억울한 마음에 짜증이 났지만, 간병생활에 지친 그를 이해하고 병실청소를 다시 했다. 사회심리학자 배리 슈워츠(Barry Schwartz)는 루크의 행동을 자신의 일에서 소명(calling)을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배리 슈워츠의 『우리는 왜 일하는가』 참조)

▨… 목회에는 하나님의 부르심이 전제되어 있다. 어느 작은 교회의 담임 목사는 심장마비로 심정지되었던 몸을 수술하면서 기도드렸다. “주님, 지난번에는 제가 갑자기 의식을 잃어 기도를 못했습니다. 이제 수술에 들어가는데 혹시 깨어나지 못한다면 주님 품에서 깨어나게 해 주십시오.”(제4회 목회수기 공모작품) 루크의 소명과 어느 작은 교회 목회자의 소명은 같은 것일까, 아니면 다른 것일까.

▨… 지난 7월 12일, 서울신학대학에서 모인 성광회 모임에서 황덕형 서울신대 총장은 신대원 신입생으로 박사학위를 가진 이들이 많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신대원생들에게 수여되는 전액 장학금제도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에 따라 우리 교단 교회가 요구하는 목회자의 학력 수위도 한층 더 높아지지 않겠는가. 그 예상에서 교단의 발전이 예감되었는지 노(老)목사들은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 현재도 우리 교단을 대표하는 역사와 전통과 크기를 갖고 있는 교회의 담임 목회자들-그 교회의 이름까지 밝힐 필요는 없을 것이다-은 대부분 박사학위를 갖고 있다. 성령의 역사를 강조해온 교단의 역사와 전통을 지키면서도 고학력을 요구하는 상황의 변화를 일찍 예기한 목사들의 발빠른 행보가 낳은 결과 아니겠는가. 그러나 목회는 소명이라고 많은 목회자들은 고개를 갸웃한다. 고학력과 소명의식은 정비례인가, 역비례인가를 질문하면서.

▨… 목회도 배리 슈워츠가 규정하는 일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일까. 슈워츠는 일을 생업(job), 직업(career), 소명(calling)으로 나누었다. 그러면서 루크의 삶의 의미를 소명으로 밝히려 했다. 그러나 목회자의 삶은 슈워츠의 소명으로서는 채워질 수 없는 무엇인가가 전제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것을 에밀 브루너(Emil Brunner)가 밝혀주었다. “교회를 제도로 파악하지 말고 하나의 운동으로 생각하라.” 고학력의 목회지망생들이 모를리 없겠지만 오지랖 넓은 값 하느라고 다시 한번 강조해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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