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는 원작 소설 보다는 영화로 그 이름이 알려진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의 원작자 아이삭 다이네센(Isak Dinesen)이 소설가적인 상상력을 발휘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었던 이야기꾼다운 발상이었지만 대부분의 한국 독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야기가 너무 성서적 증언을 비껴간 탓도 있었지만 유일회적인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고난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심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 “천년왕국이 무르익어 그 기쁨이 온 세상에 충천한 어느 날 저녁, 예수 그리스도는 베드로에게 모든 것이 고요해지는 순간, 혼자 조용히 산책을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베드로는 의아해 하며 ‘주님, 도대체 어디를 가시렵니까?’하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나는 재판관의 뜰에서부터 그 기나긴 길을 지나 갈보리 언덕길로 다시 한번 오르고 싶구나”.(크리스토퍼 자이츠, 『예수님의 마지막 일곱 말씀』)

▨… 십자가 고난의 유일회적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한 다이네센의 이야기를 서구의 교회와 신학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이것이다 하고 콕 집어낼 수 있는 판단이 뒤따랐던 것은 아니지만, 만년의 다이네센은 1957년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슬픔은 말로 옮겨서 이야기로 만들면 견뎌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다이네센은 십자가의 고난을 이야기로 만들어 전하고 싶었던 마음 아니었을까.

▨… 교리적인 이해는 덮어두고 갈보리 언덕길을 다시 한번 오르고 싶다는 다이네센의 예수 그리스도를 구약학자 크리스토퍼 자이츠는 열린 가슴으로 받는다.(『예수님의 마지막 일곱 말씀』) “예수님에게조차 십자가의 순간은 가장 흡족하고 자랑스러운 순간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제 그분은 거룩한 나무 위에서 모든 가식과 허위를 폭로하고 정복한 자로서, 그를 부인한 사람들을 찾아내어 자비롭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품에 안아주십니다. 이 은혜는 여러분과 제가 함께 받을 수 있는 은혜입니다.”

▨… 다이네센이 동화처럼 그린 재림의 예수를, 자이츠는 그를 부인한 사람을 찾아내어 품에 안아주시는 이로 선포한다. 재림의 예수 그리스도는 인간의 가식과 허위는 폭로하고 정복하셨지만 그를 부인한 전력은 품에 안아주신다는 것이다. 십자가의 고통을 상함과 찔림에서 비롯되어지는 것으로만 바라보려고 했지 사라질 것을 사랑하는 안타까움에서부터 오는 것이라는 사실은 외면해온 우리의 죄를 이제는 고백하자. 재림의 주님과 갈보리 그 산길을 걷기를 원한다면….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