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독교 사학들의 정체성과 건학이념에 가장 큰 타격을 줬던 사건 중 하나가 바로 ‘평준화 제도’였다. 국가 차원에서 학교 간 서열을 없애고자, 근거리 배정이나 추첨 등을 통해 학생들을 강제로 배정하게 한 것이다.

그 이전까지 선교와 국가 지도자 양성이라는 두 가지 과업을 열심히 수행하고 있던 기독교 사학들은 이로 인해 적잖은 혼란에 빠졌다. 기독교 교육기관들이 그 설립이념과 교육방침에 동의하는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는 권한을 상실하게 되면, 선교의 사명을 수행하는 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장 큰 사회적 이슈로 터져나온 사건이 바로 대광고등학교의 사건이다. 당시 대광고 학생이던 강모 씨가 채플을 거부해 교외 투쟁을 벌이면서, 기독교 선교의 요람이자 명문 사학인 대광고는 엄청난 곤욕을 치러야 했다.

또 다른 미션스쿨들도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해 채플이나 학교 운영에 있어 적극성을 상실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사학들이 학생 선발권에 이어 교원 임용권까지도 박탈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눈앞으로 다가왔다.

기독 사학의 교원 임용권을 시도 교육감에 위탁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이번 제21대 국회의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법률 제18460호)’안이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이에 한국교회와 기독교사학들이 대대적으로 연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는데, 가장 문제를 삼고 있는 법률조항은 크게 3가지로, △사립학교 교사 채용 시 시도교육감에게 위탁하여 1차 필기시험을 반드시 실시하게 하는 시험위탁 강제조항 △교직원에 대하여 징계가 미흡할 경우 교육청 내 신설한 징계심의위원회를 통해 재심의하게 하고 그 심의 결과대로 징계하는 징계의결 강제조항 △불응 시 임원 승인을 취소한다는 임원승인 취소조항이다.

학생을 선발·교육하고 교원을 임용·관리하는 것은 전적으로 각 학교의 권한을 존중해야 한다.

물론 국가가 부당하고 비윤리적인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독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 더욱이 이 시대는 나날이 개성이 강하고 창의적인 인재들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가 모든 면에서 일률적인 기준을 정해 각 학교들이 강제로 따를 수밖에 없게 한다면, 이는 매우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인 교육을 낳게 할 것이다. 특히 앞서 언급했듯 기독교 사학들은 국가 지도자 양성뿐 아니라 선교의 사명을 가지고 설립됐다.

그런데 그 설립이념 구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들을 국가가 제재하는 것은 정교분리와 종교의 자유라는 매우 중요한 헌법적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다.

기독교계는 이번 헌법소원을 위해 총력을 다해 기도하고 법률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한 각 분야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적극 나서 관계 당국 지도자들과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아울러 곧 있을 지방선거에서도 기독교사학들을 존중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토대로 한 교육 정책을 펼쳐나갈 후보들을 선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기독교계는  교인들이 지혜롭게 투표할 수 있도록 계도해야 한다.

기독교는 이 땅에서 선교를 시작한 이래 ‘교육’을 통해 민족을 계몽하고 독립의식을 고취시켰으며, 국가 발전을 이끌 지도자들을 수없이 배출해 왔으나, 참으로 안타깝게도 요즘에는 애물단지 취급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독교 사학들이 다시금 그 위상을 회복하고 교육을 통해 나라와 민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스스로도 변화와 혁신의 노력을 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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