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학대학교 현대기독교연구소(소장 박명수 교수)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의뢰를 받아 조사해 최근 발표한 ‘6.25전쟁 전후 기독교 탄압과 학살 연구’에 따르면, 6.25전쟁 당시 북한군에 의해 기독교인 849명이 학살당했다고 한다. 피랍된 177명을 포함하면 희생자는 총 1,026명이었다.

학살 내용도 끔찍하기 이를 데 없다. 북한군은 신도들을 쇠망치로 치거나, 죽창으로 찌르거나, 산 채로 불태우거나, 몸에 돌을 달아 바다에 빠뜨리거나, 생매장하는 등 잔인한 수단들을 동원해 죽였다.

한국교회는 이 같은 연구 결과들을 통해 역사가 주는 교훈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첫째는 이 엄연하고 비극적인 현실을 단지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 때문에 감상적으로 섣불리 미화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북한은 분명 우리와 같은 언어와 뿌리를 가진 민족이지만, 그 정권은 공산화를 위해 민족상잔의 비극을 일으켜 숱한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켰다.

이것은 단순히 지나가버린 옛일이 아니다. 6.25만 해도 오히려 일본 강점기보다 최근이며, 김씨 정권은 3대를 이어오면서 단 한 번도 그에 대해 사과한 바가 없고, 지금까지도 주민들의 인권을 탄압하며 우리와 전 세계를 향해 온갖 도발과 테러를 반복하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는 먼저 이 현실을 냉정하게 전제한 뒤에 논의해야 한다. 둘째는 북한 정권은 기독교에 적대적이라는 것이다.

이 연구팀은 이와 같은 북한군과 공산당원의 기독교인 집단 학살이 퇴각 과정에서의 일시적이거나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계획된 숙청이었다고 분석했다.

공산주의는 기본적으로 유물론적 무신론 사상이며, 모든 종교를 인민의 아편으로 여긴다. 더욱이 북한 정권은 일찍이 기독교를 공산화의 최대 걸림돌로 규정하고, 이를 무너뜨리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아 왔다.

기독교는 1920년대부터 민주주의와 인권 등을 가르치면서 ‘반공’ 입장을 분명히 해 왔고, 이 때문에 북한과 남한 좌익 세력은 해방 직후부터 6.25전쟁에 이르기까지 기독교를 친미, 반공 세력으로 규정하고 말살 정책을 펼쳤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셋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적 사랑과 용서만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유일한 길이라는 사실이다. 연구팀은 기독교인들이 이런 피해를 보았지만 보복보다는 용서를 택했다는 조사 결과도 내놓았다.

66명이 희생된 병촌교회의 경우 집단 학살에 동조한 가해자들에게 복수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북 정읍 두암교회 경우도 가해자를 용서하고 그들을 기독교 신자로 만들어 같이 신앙생활을 했다.

전남 신안군 임자면 진리교회에서 적대 세력에 피살당한 교인의 아들이 군인이 되어 보복할 기회를 얻었지만, 이를 거부하고 동네 이장이 돼 분열된 마을을 하나로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 경우도 있었다.

근현대사에 무수히 이어진 비극으로 쌓인 갈등과 대립, 증오와 분노와 아픔을 모두 녹이고 진정한 화해와 평화로 갈 수 있는 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뿐이다.

이를 위해 모든 기독교인이 손양원 목사와 같은 사랑을 품어야 한다. 물론 그것은 과거사에 대한 왜곡이나 날조가 아닌, 정확하고 냉철한 인식을 토대로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는, 북한에 의한 무고한 피해자들을 위해 우리는 은혜와 자비를 간구하며 기도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6.25와 그 이후 벌어진 북한의 도발과 납치 등으로 인한 피해자와 그 가족들, 그리고 인권과 자유를 말살당한 채 압제하에 신음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역사하시도록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기도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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