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지 않은 영혼이 어디 있으랴?

“상처받지 않은 영혼이 어디 있으랴?”

랭보(Authur Rimbaud 1854~1891)의 시에 들어있는 한마디입니다. 정호승은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라고 하였습니다. 조개의 여린 살에 모래가 박히고 그 상처에서 나오는 액체가 수천 번 모래알을 감싸 만드는 유기질 보석이 진주입니다. 

세월의 길이와 만남의 깊이는 흔적을 남기고, 흐르는 물처럼 스치는 바람, 비단 자락처럼 결을 이룹니다. 갈라지고 만나기를 반복하면서도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 흔적이 어떤 이에게는 흉터(傷)가 되고 어떤 이에게는 무늬(文)가 됩니다.

문학, 역사, 철학을 가리켜 인문학(人文學)이라 하는 이유는 인간(人)이 삶의 여정에서 받은 개인 또는 집단의 상처(傷處)를 아름다운 무늬로 기억하고 이어가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목회의 외길을 걸으면서 ‘사랑하기 때문에’ 가슴에 남은 상처들을 아름다운 삶의 무늬로 승화시키고 순결하고 성결한 하나님의 숨결을 드러낸 이들의 이야기를 직면하고 있습니다.

작은 교회라는 대명사 속에 담긴 미자립, 개척, 시골, 섬, 이주민, 장애인, 외로움, 끝이 보이지 않는 희생, 가난 등의 의미와 적용이 때로는 서로 다르게, 때로는 또 같이, 목회의 본질을 붙들고 치열하게 살아온 목회자들의 모습은 바울 사도의 고백처럼 “하나님께서 만드신”(엡 2:10. 롬 1:20) 걸작품(POIEMA)이며 친히 읊으시는 한 편의 시(POEM)입니다. 

한국성결신문사가 <본교회>와 함께 개최하는 ‘작은 교회 목회 수기 공모전’이 4년 차를 맞았습니다. 또한 국내선교위원회에서는 이 수기를 『길을 내는 사람들』이란 제목의 단행본으로 출판하고 있습니다.

수기 심사를 하면서 위원들의 가슴을 울린 것은 그분들의 지나온 날에 대한 감동뿐 아니라 성결교회와 민족교회의 미래에 대한 안도감과 든든한 희망이 가득 차올랐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부르신 그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는 그 당당함과 최선을 다하는 헌신, 그러면서도 자신의 아픔과 고난을 행복으로 여기며 기쁨으로 감당하는 그들의 모습은 아름답기만 하였습니다.

바울 사도께서는 자기의 사도적 권위와 몸에 받는 할례의 문제로 끝없이 괴롭게 하는 갈라디아 교인들에게 한마디로 대답하였습니다. “내 몸에 그리스도의 흔적(痕迹 stigma)을 가졌노라.”(갈 6:17)

복음 전도와 교회를 위해 사랑 때문에 받은 상처가 자신의 몸에 있기에 예수께 속한 자신의 신분과 그분을 닮았다는 더 이상의 증명이 필요치 않다는 선언입니다. 위험하지 않은 선교는 없고 힘들지 않은 목회도 없습니다.

위험하지만 주님이 부르신 길이기에, 힘들지만 주님이 먼저 가신 길이기에 우리는 기꺼이 선택하였고 즐거이 감당하며 행복한 것입니다. 

헨리 나우웬은 성도를 돌보는 사역자를 가리켜 ‘상처 입은 치유자’(THE WOUNDED HEALER)라 부르면서 “우리가 자신의 상처를 돌보면서 또한 다른 사람의 상처를 치유할 붕대를 준비하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상담자는 자신의 상처가 가장 큰 자산입니다.

주님이 메시아인 것은 우리를 위해 상처를 입으시고 그 상처에 흐르는 피로 우리를 씻기신 ‘상처 입은 치유자’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상처받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상처받지 않은 영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상처가 아름다운 것은 상처 입은 자가 상처를 치유할 붕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상처가 있는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상처를 치유하는 여러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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