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시대, 가상현실 교회의 가능성과 신학적 과제

2020년 3월 코로나로 인한 국가 봉쇄 조치 후 영국의 종교 시설들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을 때 교회의 빈자리들은 인터넷 가상 공간에서 채워지기 시작했다.

2020년 6월 4일 자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영국 전체 인구의 약 25%가 봉쇄 조치 이후 온라인 예배를 참석하였다. 이는 코로나 이전 인구 중 약 4% 정도만 정기적으로 예배에 출석했던 것을 감안하면 인터넷과 가상 공간을 활용하는 미래 목회적 대안이 시급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럼 과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교회는 전통적인 목회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뉴노멀 시대에 맞는 디지털 목회 사역을 지속해서 발전시켜야 할까?

이에 대해 영국 윈체스터 교구의 선교 책임자인 마크 콜린슨 (Mark Collinson)은 “디지털 교회에서 하나님을 만난 사람들은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출석하며 지속해서 변화되는 것을 원하기보다는 하나님을 오직 가상 공간에서만 만나기 원할 것이다”라고 답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목회에 힌트를 제공한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초연결성, 초지능화, 초융합성이라는 특징을 지닌 사물 인터넷 (Internet of things)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가상 공간 활용을 가능하게 했고, 현실 세계가 주는 스트레스와 불안에서 벗어나 사이버 사회성을 즐기기 원하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들을 그곳으로 초대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교회가 선교를 위해 온갖 매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해 왔듯이, 메타버스라는 가상 공간 안에서 디지털 세대들을 위해 교회가 어떻게 사역을 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신학자이자 목사인 레오나드 스윗(Leonard Sweet) 는 “우리가 미래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스윗의 말에 의하면 가상 공간에 개척된 교회들은 다가오는 미래를 수동적으로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세계에서 미래의 사역을 창조하고 있다.

한 예로 ‘가상 현실 교회’(vrchurch.org) 는 전통적인 복음주의 교회들의 신앙적 노선과 선교적 사명을 공유하지만, 가상 현실에서 만나고 예배하는 것을 선호하는 모든 종류의 신자를 포용하는 문화적 수용성을 지니고 있다.

이 교회의 목사인 사토(D J Soto)는 지리적 제한이 없는 가상현실 기술이 4차 산업 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선교의 새로운 길을 제공한다고 믿으며, 메타버스 내의 교회는 기존의 벽돌과 시멘트로 지어진 교회가 갖는 목회적 한계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극복할 수 있는 미래 목회적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사토 목사는 ‘크리스마스 월드’라는 가상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성탄절에 신자들과 함께 베들레헴을 방문하고, 세례 대상자들의 아바타를 가상의 요단강에서 침례를 베풀기도 한다.

이런 메타버스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상 현실 기술들을 통하여 기독교 신앙을 현실적이고 체험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실제로 사토 목사의 가상현실 교회는 신자들을 위한 예배나 모임뿐만 아니라, 불신자들, 심지어는 무신론자까지 예배에 수용하여 복음을 듣게 하고, 예배 후 소그룹 교제를 통하여 기독교 신앙을 탐구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전통적인  아날로그 교회가 할 수 없는 전도사역을 창조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이렇듯 메타버스를 활용한 사역은 디지털 원어민들을 위한 미래 대안적 목회의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반면, 메타버스를 활용한 사역이 신학적으로 정당화되기 위해서 극복되어야 하는 신학적 논쟁거리들도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질문이 바로 “가상 현실 교회를 예수 그리스도의 ​​진정한 교회로 간주할 수 있는가?”이다.

이에 대해 『심처치(SimChurch)』의 저자인 더글러스 에스티스 (Douglas Estes)는 가상 현실 교회를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기 위해 하나님께 부름을 받은 신자들이 가상에서 모여 예수를 주로 고백하고 예배하는 공동체”로 정의한다.

가상 현실 교회도 전통 교회와 마찬가지로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믿음을 통해서 교회의 보편성을 가지면서 동시에 현대 문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선교적 교회로서의 특수성을 갖는 진정성 있는 하나님의 교회이다.

