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하 6:12~16)

“무엇으로 생명을 채우는가?” 이 물음을 이렇게 바꿀 수도 있다. “당신은 무엇으로 시간을 채우는가? 당신은 무엇으로 가슴을 채우는가?” 각각의 사람들이 각각의 모습으로 각각의 생명들을 채워가고 있다. 

왕위에 오른 다윗은 아직 사울의 권력 기반이었던 팔레스타인 북부 지방 사람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뭔가 획기적인 것이 필요했다. 백성들의 마음을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는 분명하고도 강렬한 대안이 필요했다.

마침내 그는 '하나님의 궤'를 생각해 낸다. 다윗은 불안한 지지기반을 확고히 하기 위해 하나님의 궤를 모셔오는 일을 서두른다. 그리고 그 행사를 최대한 거창하고 멋있게 치르는 것에 심혈을 기울인다(삼하6:1-5). 

그러나 하나님의 궤를 다윗성에 모셔오는 중에 예기치 않았던 사건이 벌어졌다. 소들이 뛰므로 웃사가 손을 들어 하나님의 궤를 붙들므로 죽고 만 것이다(삼하 6:6-7). 이 사고는 다윗을 당황스럽게 했다.

자기 통치기반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되리라 여겨 모셔가던 하나님의 궤로 인해 사람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벌어졌고, 이로 인해 다윗은 오히려 백성의 원성을 사게 되었다. 다윗은 너무 두려운 나머지 애초의 계획을 포기하고 하나님의 궤를 가드 사람 오벧에돔의 집에 모셔둔다. 

우리는 이즈음에서 다윗의 의도를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 그에게 정말 소중한 것은 하나님이 아니었다. 지금 그는 오로지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는 것에만 골몰하고 있다. 그는 자기의 취약한 지지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하나님을 이용하려 한 것이다. 

석 달쯤 지났을 때 다윗은 하나님께서 오벧에돔의 집에 복을 주셨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삼하 6:11, 12)  소식을 들은 다윗은 직감적으로 하나님의 궤가 그에게 복이 되었다고 느낀다. 다윗은 다시 하나님의 궤를 자기 성으로 모셔올 계획을 세운다. 

본문 말씀을 보면 다윗이 확실히 전과는 다른 태도를 보인다. “...다윗이 여호와 앞에서 힘을 다하여 춤을 추는데 그 때에 다윗이 베 에봇을 입었더라”(삼하 6:14).

다윗은 처음과 달리, 이번에는 조촐한 행렬로 ‘하나님의 궤’를 모시러 간다. 다윗은 위풍당당한 왕복을 벗고, 베로 만든 에봇을 입었다. 그가 왕복을 벗고 에봇을 입었다는 건 왕이 아닌 종으로서 하나님의 능력과 주권 앞에 엎드린다는 의미이다. 

다윗의 자세가 달라졌다. 뿐만 아니라 그는 여호와 앞에서 춤을 춘다. 자기 권력을 유지하는 데 하나님을 이용하려고 하다가 하나님께 내침을 받았던 경험이 있기에, 그는 지금 하나님을 다시 모시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의 아내는 생각이 달랐다. 그녀의 가슴을 온통 지배하고 있는 것은 이스라엘 왕족으로서의 체통이었기에 다윗 왕이 여호와 앞에서 뛰놀며 춤추는 것을 보고 심중에 그를 업신여겼다. 

여기에서 저자는 미갈을 다윗의 아내로 소개하지 않고 사울의 딸로 소개한다. 그녀가 다윗의 아내로서 신앙인의 기품을 따라 살기보다는, 사울의 딸로서 궁중 예절을 더 소중하게 여겼다는 뜻이다.

여전히 그녀에게 소중한 것은 하나님을 향한 예배와 찬양이 아니라 궁궐에 맞는 우아한 예절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기 남편의 진심을 보지 못하고, 그의 행동을 경거망동으로 여겨 경멸하고 만다. 미갈이 비난할 때, 다윗이 한 말은 사뭇 감동적이다. 

“...이는 여호와 앞에서 한 것이니라...내가 여호와 앞에서 뛰놀리라”(삼하 6:21) 여기서 다윗은 ‘여호와 앞에서’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에게 중요한 것이 왕권이었다면, 지금부터 그에게 중요한 것은 ‘여호와 앞에서’였다. 

다윗은 하나님의 마음을 알았기에 하나님 앞에서 춤을 출 수 있었다. 그러나 미갈은 끝내 이 하나님의 마음을 몰랐다. 그래서 그녀는 다윗의 아내로 살지 못하고 사울의 딸로서만 살아버리고 만다. 

지금 여러분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다윗처럼 꿈에도 탐(貪)하던 것을 놓아버리고 하나님 때문에 춤추는 삶을 살 수 있겠는가? 오늘 여러분의 시간과 가슴은 무엇으로 채워지고 있는가? 오늘 여러분의 생명은 무엇으로 채워지고 있는가? 하루 종일 나의 시간과 가슴을 지배하는 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바라보시는 현재의 나인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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