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한국성결교회가 설립된 지 116년이 된다. 1907년 5월 30일에 공식적으로 문을 연 염곡전도관이 그 시작이다. 이 땅에 온전한 복음(full gospel), 곧 사중복음의 신학과 신앙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우리는 믿음의 선조들이 일구어놓은 토대 위에 서 있다.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유산이기도 하다. 제116년 차 성결교회주일을 맞이하며, 한국성결교회의 역사를 구축해 온 몇몇 골조들을 살핌으로써, 역사의 거울 앞에서 성찰과 방향성을 가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첫째, 한국성결교회는 한국인에 의해 성장한 교회이다. 한국성결교회는 1907년 동양선교회OMS에서 훈련과 지원을 받고 귀국한 김상준․정빈 의해 시작되었다.

OMS는 세계 성결운동의 일환으로 세워진 선교단체로, 동양에 순복음을 전하려는 비전을 갖고 동경에 성서학원을 세웠다. 한국성결교회의 처음 사역자들은 이곳에서 훈련을 받았다.

OMS는 서울에도 성서학원을 세워 토착인 사역자 양성에 주력했다. 이것이 성결교회의 부흥과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고, 성결교회가 1970년대까지 한국에서 급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그리고 한국인에 의해 성장한 교파라는 자긍심도 갖게 해 주었다. 

둘째, 한국성결교회는 사중복음을 강조한다. 사중복음이란 중생․성결․신유․재림을 가리킨다. 성결교회는 사중복음 전도 표제이자, 신학과 신앙을 구현하는 주요한 틀로 삼아왔다. 사중복음이 성경 중심의 전인적 신앙을 잘 표현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중생(重生)은 신생(新生) 혹은 거듭남이라고도 하며, 사람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죄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나는 신령한 사건이다. 성결(聖潔)은 성령세례라고도 하며, 거듭난 자를 온전한 사랑과 승리의 삶으로 이끄는 이차적인 은혜이다.

신유(神癒)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할 뿐 아니라 질병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하나님의 역사이다. 재림(再臨)은 예수께서 다시 오신다는 것을 믿으며 종말론적 소망을 갖고 사는 것이다. 이런 사중복음은 웨슬리안 복음주의의 골간을 이루고 있다.

셋째, 성서적 체험 신앙의 전통, 이는 다른 교파와 비교해 뚜렷이 드러나는 성결교회의 특징이다.

성결교회는 지속적으로 부흥운동을 전개해 왔다. 김상준, 정빈, 이명직, 이성봉, 김응조, 이만신 등은 성결교회의 부흥운동을 주도했던 인물들이며, 한국교회에도 널리 알려졌던 부흥사들이다. 성결교회의 부흥운동은 건전하기로 유명하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중복음의 메시지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회심 체험, 이차적 은혜로써의 성결, 기적적인 신유의 역사, 종말론적 신앙은 부흥운동의 중요한 주제이다. 이런 성서적 메시지와 체험의 결합은 교리의 화석화와 극단적 신비주의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게 해 준다.

넷째, 성결교회는 ‘가시밭의 백합화’를 교단의 상징으로 삼고 있다. 성결교회의 역사와 신앙 속에 깊이 배어 있는 수난 및 순교적 영성을 표현하고자 함이다. 성결교회는 시작부터 텃세의 괄시를 맛보아야 했고,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에 재림신앙으로 저항하다가 교단마저 강제해산 당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 와중에 강경교회는 최초의 신사참배 거부운동의 진원지로 수난을 받았고, 박봉진 목사는 순교의 피를 흘려야 했다. 1950년 북한 공산군의 남침으로 박현명 총회장과 이건 교장 등 교단 지도자들이 대거 납북되었고, 문준경 전도사가 순교의 피를 흘린 증동리교회를 비롯해 임자진리교회, 병촌교회, 두암교회 등도 공산주의자들의 폭력 앞에 집단적 수난과 순교의 길을 가야 했다. 그 순교자의 수가 160여 명에 이르고 있다.

다섯째, 성결교회는 한국교회의 연합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특히 해방 후에 연합운동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비중이 상당히 커졌다. 최근에도 보수진영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나 진보진영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과 직․간접으로 관계를 갖고 연합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의 중재자로 양 진영의 환영을 받으며 연합운동의 가교 및 완충지대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보수적이나 경직되지 않고, 포용적이나 방임적이지도 않은 묘한 긴장과 균형이 성결교회의 신앙과 신학에는 깃들어 있다.

시대와 세대는 변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위기와 기회는 교차적으로 상존한다. 인식의 틀과 적절한 대응이 중요하다. 제116년차 성결교회주일을 맞아, 새로운 시대 속에서 믿음의 유산들을 어떻게 발전적으로 계승할 것인지 숙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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