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의 암 딛고 선교하는 인생으로”
고단한 삶, '암'이 재충전 기회돼 오히려 ‘감사’
암 수술비 보험료 받아 해외선교 위해 헌납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암. 수술하고 일 년 뒤 또다시 암에 걸렸지만,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선교에 매진하는 성결인이 있어 주목된다.

부평제일교회(김종웅 목사) 한현하 집사(57세 · 사진)는 최근 2년 사이 유방암과 자궁암 진단을 잇달아 받았다. 수술도 5번이나 하고 항암치료도 계속됐다. 표적 암 치료는 18번이나 했다.

듣기만 해도 고된 암 투병이지만 직접 만난 한 집사는 생기가 넘쳤다.

인천 계양구 효성동에서 19년째 교습학원을 운영하는 한현하 집사를 학원 교실에서 만났다.

“저 지금 말짱해요. 남들은 제가 엄청나게 고통받고 힘들어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니에요. 암 때문에 내 인생에 정말 필요했던 휴식을 얻었어요. 수술도 잘되고 지금은 아주 건강해요.”

한 집사는 2019년 9월 유방암 수술을 했다. 어느 날 몸에 이상을 느끼고 검사를 받았는데 병원에서는 ‘문제없다’며 돌려보냈다. 오진이었다.

증상은 있는데 문제가 없다니 다른 병원을 찾아가서 다시 검사했는데 암으로 진단받고 바로 수술했다. 유방암 2기였다.

수술이 간단하지 않았다. 아직 전이되지 않았다고 해서 간단히 제거하면 될 줄 알았는데, 수술 중에 다른 암이 발견됐다. 일단 1차 수술을 끝낸 후에 같은 곳을 열어 경계성 종양 9개를 제거하는 수술을 또 했다.

사실 한 집사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크고 작은 수술을 했고, 섬유근통증후군으로 8년 넘게 독한 류머티즘 약도 복용했었다. 당시에 약이 너무 독해서 나중엔 간이식을 해야 한다는 소견까지 들었다고 했다.

‘혼자 어디 가서 죽어야지’하는 생각까지 품을 정도로 고통의 시간을 보냈는데 ‘암’ 수술 이후 오히려 몸과 마음이 회복되었다고 했다.

한현하 집사는 “당시에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다"고 말했다. 학원을 운영하며 4명의 자녀를 키우는 것만 해도 힘든데, 아픈 시어머니까지 모시는 게 너무 버거웠던 차에 휴식이 주어진 것 같아 내심 좋았다는  것이다.

수술 후에 항암치료도 하고 남은 과정이 많았지만 잘 견디고 회복도 잘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수술 1년 후 혹시 몰라 자궁암 검사를 했는데 이번에도 암이 발견됐다. 이 수술도 한 번에 끝나지 않았다.

올해 1차 수술 후 2차로 자궁을 완전히 들어내는 수술까지 해야 했다. 몸과 마음이 지쳐 원망할만한 상황인데도 한 집사는 오히려 감사와 희망을 이야기했다.

“제가 들어놓은 보험이 있었는데, 24개월이 안 돼서 보장을 못 받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첫 병원에서 오진하는 바람에 암 진단이 늦어져서 생각지 못한 보험금을 받게 됐어요. 다 하나님 은혜에요.”

진단비 외에 수술비를 두 배로 받았다고 했다. 한 집사는 더 받게 된 1,000만원은 하나님 거라고 생각하고 당시 지원이 필요했던 태국 선교사에게 전달했다. 목숨값으로 선교한 셈이다. 

한현하 집사는 인도네시아 다음세대 선교에 보태기 위해 직접 만든 퀼트 공예품을 판매했다. 사진은 퀼트공예품 판매를 도와준 하베림섬교회 멤버들과 함께.
한현하 집사는 인도네시아 다음세대 선교에 보태기 위해 직접 만든 퀼트 공예품을 판매했다. 사진은 퀼트공예품 판매를 도와준 하베림섬교회 멤버들과 함께.

집안 형편이 넉넉한가 보다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한 집사네는 ‘차상위계층’으로 전혀 넉넉지 않다. 다행히 자녀 네 명 모두 영재학교에 다닐 정도로 공부를 잘해서 전액 장학금을 받고 학교에 다녀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했다. 현재 셋째까지는 모두 독립했고, 지금 막내가 과학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한 집사는 “사실 저도 돈 있으면 집도 사고 싶고, 더 형편 좋게 살고 싶은데 암투병하면서 하나님께 더 가까이 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5번의 수술을 한 몸이지만  한 집사는 선교하기로 마음먹고  특기를 살려 퀼트공예품을 만들었다. 인도네시아에 건축비를 보내기 위해서다.

‘이걸로 벽돌 몇 장’, ‘시멘트 한 포대’ 이렇게 생각하며 한 땀씩 정성을 다해 만든 작품을 교회에서 판매했고, 그 수익금은 선교 현장에 벽돌이 되고, 모래가 되고, 시멘트가 되도록 모두 헌금했다.

“하나님이 저를 살려주신 이유가 있겠지요. 하나님께서 내게 허락하신 생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그동안에 정말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을 하고 싶어요. 선교하고 싶어요.”

반평생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헌신해온 한 집사는 이제 선교를 꿈꾸고 있다. 그녀는 말했다. “제가 음식 만드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60살이 넘으면 어느 날에 인도네시아에 가서 한국음식점 하면서 선교사님 도우며 살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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