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징역 사는 사람들 중에는 그 처가 ‘고무신 거꾸로 신고’ 가버리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그런가 하면 상당한 고초를 겪으면서도 짧지 않은 연월을 옥바라지 하며 기다리는 처도 없지 않습니다. 이 경우 떠나가버리는 처를 악처라 하고 기다리는 처를 열녀(?)라 하여 OX문제의 해답을 적듯 쉽게 단정해버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세상살이의 순탄치 않음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곳 벽촌(碧村) 사람들은 기다리는 처를 칭찬하기는 해도 떠나가는 처를 욕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7세 때부터 20년 20일을 징역살이한 신영복이, 스스로 벽촌 사람이라고 부르는 수인들의 힘든 삶의 편린을 어머니께 아뢴다. 이 글에서 신영복이 밝힌 내용이 목회자들의 가슴에 와닿는 이유는 무엇일까. 떠나가는 처를 욕하지 않는다는 벽촌 사람들의 모습에서 되돌아보아야 할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한국목회자의 삶이 벽촌 사람들의 삶에 닮아있는 무엇이 있기 때문일까.

▨… 통계가 없어 가늠할 수 없지만, 한국교회의 작은 교회 목회자들의 아내는 허울뿐인 ‘사모’라는 호칭을 벗어던지도록 내몰리어 목사의 이중직 허용이 공공연하게 논의되어야 한다는 빌미까지 주고 있다. 이 상황에서도 우리 성결교회는 자식이 배를 곯는 한이 있더라도 목사는 제단을 지켜야 한다는 전통을 긍지로 삼는다. ‘무릎이 으깨어질 만큼만 꿇어라’는 선배들의 가르침을 너나없이 구호처럼 외치고 또 외친다.  

▨… 우리 성결교회 목사들의 아내가 고무신을 거꾸로 신고 떠나버렸다는 이야기는 아직은 공공연한 사실에까지는 이르지 않고 있다. 다행이라고 가슴쓸어내려야 할까.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언제 종료될지는 도무지 예측이 불가능하고 이 사실은 우리 성결교회가 배곯는 자식과 함께 무릎 꿇는 결의에 아무리 익숙해져 있다 하더라도 이제는 지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 어느 사회이든 한 사회의 제도가 그 제도에 의존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모욕당한다고 간주할 타당한 이유를 제공한다면 품위 있는 사회라고 부를 수 없다라고 아비샤이 마갈릿은 주장했다.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생활비 자급이 고무신을 거꾸로 신게 한다면 그 목사사회는 아내를 모욕하는 사회가 아닐 수 없다. 이 모욕은 어떤 가난도 물리쳐 온 목사의 무릎꿇기마저 좌절시킬 것이다. 과언일까, 총회차원의 대책마련은 불가능한가를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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