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끼니를 굶고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들딸을 보다못해 자살했다는 (…)이 공무원은 청렴‧정직‧성실‧근면하기로는 중앙청에서 이름났던 분이라 하네. (…)이 공무원은 아들에게 남긴 유서에서 너희들은 결코 정직‧성실‧청렴하지 말고 잔인‧혹독‧비양심‧사기술‧교활해야 한다. 너희들이 나 같은 인생의 패배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아비의 간절한 호소이다라는 뜻의 당부를 했다는 것을 나는 기자들에게서 들은 일이 기억나네.”

▨… 설마하니 그럴 수가 있겠느냐는 의문을 품게 되는 앞의 글은 리영희의 책『우상과 이성』에 ‘크리스찬 박 군에게’ 주는 편지의 형태로 기록되어 있다. 1970년대의 고단한 아버지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나의 글을 쓰는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하고 그것에서 끝난다“는 리영희의 선언이 담긴 『우상과 이성』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뉘 있어 그 글의 내용이 사실일 수 있느냐고 질문할 수 있을까.

▨… 1980년대 중반 서울신대 신학과 강의실에서 아직은 젊은 어느 강사가 “아버님이 목회하시는 분은 손을 드세요”하고 요청했다. 몇 학생이 손을 들었다. 자신도 목사의 아들임을 밝힌 강사가 슬쩍 웃음기를 감추며 말했다. “자식을 목사로 이끈 목사는 진짜이지만 아버지의 대를 잇는다는 목사는 가짜가 더 많습니다. 무슨 통계가 있는 얘기는 아니지만….”

▨… 그 젊은 강사는, 학비는 고사하고 하루 세끼의 끼니조차 제대로 챙겨줄 수 없는 고단한 삶밖에는 물려줄 게 없는 아버지가 그래도 자식이 그리스도를 본받고 그리스도를 따르도록 이끌려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모습이야말로 진실한 신앙 아니겠느냐고 묻고 싶었던 것일까. 자식들이 “나 같은 인생의 패배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우상과 이성』의 어느 공무원의 절규를 결코 모르지 않았을 텐데도 목회자의 외길을 그 또한 체험하고 있었기에 감히 내뱉을 수 있었던 것 아니었을까.

▨… 서울신대 신학과는 지난 1월 3일 마감된 정시입시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정원미달을 걱정한다. 그러나 정작 염려해야 할 것은 정원미달 사태보다는 성결인 목회자들의 굶으면서도 무릎 꿇었던, 자식들에게도 그것을 가르치려 했던 ‘외길’을 사수하려는 믿음의 상실 여부에 있는 것 아니겠는가. 성결교회가 이 가난한 아버지 목사들의 믿음을 잃어버린다면 그것은 그리스도를 잃어버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누군가가 좀 밝혀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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