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추수감사절이 끝나면 크리스마스 시즌이 곧바로 시작됩니다. 요즘은 크리스마스 시즌과 추수감사절 시즌이 서로 겹쳐 있는 것 같습니다.

12월이 되기도 전에 백화점이나 쇼핑몰은 벌써 크리스마스 장식을 다 해 놓았습니다. 올해는 추수감사절이 오기도 전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집에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렇게 일찍 만들어 놓은 것은 처음입니다. 홈디포에 가서 노블 전나무(Noble Fir)를 사다가 장식을 달고 불을 켜 놓으니 전나무의 은은한 향기와 함께 크리스마스가 내 안에 들어오는 것 같았습니다.

앞으로 한 달 이상 행복할 것 같습니다. 사실은 노블 전나무보다 더글라스 전나무(Douglas Fir)가 향이 더 좋다고 하는데 제가 갔을 때는 그 나무가 없었습니다.

올해는 현지 사정 때문에 물량이 적고 가격 또한 작년보다 많이 올랐습니다.   아이들은 매년 나무를 사서 장식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므로 인조트리를 사라고 하지만 저는 반대입니다.

할 수 있는 한, 살아있는 전나무를 사서 트리를 만들어 그 향기를 즐기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제가 누릴 수 있는 조그만 사치(?)요 소소한 행복입니다.

그 옛날 한국에서 어린 시절에 경험했던 크리스마스 트리는 시골 교회에서였습니다.

때가 되면 앞산에 가서 잘 생긴 소나무를 베어다가 담배 갑에 있는 은박지와 목화 솜, 그리고 몇 가지를 가지고 장식을 했는데도 어린 저의 눈에는 황홀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학교가 끝나자마자 교회로 달려가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즐겼던 추억이 있습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던 그 시절들의 행복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가장 최고급 성탄 트리로 사용되는 나무의 원산지가 한국이라는 것을 아시는지요? 이름이 구상나무인데 구상나무는 본래 제주 한라산과 지리산 등지에서 자라는 한국의 토종나무로 1907년 독일인 신부에 의해 유럽으로 묘목을 채집해 전파한 것이 시초로 알려졌습니다.

유럽에서 인기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된 구상나무가 다시 미국으로 옮겨오게 된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지금 한국에서는 멸종 위기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6. 25 전쟁 당시 ‘흥남철수’의 영웅이었던 레너드 라루 선장이 수도사로 살다가 영면(永眠)한 곳으로 잘 알려진 미국 뉴저지의 뉴튼 수도원에는 이 구상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구상나무의 학명이 한국 전나무(Korean Fir)인데 앞으로 많이 재배되어 언젠가는 제 집에서도 트리로 사용될 날이 속히 오기를 소망해 봅니다.

사람마다 누릴 수 있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있습니다. 그것은 거창하거나 화려한 것은 아닙니다. 분에 넘치는 것도 아닙니다. 스스로 내려 마시는 한 잔의 커피도 행복일 것이고, 책을 읽거나 주변을 산책하는 것도 행복일 것입니다.

팬데믹이라는 상황을 핑계 삼아 자신의 행복의 문을 닫지 마시고 일상의 행복을 회복해 보십시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믿음, 관계, 사랑, 가족, 건강입니다.

12월입니다. 예수님이 오심을 기다리는 대강절의 시간을 우리는 보내고 있습니다. 희망, 평화, 기쁨, 사랑으로 오신 예수님을 기억하면서 내 마음의 촛불을 켜 놓고 예수님을 기다리고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행복한 시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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