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사상 최초로 공직후보자 공천에 앞서 ‘공직 후보자 기초자격 평가시험(PPAT)’을 실시하면서, 공교롭게도 날짜를 기독교 최대 절기 중 하나인 부활주일로 정해 논란이 됐다.

이 시험의 시간은 당초 대부분의 교회들의 주일 대예배 시간과 겹치는 오전 11시였다. 이에 비판이 일자 국민의 힘 측은 시험 시간을 오후 3시로 변경했다가, 이 역시 한국교회 및 각 지역별 부활절 연합예배에 지장을 준다는 지적이 나오자 오전 8시 30분으로 재차 변경하는 촌극을 벌였다.

그러나 이 사건의 본질적인 문제는 해당 시험의 일시가 부활절이냐 아니냐, 예배 시간과 겹치냐 겹치지 않느냐 하는 것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바로 기독교인들에게 있어 주일과 주일성수가 갖는 의미에 대한 정치권의 무지와 무관심이다.

신실한 기독교인들은 매일의 삶을 예배와 같이 거룩하게 구별하여 드리고자 하며, 특히 주일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주일을 거룩하게 지킨다는 것은 단지 주일에 교회에 가서 예배 한 번 드리는 것 이상이다.

기독교인들은 주일에 예배를 드릴 뿐 아니라 말씀을 묵상하고, 다른 성도와 교제하며, 각자의 은사에 따라 봉사하는 등의 신앙생활에 더욱 열심을 냄으로써 하나님과 깊이 교제할 뿐 아니라 마음의 평안과 안식을 얻는다.

이를 위해 기독교인들 중에서는 주일에 수익 창출을 포기하고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도 많고, 관광이나 취미생활 등을 포기하는 이들도 많다.

또 과거 매우 보수적인 기독교인들 중에서는 주일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므로 주일에 소위 ‘공천 시험’을 본다는 것은 기독교인들에 대한 차별이며, 특히 신실한 기독교인들에게는 엄청난 신앙적 갈등을 강제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단지 “아침 일찍 시험을 치르고 나서 예배 참석하면 되지 않느냐”고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힘은 다른 당들에 비해 소속 국회의원들과 당원들, 그리고 지지층 중에도 보수적 성향의 기독교인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오판을 내린 것은 매우 어리석고 경솔하며 참담하기까지 한 일이다.

도대체 그 같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소속 기독 국회의원들과 당원들은 무엇을 했는가.

이번 공천 시험만이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또 다른 많은 정당들도 선거 때마다 기독교계에 지지를 호소하지만, 또 많은 기독 정치인들이 자신이 기독교인임을 내세우지만, 과연 그들이 얼마나 기독교계에 대한 이해를 갖고 또 위하고 있는가.

한교총의 발표에 따르면 현 국회의원들 중 40% 이상이 기독교인이라 하는데, 과연 그들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나 건강가정기본법 개정 추진 등과 같은 사안들에 대해 얼마나 기독교계의 여론을 대변해 주고 있는가.

차제에 국민의힘뿐 아니라 정치권은 주일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그리고 추후 국민의힘에서 또다시 이와 같은 시험 혹은 또 다른 의무적 행사가 생기더라도, 그것을 주일에 치르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각종 국가고시 혹은 취업 등을 위해 의무적으로 치러야 하는 다른 시험들도 마찬가지다. 기독교계를 ‘집토끼’와 ‘고정표’라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기독교인들은 진영논리가 아닌 철저히 하나님의 뜻과 성경적 가치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성경적 가치관과 질서를 거스르려 한다면, 기독교인들은 절대로 그들을 맹목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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