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수도사 토머스 머튼은 이런 말을 했다. “이제 우리가 깨어지기 쉬운 껍질을 우리의 진정한 정체성으로 여기고 가면을 우리의 진정한 얼굴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자신의 진실을 파괴하는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허구로 그것을 지키는 것이다.” 

그렇다. 에덴동산으로부터 쫓겨난 존재로서의 나, 하나님으로부터 분리된 존재로서의 나, 그 소외의 상태를 나의 정체성으로 여기고 참된 나에게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그것은 허구로 내 존재의 껍질을 지키는 것이다. 사람의 참모습은 결코 표면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참된 자아를 소유할 수 있는가? 주님을 진정으로 만난 사람이다.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바로 그런 신앙의 사람을 소개한다. 

예수님은 게네사렛 호숫가에서 말씀을 전하시고, 어부들은 배에서 내려 그물을 씻고 있는 장면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평화롭게 그려지고 있다(눅5:1~2). 예수님께서 그 중 한 배에 오르신다. 그 배는 시몬의 배였다. 

예수님께서는 시몬에게 “배를 육지로부터 조금 떼어 놓으라” 하시고 그 배에 앉으셔서 사람들을 가르치신다. 말씀을 마치시고 시몬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고 하셨을 때 시몬은 “선생님 우리들이 밤이 새도록 수고하였으되 잡은 것이 없지마는 말씀에 의지하여 내가 그물을 내리리이다”(눅 5:5)고 말한다.

시몬의 반응으로 보았을 때, 우선 그에게는 그물질과 관련한 부정적인 기억이 있다. “밤이 새도록 수고하였으되 잡은 것이 없지마는”이라는 그의 반응에서 지난밤이 실패한 기억으로 남아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의 반응이다. 그는 지난밤 실패했던 경험과 잔상을 극복하고 ‘말씀에 의지하여’ 그물을 내리겠다고 말한다. 

세상이라는 바다를 항해하는 동안 누구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을 겪는다. 그때 우리의 결정을 돕는 기준은 여러 가지이다.

지나온 삶의 경험이 기준이 될 수도 있고, 공부해 쌓은 지식이 기준이 될 수도 있고, 주님의 말씀이 기준이 될 수도 있다. 이때 여러분의 결정을 돕는 기준은 무엇인가? 

시몬은 예수님 말씀을 들었다. 그리고 예수님 말씀에 순종한다. 우리는 이 이야기의 결론을 잘 알고 있다.

예수님 없는 어둠 속에서 밤새 허무한 그물질을 했던 그가 말씀을 의지해 그물을 내렸더니 만선의 기쁨을 얻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다음 시몬의 반응이다. 

“시몬 베드로가 이를 보고 예수의 무릎 아래에 엎드려 이르되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눅 5:8)

시몬 베드로가 ‘예수님의 무릎 아래 엎드린 것’과 예수님을 향해 ‘주여(kyrie)’라고 부른 것에서 그가 지금 누구를 보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는 거룩하신 하나님을 본 것이며, 동시에 자신의 불결함을 본 것이다. 주님을 진정으로 만난 사람은 이러한 경외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시몬은 주님과의 진정어린 만남으로 눈물 속에서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소명에 충실한 삶을 살아냈다. 우리를 변화시키는 것은 그렇듯 ‘하나님과의 정직한 대면’이다. 

우리 모두 시몬처럼 경외감 가득 주님을 만나서 나의 거짓된 자아가 철저하게 무너져 내리고, 나를 부르시는 주님의 소명에 겸손히 응하는 참된 그리스도인들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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