교회를 진정성 있게 만드는 것은 교회의 지리적 위치나 종교성을 함유한 건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이 진리와 영으로 예배할 때 경험하는 하나님의 임재이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알파 코스 (Alpha Course)의 창시자인 니키 검블 (Nicky Gumbel) 목사가 “성령은 줌(ZOOM)을 통해서도 역사하신다”고 말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메타버스에 존재하는 가상 현실 교회의 진정성에는 문제가 없을지라도, 목회의 실제적인 면에서 여전히 몇 가지의 신학적 장벽이 존재한다.

첫째는 성찬과 세례이다. 가상 현실 교회에서 성찬에 참여하는 대상은 인간이 아니라 그들의 아바타들이다. 이는 가상 현실 교회에서 성찬 참여의 대상이 누구인가라는 단순한 문제를 넘어 현실 세계에 있는 ‘인간의 실존(Human existence)’과 가상 세계에서 아바타를 통해 존재하는 인간 ‘의식의 현존(Presence of consciousness)’ 사이의 존재론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이 문제에 대해 에스티스는 가상 세계에서 아바타들은 인간들의 대리인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현존이 아바타를 통해서 가상 교회 안에 있는 것이라고 답한다.

그는 하나님이 그의 영을 통하여 어디에나 임재하듯이 인간 또한 현실 세계에서의 물리적 실존에 메이지 않고, 가상 ​​현실 교회에서 원격 현존(Telepresence)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마치 물리적으로 지구 반대편에 실존하는 신자가 줌(ZOOM)을 통해서 또 다른 지구 반대편에서 동시간에 드려지는 온라인 예배에 원격 현존 할 수 있는 것과도 같은 원리이다.

이러한 에스티스의  존재론적 접근은 아바타가 참여하는 성찬과 세례는 곧 그들의 인간 사용자들이 그 예식에 참여하는 것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 될 수 있다는 작은 신학적 단서를 제공한다.

둘째는 가상현실 교회의 공동체성이다. 가상현실 속에서 의인화된 아바타는 실제 사용자의 성별, 연령, 인종, 생김새 등과 상관없이 만들어질 수 있기에 아바타를 통한 가상 현실 속에서의 상호작용은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고 가상현실 속에서 진정한 신앙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서 아바타라는 단어의 기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바타는 산스크리트어 아바트리(Avatri)에서 유래했는데 그 의미는 ‘신적 존재의 하강’이다. 흥미롭게도 인도 기독교인들은 여러 세대에 걸쳐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이해하기 위해 아바타의 개념을 사용했다.

그리스도가 육체를 입고 사람으로 오신 성육신 사건은 인간들이 가상현실에서 체화된 아바타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기독교 공동체를 건설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작은 신학적 희망을 준다.

셋째로 가상현실 교회의 권징의 방법과 권위이다. 아바타라는 의인화된 매체를 통해서 가상 현실 예배와 모임에 참석하는 신자들의 죄는 늘 감추어져 있기 마련이다.

교회는 신자들의 숨은 죄를 알 길이 없고, 징계한다고 할지라도 성서적 권징을 통하여 신앙을 회복시키는 사역은 거의 불가능하다.

교회가 성서적 권징을 통해서 공동체적 성결을 이루어 가는 것이 말씀과 성례전과 더불어서 교회 됨의 중요한 요소라는 종교 개혁자들의 신학적 측면에서 보면 가상 현실 교회의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상현실 교회의 제자도이다. 교회는 예배자들이 모이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들의 공동체이기도 하다.

제자도는 지식적인 배움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온전히 따르는 성숙한 신자들의 삶을 본받는 것을 통해서 완성되어 가는 것이라고 할 때 아바타를 통해서 모이는 가상현실 교회에서는 진정한 제자도의 공동체성을 경험하는 것은 어려운 현실이다.

가상현실 교회는 미래 목회와 선교의 중요한 대안이지만 위에서 언급한 실천적 영역에서 제기되는 신학적 과제는 풀어야 할 숙제이다. 가상 현실 교회는 현실 세계의 지역 교회와 단절된 사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의존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메타버스 교회는 전통적인 교회와 단절된 독립체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인정하는 우주적 교회의 또 다른 표현이기에 지역 교회들과의 연합을 통해서 위에서 언급한 실천적 영역에서 제기되는 신학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

가상 현실 교회는 전통적인 교회가 메타버스 공간 안에서 선교에 참여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전통적인 교회는 가상 현실 교회 성도들이 오프라인에서 예배, 예식, 교제, 권면, 제자도 등을 통하여 교회의 거룩성과 공동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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