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다면 빠져 죽어요.”(서머셋 모음, 『달과 6펜스』) 이 작품의 모티브는 고갱이라고 작가 자신이 밝혔다. 그러나 소설의 내용은 고갱의 삶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 고갱의 전기는 더더욱 아니다.

▨…『달과 6펜스』는 인간의 삶에서 나타나는 가장 고전적인 질문, 인간은 이상(달)을 바라보아야하는 존재인지 아니면 현실(6펜스)과 타협해야 하는 존재인지를 묻는다. 작가는 영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은화 가운데 최저액인 둥근 모양의 6펜스 은화와 은색으로 빛나는 둥근 달을 대비시키는 것으로 소설의 제목을 정해 삶의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을 그리려는 속내를 드러내 주었다.

▨… 은화 6펜스 보다는 달을 바라보기로 결단한 주인공 스트릭랜드는 자신의 삶의 모든 것을 버리고 타이티의 오두막에서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그리지 않고는 살수 없었기 때문이다. 말년에 그는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에 천지창조를 그리듯 나병환자 처지였음에도 오두막 벽면에 천지창조를 그렸다. 그리고 자신이 숨을 거두는 날 그 오두막도 불사르기를 유언했다.

▨… S.모음은 스트릭랜드를 통해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삶의 이상이나 현실을 일깨워 주려고 하기보다는 삶의 허무와 맹목성을 한 번 더 살펴보도록 이끈 것 아닐까. 자신의 보다 의미있는 삶을 위한 결단이 사실은 철저한 이기심의 발로는 아닌가를 묻게 하려던 것은 아닐까. 아니 비약일런지도 모르지만, 목사의 자리에서는 목회자의 목회가 소명에 충실하기만 하면 아내와 자녀의 형편과 처지는 도외시되어도 무방한가를 자문하게 하려는 것은 아니었을까. 모음이 어린 시절 내내 목사인 백부의 집에서 자랐음을 감안하면 받아들여야 하는 질문일 것이다.

▨… 종교개혁자 루터는 어렸을 때 언제나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는 빼어버리고 주기도문을 외웠다. 그만큼 아버지가 두려웠다는 것이다. 성결인 목회자들이여, 자문하자. 우리의 목회적 삶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신념과 용기의 삶인가를…. 아우구스티누스가 우리를 대신해 답해 주었다. “당신을 향해 우리를 지으셨으니 당신 안에서 안식하기 전까지 우리 마음에는 쉼이 없나이다.”(김남준 역) 너무 자신을 미화하는 대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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