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로 일하는 목회자, ‘동네 교회’ 세운다
농사 돕고, 마을 임원 맡아 주민 섬기자
멱살 잡던 주민도 ‘이웃사촌’으로 바뀌어

연곡효성교회 모세형 목사와 교인들.
연곡효성교회 모세형 목사와 교인들.

“교회가 생긴다고? 절대 안 되지. 여기는 교회가 생겨서는 안 되는 곳이야”

2005년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연곡리에 처음으로 교회가 들어서게 된다는 소문을 듣게 된 주민들의 반응이다. 이들의 극심한 반대로 결국 교회가 아닌 ‘효성교회 수양관’이 생겼고 2년이 지난 2007년 2월 연곡효성교회(모세형 목사)가 시작되었다.

당시 20대였던 청년 전도사는 중년 목회자가 되었고 교회 일이라면 반대만 하던 주민들은 이제는 동역자가 될 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다. 지난 17년 동안 많은 일을 겪으며 이제는 지역과 교회가 하나의 꿈을 함께 꾸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도마 제작 중인 모세형 목사.
도마 제작 중인 모세형 목사.

작업복 입은 젊은 전도사, 주민으로 다가가

모세형 목사가 2007년 2월 연곡효성교회를 개척할 당시 나이는 27살이었다. 지역 복음화에 대한 열망을 품고 연곡리로 왔지만 신학대학원도 졸업하지 않은 새파란 전도사를 목회자로 봐주는 사람은 없었다. 곱상한 외모에 어린 전도사는 무시당하기 일쑤였고, 오히려 “내 앞에서 예수 이야기하지 말라”며 멱살잡이까지 당했다.

몇 차례 문전박대를 당한 모세형 목사는 곧바로 정장을 벗고 작업복을 입었다. 주민들이 논에 있으면 논에 뛰어들어 일을 도왔고,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노인이 있으면 짐을 대신 짊어졌다. 추운 겨울이면 새벽예배 후 따뜻한 차를 대접했으며 무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보리차를 주민들에게 나눴다. 시골교회가 흔히 시도하는 공부방과 노인 대상 컴퓨터 교육도 실시했다. 어떻게든 주민들의 신임을 얻고 교회에 출석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모세형 목사는 “젊은 패기로 복음을 전하고 교회에 나오게 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며 “그 결과 주민 중 일부가 마음의 문을 열고 점차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고, 개척 후 보낸 첫 어린이 주일에 출석한 어린이가 지금도 교회의 든든한 일꾼이 되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모세형 목사의 열심으로 개척 당시 여집사 한명과 장애인 몇 명으로 시작한 교회는 곧 30여 명까지 출석할 정도로 성장했다.

성장의 기쁨 뒤 ‘번아웃’ 위기 겪어

그러나 성장하는 기쁨을 맛본 것도 잠시, 곧 위기가 찾아왔다. 모 목사 본인이 번 아웃을 겪게 되면서 영적으로 침체되고 육체적으로도 지친 것이다. 그는 “지금 돌이켜보면 결국 교회로 인도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 순수하게 섬기지 못했다”며 “(교회에 출석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는 섬김이라는 것을 알게 된 주민들도 떠나고 나도 지쳤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후 모 목사는 ‘목사가 아닌 주민이 될 것’을 다짐한다. 이전에는 주민들의 교회 출석이 목적이었다면 대가없는 나눔과 섬김으로 주민과의 호흡이 가능해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은 사역이었지만 욕심을 내려놓자 주민들이 먼저 다가왔다. 그를 목사가 아닌 주민으로 대하면서 마을 임원으로도 추천했다. 외부에서 온 이방인, 그것도 그토록 배척하던 목사를 마을 임원으로 추천할 정도로 그는 주민의 일원으로 인정을 받게 된다.

동네 공판장이었던 '이웃집 모모'
동네 공판장이었던 '이웃집 모모'

교회 담장 없애고, 지역사회에 녹아져

모세형 목사도 주민들을 위해 교회 공간을 아낌없이 내놓았다. 교회성장이라는 욕심을 버리고 지역을 보니 섬길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당장 교회 앞을 가로막고 있던 담장을 없애고 작은 공간을 공판장으로 내놓았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작은 가게도 없어 불편을 겪었던 주민들을 위해 마을 공판장을 만든 것이다.

공판장의 이름은 ‘이웃집 모모’. 김 모씨도 오고, 이 모씨도 와서 누구나 쉽게 장을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다. 매주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가져다가 놓으면 주민들이 와서 물건을 고르고 셀프로 계산하는 방식이었다. 장을 보기 힘든 어르신들이 원하면 콩나물이나 두부 심부름도 도맡아했다. 모 목사는 “지금은 편의점도 생기고 마트가 더 가까워져 없어졌지만 당시에는 동네 사랑방 역할도 했었다”며 “콩나물을 가득 담아가며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던 할머니의 뒷모습이 기억난다”고 웃어보였다.

2020년에는 지역사회와 함께 문화행사도 열었다. 지역주민들과 인근 지역 외국인 노동자들을 초청해 노래자랑을 개최한 것이다. 모세형 목사의 제안으로 열린 노래자랑에는 100여 명이 참가해 함께 노래부르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전국노래자랑처럼 심사위원도 세우고 장기자랑 시간도 마련해 단조롭던 농촌생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여기에서 모인 수익금은 장학금으로 지급해 더욱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모 목사는 “주민들에게는 재미와 기쁨을,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전하는 일석이조의 감동을 누렸다”며 “올해는 하지 못했지만 향후 격년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동네 화단 만들기, 청소 등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발벗고 나섰다.

세부 명물 '가께요 툭툭이'
세부 명물 '가께요 툭툭이'

첫 해외 선교, 놀라운 나눔의 기적 일궈

연곡효성교회의 섬김은 해외로까지 확대되었다. 2019년 필리핀 세부에 사는 한 가장을 도운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윌리라는 세 아이의 아버지에게 트라이시클을 사줬고 곧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가께요 툭툭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졌다. 이후 놀라운 나눔이 이어졌다. 윌리를 비롯해 동료 기사들이 코로나로 밥을 굶고 있는 빈민아동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모세형 목사는 “윌리를 비롯해 동료 기사들이 굶는 아이들에게 자발적으로 식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며 “3년 전 교회에 실천한 작은 나눔이 현지에서 이어지는 것을 보며 놀랐다”고 고백했다. 연곡효성교회도 다시 선교헌금을 모으기 시작했고 지난 해 여름 의복과 마스크 2,000개, 식사 대접 등을 실천했다.

또한 지난 해 태풍으로 무너진 집을 수리하는 일도 지원하고 코로나가 안정화됨에 따라 조금 더 적극적인 나눔도 시작했다.  모 목사는 몇년 전에는 목공학교를 설립해 동역자들과 함께 작은교회 리모델링을 지원하는 봉사도 실천하고 있다. 교회만을 위한 사역에서 해외와 작은교회를 위한 사역으로 확대된 것이다.

1+2 건축의 꿈 선포

올해 연곡효성교회는 지역사회와 함께 할 또 다른 꿈을 선포했다. 바로 예배당과 마을회관, 작은 웨딩홀을 겸할 수 있는 1+2 건축이다. 교회 건물이 오래되어 다시 건축을 하는 김에 지역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모세형 목사는 “예배당을 비롯해 마을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회관과 외국인 노동자들의 결혼을 위한 작은 웨딩홀까지 함께 사용할 공간을 세우려고 한다”며 “교회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지역과 주변의 주민들과 함께 지역 친화적인 건물을 꿈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마을대표위원 2인과 교회대표위원 2인, 건축주민위원 2인으로 구성된 건축위원회도 세웠다. 예배당 건축이지만 마을회관으로도 사용하는만큼 주민들의 의견도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미다.  모세형 목사가 예상하는 건축비는 약 2억 3,000만  원이지만 공사가 시작되면 더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축비는 전액 교회가 부담하기로 했고, 건축비 마련은 교인들과 재정을 모으기로 했다. 건축헌금을 강조하거나 대출도 받지 않기로 했다. 아끼고 아껴 건축비를 마련하고 부족한 재정은 모 목사가 직접 만든 나무 도마를 팔아 함께 마련할 계획이다. 이미 연곡효성교회는 ‘크라이스트리’라는 이름으로 수제 도마를 팔아 선교헌금 등을 마련하고 있는데 1만 개를 팔아 건축비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도마를 포장 중인 교인들.
도마를 포장 중인 교인들.

도마를 제작하는 일 대부분을 모세형 목사와 집사 한명이 해야 하는 힘든 일이지만 그는 오히려 “도마 1만 개를 팔아 교회를 지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 년에 몇 차례 안 되는 마을회의와 스몰웨딩 등 행사를 위해 꼭 이 공간이 필요한가? 라는 물음도 있지만 기억과 추억, 사귐은 선교적 삶의 연장이라고 생각한다”며 “교회의 생존과 부흥만을 위한 장소가 아닌 교회와 지역이 함께 살아가는 교회를 위해 꼭 짓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의 비전과 노동의 열매를 판매해 예배당을 지으려고 한다”며 “우리들의 비전을 담은 도마에게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강조했다.

17년 간 지역친화적인 사역으로 꿋꿋하게 복음을 전하며 뿌리를 내린 연곡효성교회의 새로운 비전과 꿈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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